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1일 열린 ‘제14회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보전대상지 시민공모전’ 시상식에서 영종도갯벌이 아름다운자연상, 저어새 주요 번식지인 남동유수지가 미래세대지킴이상을 수상했다. 이 공모전은 시민들이 보전가치가 있으면서도 훼손위기에 처한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알리고 지켜나가고자 진행됐다.
그동안 남동유수지는 하수종말처리장 건설계획, 보튤리즘균으로 인한 조류 집단폐사 등 철새 생존을 위협하는 각종 위험이 있었지만 최근, 인천시가 환경부 협의를 거쳐 남동유수지를 야생생물보호지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남동유수지의 야생생물보호지역 지정을 시작으로 인천의 주요한 철새도래지와 연안습지들에 대해서도 보전·관리할 수 있도록 습지보호지역 등 보호지역 지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특히 영종도갯벌은 끊임없는 매립위협에 처해 보호조치가 필요하며, 더불어 불법매립이 확인된 고잔동 습지(고잔TG 인근), 영종도 남쪽 송산유수지, 강화남단 동주농장, 쓰레기매립지 내 안암호 등도 보전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번에 아름다운자연상을 수상한 영종도 동측과 준설토투기장 사이 갯벌은 펄갯벌로 칠면초 등 대단위 염습지식생대가 발달한 곳으로, 간조시간이 되면 인천공항을 오가는 이들에게 갯벌과 붉은 염생식물군락의 장관을 선사하는 곳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이곳을 매립해 중산(영종2)지구로 조성하겠다며 절차를 추진 중이다. 이 갯벌이 매립된다면 해수유통 차단으로 영종남쪽과 북쪽 갯벌생태계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은 자명하다.
고잔동 습지는 습지보호지역·람사르습지인 송도갯벌의 주변습지이자 인천에 얼마 남지 않은 자연형 습지로 최근 불법매립이 시도되어 남동구가 불법매립시행자에게 원상회복조치시행을 명령했으나 남동구는 이곳을 매립해 체육시설건립을 위한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영종도 남쪽 송산유수지는 영종도남단갯벌과 연결돼 만조 시 갯벌을 찾는 알락꼬리마도요, 저어새 등 철새 휴식지로 탐조활동하기에 적합한 곳이다.
쓰레기매립지 안암호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두루미를 비롯해 저어새, 흰꼬리수리, 고니, 매 등의 서식이 확인된 시민들의 주요 탐조 대상지이기도 하다. 1980년대 초까지 대표적인 두루미 도래지였던 이곳은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제4매립장 계획부지이다. 더 이상의 매립이 아닌 보호지역 지정으로 습지를 보전하고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실현해야 할 곳이다.
인천지역 조류 감시를 하는 전문가들은 예년보다 관찰되는 철새 개체 수가 줄어들었다고 말한다.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지만 급속한 기후변화로 인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급속한 기후변화를 당장은 막을 수 없지만, 철새들의 서식지가 되는 그리고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습지를 보전하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를 위해 철새가 찾아오는 주요 습지를 습지보호지역 혹은 습지주변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지속적·체계적으로 보전·관리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현시대를 사는 우리와 이후 세대가 철새가 찾아오는 생명 가득한 인천, 생기 있는 인천에서 지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길 희망한다.
/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 이 글은 2016년 11월 24일, 경기일보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