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에겐 지느러미와 꼬리가 있다. 지느러미와 꼬리를 이용해 본능에 따라 먹이를 찾으러 가기도, 산란장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모든 생명이 그러하듯 물고기 또한 이동하는 행위는 생존 그 자체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물고기의 자연스러운 삶이 가로막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댐, 보 등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설치한 구조물에 의해 삶이 가로막힌 것이다.
인공적인 구조물은 물고기의 이동만을 가로막은 것이 아니라 물의 흐름도 변형, 단절시켰으며 이로 인해 수생태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국내 강 하구 중 47%가 ‘닫힌 하구’ 상태로, 강과 하천에 3만3천840개의 크고 작은 보가 설치돼 있어 강 하구 생태계는 이미 심각한 훼손과 환경 변화, 수질오염, 어종 감소 등을 겪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고기가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를 위해 국제적인 행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21일 제2회 세계 물고기 이동의 날을 맞아 전 세계 1천500개의 기구가 각 지역에서 350여 개 이상의 행사를 개최했다. 우리나라도 동참해 금강·섬진강·영산강·낙동강·새만금에서 댐과 보의 문제점을 알리고 재자연화 공감대를 시민들과 나누기 위한 다양한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인천에서도 19일 경인아라뱃길과 굴포천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귤현보를 철거하라는 목소리가 울려 펴졌다. 경인아라뱃길 건설로 인해 생겨난 귤현보와 U자형 잠관은 굴포천의 흐름을 변형, 단절시켰고 물고기의 이동을 보장하기는커녕 수질 악화가 가중되고 악취 민원이 지속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굴포천 유수가 아라뱃길로 유입되지 않기 위해 세워진 귤현보를 철거하기 위해서는 굴포천 유지용수량을 늘리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귤현보를 포함해 인천에는 크고 작은 23개의 보가 존재하는데, 보의 용도를 다시 한 번 점검하고 불필요한 보는 수생태계 회복을 위해 철거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물고기 이동을 위해 생태통로 복원을 위한 어도(魚道) 등의 시설이 별도로 설치되는 경우가 있으나 인공적인 생태통로는 대상 생물 각각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며 이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아니다.
물고기를 비롯한 모든 수생생물이 그 본래의 방식과 습성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나아가 수생태계를 전반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좀 더 적극적인 논의와 행동이 필요하다. 생태계를 회복하는 것이 우리 인간의 삶 또한 풍족하게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국제사회는 수생태계의 건강성 회복과 다양한 어류들의 계절적 이동에 대해 관심을 갖고 어류의 이동에 대한 연구와 댐, 보 철거 등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워싱턴주의 엘화강을 포함해 650개 이상의 댐이 철거됐다.
초기에는 낡은 댐을 철거하는 경우가 다수였으나 현재는 하천 생태계 복원을 위해 철거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300개 이상의 댐이 철거됐으며, 현재 아라세댐의 철거가 진행 중이다. 댐 건설을 금지하며 댐 철거와 하천 생태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유럽의 물 관리 지침에 따라 독일·네덜란드에서도 하천 복원이 이뤄지고 있다.
과거 인천도 하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대적으로 하천살리기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그동안의 성과를 정리하고, 하천살리기 사업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 불필요한 보 철거 등을 통한 물고기 이동을 보장하고 수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한 민관 차원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부평구가 굴포천 상류 복원을 위한 논의와 행정절차를 진행하는 이유는 하천을 복원하는 것이 시민들의 삶을 풍족하게 만들어 준다고 봤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사람과 자연이 만나고, 물고기가 자유롭게 이동하고, 새들이 찾아오고, 수서곤충이 살아가는 하천은 누구나 꿈꾸는 진정한 생태하천의 모습일 것이다. 물고기가 자유롭게 이동하는 진정한 생태하천이 흐르는 인천이라면 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 이 글은 2016년 5월 23일(월) 기호일보 환경칼럼에 실린 것이다.
http://www.kihoilbo.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6517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