경인운하 무엇에 쓸꼬

2008년 9월 5일 | 회원소모임-기타

 며칠 전 내년에 경인운하를 재개한다고 중앙과 지역신문과 방송 등에 대대적으로 보도가 되었습니다. 전혀 경제성도 없고 막대한 예산만 낭비하게 되고 홍수발생 등 수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 이명박정부를 운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오늘 경향신문 시론에 임석민교수의 (한신대 경상학부) 글을 옮겨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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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운하 무엇에 쓸꼬  입력: 2008년 09월 04일 18:21:36
 
촛불이 잠잠해지자 ‘운하 유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경인운하가 대운하 프로젝트의 첨병으로 나선 것이다. 경인운하 ‘예스’, 대운하 ‘노’라는 모 일간지의 사설도 있다. 현재의 굴포천 방수로 14.2㎞에 3.8㎞만 연장하면 물길이 이어져 배가 다닐 수 있다는 논리이다. 이렇게 단순한 논리로 막대한 재정을 낭비하는 바보짓을 부추기는 사설이 심히 못마땅하다.

문제는 4000t급 배가 다닐 수 있는 운하를 파려면 공사 비용만 1조3525억원을 요한다. 트럭으로 20분이면 오고갈 18㎞ 거리이다. 시속 9㎞ 정도의 바지선으로는 운항 시간만 2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바지선은 양끝에서 트럭의 도움이 필요하고, 싣고 내리고 보관하고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 화주들이 외면한다. 근본적으로 운하는 장거리 저가화물이 아니면 경제성이 전혀 없다.

경인운하가 개통되면 한강변 금싸라기 땅에 터미널을 만들어야 한다. 수출화물의 경우 한강변 터미널까지 트럭으로 운송하여 내리고 보관했다가 바지선에 싣고 인천으로 가면, 인천에서 다시 내리고 싣고 보관했다가 모선에 선적을 하고, 수입화물은 그 반대의 과정을 밟아야 한다.

당신이 화주라면 20분 거리의 인천으로 곧바로 내닫겠는가? 아니면 한강변의 터미널로 가 바지선을 이용하여 인천에서 환적을 하겠는가? 한강변 터미널에서 중국으로, 동남아로, 부산으로 바지선이 직항한다는 꿈은 꾸지 말기 바란다. 바다를 운항하는 배와 운하를 운항하는 배는 종류가 다르고 크기도 다르다. 배에는 규모의 경제가 적용된다. 당신은 서울-부산을 오고 갈 때 12t 트럭을 이용하겠는가? 1t 트럭을 이용하겠는가? 부산-인천의 연안해운이 이미 도로나 철도에 밀려 서비스를 중단했다. 18㎞가 늘어 한강변으로 항로가 연장된다고 화주들이 반기겠는가?

외국의 전문회사(DHV)가 비용편익을 1.76으로 산출한 것은 극심한 과대계상이다. 그들은 1970년대부터 한국에서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갔다. 경인운하 타당성 검토에만 20억원의 용역비를 챙겼다. 그들은 뭔가 일을 벌여야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효과를 부풀리게 마련이다. 그들은 한국을 만만한 봉으로 보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도 타당성이 없는 줄 잘 알면서도, 어떻게든 용역이나 따보려고 교묘한 말로 얼버무리고 있는 것이다.

1924년에만 4146척의 배가 마포에 출입했다고 한다. 그러한 향수에 젖어 한강을 짐을 나르는 뱃길로 이용하려는 생각은 접어야 한다. 모래와 쓰레기를 나르기 위해 1조3525억원을 낭비해서는 안된다. 제2, 제3의 양양공항, 울진공항, 인천항 목재부두를 만드는 어리석음를 반복해서는 안된다. 치수와 운하는 수심과 폭이 다르고 시설이 다르다. 치수도 하고 운하도 하겠다는 안이한 생각은 접어야 한다. 최소의 비용으로 치수에만 그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