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회원만남 김금전(바다)님을 찾아서
고향 앞 바닷바람이 준 선물
글쓴이: 김현희(바오밥)
누구나 고향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뭔가가 하나씩은 있다. 해질녘 회색빛 갯벌 위로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그스름한 노을, 내가 본 기가 막힌 풍경중 하나로, 나는 내 고향 앞바 닷가를 고향하면 떠올린다. 20년 넘게 그곳에서 나고 자랐지만 그 풍경이 기가 막히게 멋지다는 걸 알았을 때는 서른을 훌쩍 넘기고서였다.
“언젠가 박완서의 ‘자전거 도둑’을 읽는데 바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주인공이 자기만 아는 바람 얘기를 하죠. 저도 그 장면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 저만 아는 그 바람이 문득 생각나더라고요. 고향하면 떠오르는 영상이 있는데 비가 온 다음날이었던 것 같아요. 바다가 보이는 방죽, 싱그러운 바람을 느꼈던 느낌, 고향 하면 저는 늘 그 바람이 생각이 나요.” 라면서 고향에 대한 느낌을 담백하게 들려주었다. 어쩌면 그 바닷바람이 김금전(바다)님을 녹색에 발을 담게 한 근원인지도 모르겠다.
2007년 회원 가입 후 2008년부터 3년간 ‘게눈’ 초록 교사를 시작으로 그 후에는 3년간 ‘파랑’ 초록 교사 활동을 한 이력이 있다. 오랫동안 초록 교사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이냐 물어보니
“제 즐거움이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 늘 보았던 풍경과 생활이어서 그런지 좋았고 섬에 가는 것 자체를 즐겼고 행복했어요. 산으로 들로 싸돌아다녔던 일, 지금도 이렇게 활동하는 거 보니까 어린 시절에 했던 것들이라 재미있어요.”
고향이 대부도이고 현재 친정 부모님께서 모두 대부도에 살고 계신단다. 잠깐 어린 시절을 돌아보며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시간은 듣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재미있었다.
“어렸을 때 그네를 타고 있는데 이상한 개구리 울음소리가 나는 거예요. 보니까 개구리가 뱀을 잡아먹고 있기에 어린 제가 뱀을 밟았어요. 친구들한테 얘기 했더니 기절초풍하더라고요. 학교가 멀어 9년 동안 10리를 걸어 다니며 여기서 ‘뻐꾹’ 하면 저기서 ‘뻐꾹’ 했던 소리, 걸어 다니면서 남의 감도 따먹기도 했고요. 고등학교 때는 인천에서 학교 다니며 버스를 타야 하는데 너무 답답해서 그때도 걸어 다녔답니다.”
라며 회원님의 고향과 어린 시절 이야기, 한참 재미나게 듣다가 녹색 교사를 떠난 회원님의 근황에 대해서도 들어보았다. 녹색에 초록교사로 활동하기 전 2007년부터 야학교사를 했고 지금도 50~60대 분들과 금요일 저녁 수업을 하고 있단다. 오전에는 출근도 해야 하고 교사회의나 야학의 이런저런 각종 행사 등 바쁜 가운데 요즘엔 대안학교 일을 맡게 되어 수요일 오전은 강화도에 간다고 이야기 주셨다.
녹색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소이작도 갈 때였다며
“파랑 교사하면서 처음으로 간 곳이 소이작도였어요. 취재 마을이 있는 곳에 해변 따라 집이 있고 정자가 있고 섬의 모습들, 4월 초록과 바닷물의 반짝임, 이런 게 좋았어요. 그래서 그때 생각나서 함께 활동했던 인디안, 고라니, 저랑 함께 이번에 소이작도를 갔잖아요. 그런데 돌아올 때 배가 안 떠서 세 명 모두 출근해야 하는데 결국 영흥도 고깃배 타고 나왔어요. 밤새 바람이 불어대고 진짜 바람이 장난이 아니었지요. 어떤 섬에 갈까 셋이서 얘기 나누다가 소이작도 추억이 너무 좋아 갔는데… .어휴… 이젠 섬에 가기가 두려워요.”
라며 당시 현장감 있는 상황에 대해 여과 없이 들려주었다.
녹색활동 후 변화에 대한 이야기는 워낙 어린 시절부터 생활이 근검절약했다는 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평소 아무렇지도 않게 생활했던 것 중에 하나가 절약이거든요. 집에서도 아이들 안내문 엄청 보내오는데 그런 거 바로 안 버리고 묶음 해서 이면지로 사용해요. 딱지 만들 때 돌봄 교실에서도 보니 색종이로 딱지 만들더라고요. 딱지도 이면지로 만들기를 하고요. 우유곽 같은 경우는 최고의 딱지가 되요. 요구르트 병은 다 먹고 모아다가 아이들 만들기 할 때 쓰고 말이죠.”
몇 년 전 운영위원으로 활동 하셨는데 혹시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없냐 했더니만
“지금처럼 하시면 좋겠어요. 자금 때문에 힘들어하는 걸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요. 그런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4월 연두 잎 새순 따라 바닷바람과 함께 부는 바람을 좋아하는 회원님, 절약이 몸에 배어 있는 착한 소비를 지향하는 회원님, ‘현실에 최선을 다하자. 지금 이 순간’ 올해의 화두로 삼고 사는 김금전(바다)회원님! 인터뷰 중 많이 배웠답니다. 고맙습니다.
*인터뷰 다녀와서 바오밥이 바로 실천해 본 것- 두 아이의 학교 안내문, 안 버리고 묶어서 메모지로 사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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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인터뷰는 김현희(바오밥)회원과 서석진(진진)활동가가 인천녹색연합에 5년 이상 활동한 회원을 대상으로 매월 회원과의 만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글은 김현희(바오밥)회원이 글을 써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