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인천의 가장 큰 하천, 굴포천 – 10개의 하천을 품다

2020년 5월 21일 | 성명서/보도자료, 하천

[장정구의 인천 하천이야기] (30) 굴포천 ① – 갈길 먼 수질관리

굴포천과 계산천 합수지점의 낚시객들

“어제는 월척 잉어를 낚았어요. 손맛 보러 가끔 나와요”
“여기서 잡은 물고기는 먹을 수는 없어요. 이거 보세요. 잡힌 붕어가 정상이 아니에요”

2020년 4월29일(수) 부평 삼산4지구부터 계양 귤현보까지 굴포천 구간에서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는 사람은 총86명이었다. 삼산4지구 옆 다리 주변으로 17명, 계산천 합류지점에 34명, 굴포하수종말처리장 방류구에서 귤현보까지 35명!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굴포천 제방을 따라 차량으로 움직이면서 센 숫자다. 빠뜨린 사람이나 이동 중이었을 사람까지 하면 4월29일 굴포천에서는 낚시한 사람은 백명이 넘을 것이다. 낚시금지 안내판이나 낚시를 막기 위해서 하천을 따라 연결해놓은 줄도 무용지물이다. 저수지 등 허가받은 낚시터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굴포천은 무료인데다 상대적으로 접근성도 좋다.


제방을 따라 여유 공간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차들이 빼곡하다. 버려진 쓰레기, 수북하게 쌓인 쓰레기도 많다. 지난 밤이나 지난 겨울 불을 놓았던 흔적도 곳곳에 보인다. 가까이 가니 수질오염을 유발하는 떡밥을 사용하는 낚시꾼들도 많다. 잡힌 붕어 배에 붉은 상처가 보인다. 정상이 아니다. 과거에 비해 굴포천 수질에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한강 원수를 흘리고 원칙적으로 생활하수와 공장폐수가 바로 하천으로 흘러들지 못하지만 역한 냄새는 여전하고 수질도 제자리걸음이다. 상류는 여전히 대부분 복개되어 있고 공장폐수와 생활하수도 완벽하게 차단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하수종말처리장에서 더 깨끗하게 정화하는 것도 막대한 비용으로 쉽지 않다.

굴포천은 인천의 하천 중에서 가장 큰 하천이다. 본류는 만월산 칠성약수터로 하류로 향하면서 산곡천, 세월천, 갈산천, 청천천, 동수천, 목수천, 삼정천, 계산천, 여월천, 귤현천을 품는다. 그런 굴포천은 2016년 국가하천으로 지정되었다. 20㎞정도에 불과한 작은 하천이지만 인천과 경기, 서울 등 3개의 광역지방정부, 부평,계양,부천,강서,김포 등 5개의 기초지방정부를 지나 수질 등 관리의 어려움으로 지속적으로 국가하천지정을 요구한 결과였다. 굴포천 본류는 상류와 중류에 해당하는 부평구간, 중류와 하류에 해당하면서 계양구와 부천의 경계가 되는 구간, 그리고 하류의 인천계양, 경기김포와 서울강서 구간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부평상류구간은 도시 확장으로 대부분 복개되어 복원이 사회적 관심이고 계양과 부천 경계구간은 3기신도시건설이 핫한 이슈이다.

‘빵! 빵~~ 빵!빵~~’ 오토바이가 경적을 울린다. 잠시 정차를 하고 사진을 찍는 필자에게 길을 비키라는 소리인줄 알았더니 한 사내가 제방 비탈을 올라온다. 오토바이 운전자가 검은 봉다리를 꺼내놓으니 이 사내가 돈을 건넨다. 배달음식이다. 봉다리를 둔치에 내려놓더니 동료를 부른다. 제법 익숙하다. 주변에 십수명이 있지만 대수롭지 않다는 분위기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논과 밭이던 곳에 건물이 들어섰다. 서운일반산업단지이다.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 계양경기장과 계산천, 굴포천 사이로 52만㎡가 넘는 규모다. 2019년 9월 준공식을 가졌다. 그린벨트였던 곳으로 2013년 5월 국토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서 조건부 그린벨트해제 결정 후 6년 넘게 걸려 준공되었다.

제1경인고속도로와 제1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교차하는 사통팔달 교통망으로 물류와 유통, 인프라가 연계된 최적의 입지다. 저렴한 분양가로 전국에서 유례없는 산업단지 분양 경쟁을 보이며 성공리에 분양을 완료했다 약 1만 명 이상의 고용유발 효과와 약 1조 4천억 원의 생산유발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개발업체는 이야기한다. SPC(특수목적법인)인 서운일반산업단지개발㈜에는 계양구청과 인천도시공사가 각각 24%와 19% 지분 참여했다. 재정자립도 향상과 일자리 창출을 통한 계양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목표 하에 민선5기부터 계양구와 인천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사업이다. 서운일반산업단지 부지에 살던 멸종위기야생생물2급인 금개구리는 청라로 강제 이주당했다.

굴포천 주변에 내걸린 현수막들

‘강제수용결사반대! 신도시지정 철회하라!’
‘계양소각장결사반대! 엄마, 아빠, 맑은 공기 마시며 살고 싶어요’
‘아직까지 감정평가 동의서를 제출하지 못하신 원주민은 빠른 시일 내로 접수 부탁드립니다’

빛바랜 현수막도 있고 새롭게 내걸린 현수막도 있다. 비닐하우스 옆에 걸린 것도 있고 아파트 담벼락에 붙은 것도 있다. 내용은 제각각이다. 인천 경제 발전의 중심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계양구청과 정치권의 노력은 아라뱃길과 20만평 서운일반산업단지에 그치지 않는다. 아라뱃길과 굴포천 사이 백만평 계양테크노벨리가 3기신도시로 추진되고 있다. 3기신도시 내 소각장건설을 반대한다! 인근 부천에서 처리하자! 신도시에서 발생할, 또 지금 계양구에서 발생하고 있는 쓰레기의 처리문제를 놓고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굴포천은 여전히 제법 큰 하천이다. 정비사업으로 하천폭이 넓어진 탓도 있겠지만 굴포천 본류와 부천지류가 만나는 곳에는 하중도도 있다. 하중도에는 제법 큰 버드나무가 있고 노~오란 유채꽃이 볼만하다. 굴포천과 지류들의 버드나무에서 꽃가루가 날린다. 농사 준비가 한창인 논으로 흘러드는 논물소리가 경쾌하다.

굴포천 본류와 부천지류가 만나는 부평구 삼산4지구 옆 굴포천 전경

 

2020년 5월 21일자 인천in에 게재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