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둘레길] 2코스천마산둘레길_산길, 숲길, 도시길의 조화.. 천마산 정상 파노라마 풍광

2021년 10월 26일 | 회원의날

인천녹색연합_회원모임_인천둘레길 2코스

산길, 숲길, 도시길의 조화.. 천마산 정상 파노라마 풍광

 

                                                   글과 사진 – 박수택(회원, 생태환경평론가)

 

10월22일 금요일, 하늘은 쨍하도록 푸르고 맑다. 오전 10시 계양산과 천마산 사이 징매이고개 위 생태통로에 회원 6명이 모였다. 걷기 행사는 늘 명단 확인과 체온 측정으로 시작한다. 전원 특이사항 없음! 길 안내인으로 인천가능발전협의회에서 이재강 선생님이 나와 주셨다. 징매이고개라는 이름은 어떻게 붙었을까, 유래를 알고 걸으면 더 흥미롭다. 고려 말엽 충렬왕 때 이 지역에 사냥용 매를 훈련하는 응방이 있었기에 매를 징발한다는 뜻이 담겼다고 한다. 매 사냥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우리의 매사냥 전통은 뛰어났으며, 성군으로 추앙 받는 조선 세종 임금도 매 사냥을 150 차례나 즐긴 사실이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돼 있다고 이재강 선생은 설명했다. 명나라에서 말 2만5천 필을 요구해오자 세종 임금은 말 대신 매 15 마리를 대신 보내면서 말 2만 5천 필도 다스릴 수 있는 해동청이라고 하자 명 황제가 흡족해 했다는 얘기도 이어졌다. 세종 임금도 취미가 깊다 보니 전문성과 매 외교의 지혜까지 터득한 모양이다.

 

 

 

 

경명대로와 징매이고개 위 생태통로

 

징매이고개 생태통로 아래 경명대로 8개 차로를 차들이 굉음을 울리며 질주한다. 원래 징매이고개는 한적했다. 옛날엔 산적이 들끓어 고개를 넘어가려면 천 명은 모여야 된다고 해서 천명고개라고도 불렀다는 곳이다. 현대에 도시가 커지고 교통량이 늘어나자 당국은 인천 서구와 계양구 사이 경명대로를 확장해서 차량 속도를 높였다. 사람에겐 편해졌지만 계양산과 천마산을 오가던 야생 동물들에겐 재앙이 되고 말았다. 차에 치어 죽는 이른 바 로드킬이 급증하자 당국에서 뒤늦게 철근 콘크리트로 야생동물이 건너 다닐 길을 만든 게 생태통로다. 통로 폭 100m 아래는 차로와 인도가 통하는 터널이다. 위에는 흙을 2m 두께로 덮고 풀과 나무를 심었다. 야생동물을 위한 통로인 만큼 등산객은 정해놓은 등산로를 이용해달라는 안내문을 붙였다. 없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도로 넓힐 때 처음부터 고개 아래로 터널을 뚫었더라면 야생 동물에게 더 좋았을 것이다. 전국에 ‘생태통로’ 이름 붙인 곳이 많지만 대체로 옹색한 건 유감스럽다.

중구봉과 돌탑

길마재 쉼터, 인증 스탬프 찍는 곳

 

천마산 숲길, 소나무 곰솔, 참나무류가 자라고 벌개미취 같은 야생화도 간간이 띄어 호기심을 돋군다. 비탈이 여러 곳이라 등산 스틱 2개 가져오길 잘했다. 금세 봉우리 한 곳에 올랐다. 천마산 정상인가 했더니 중구봉(重九峰)이다. 해발 높이 276m, 한자로 바뀐 우리 땅이름은 한자를 봐야 뜻을 알 수 있으니 이 또한 아쉬운 부분이다. 높이 3미터는 넘어 보이는 돌탑이 육중하다. 돌탑을 쌓을 때는 다른 곳에서 날라와야 한다고 한다. 풍수 원리로 다른 곳에서 복을 가져온다는 의미라는데 돌 캐온 자리는 복을 잃게 될 터이니 공평해 보이진 않는다. 돌탑 틈새마다 탐방객들이 작은 돌조각을 얹었다. 여기서 징매이고개는 0.8km, 천마산 정상은 다시 0.5km 표지판이 섰다. 내리막길로 들어서자 이내 좌우 시야가 비교적 환하게 트인 평탄한 고갯마루 길마재 쉼터가 나온다. 천마산과 중구봉 사이 야트막하고 평평한 언덕 모양새가 소나 말에 짐을 싣기 위해 얹는 안장(길마)처럼 보인다고 길마재로 불렀다고 한다. 2코스 인증 스탬프 찍는 곳이기도 하다.

천마산 정상 새벌정

천마산 새벌정에서 바라본 계양산

 

다시 오르막, 천마산 정상을 향한다. 둘레길 코스는 정상 아래에서 오른쪽을 감아 도는 길이지만 잠시 들르기로 했다. 하늘을 배경으로 번듯하게 정자가 보인다. 천마산 높이는 287m, 정자 이름은 새벌정이다. 새는 억새, 벌은 벌판을 이른다. 지금 효성동 일대가 과거 억새가 많아 새벌리라고 했는데 새벼리, 샛별리로 음이 바뀌어 전해 오다가 샛별의 한자 표기 효성(曉星 -새벽 효, 별 성)으로 동 이름이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지역의 본디 유래를 새기기 위해서 새벌정으로 이름 지었다고 한다. 군부대 초소로 쓰던 자리를 시민에게 개방했다는데 정자에 올라서니 북쪽에 계양산이 우뚝하고 인천 시내 정경이 빙 둘러 펼쳐진다. 멀리 강화 영종 김포가 보이고 가까이는 서구 청라신도시, 계양구 시가, 인천항과 문학산도 짚을 수 있다. 스모그로 시야가 부연 것이 아쉽다. 공기 맑은 날 다시 올라와 둘러볼 만하다. 각자 배낭에서 간식거리를 꺼내 펼쳤다. 추억의 크림빵, 귤, 단호박, 군밤, 사과…. 풍광으로 눈 호강, 먹을거리로 입 호강을 누린다.

인천인재개발원 앞

 

에너지를 보충하고 다시 출발, 완만한 내리막이다. 10월도 하순이지만 단풍은 아직 짙지 않다. 지대가 높지 않고 대도시 지역이라 그럴 것이라 짐작한다. 숲 그늘을 걷다 보니 제법 단정하게 꾸민 공원 지대가 나온다. 서곶근린공원 초입이다. 등나무쉼터에 잠시 앉았다가 주거지역으로 내려섰다. 은혜병원, 탁옥공원을 지나 심곡로 쪽으로 내려가는 주택가에 절, 교회당, 기독교사회복지관, 천주교 성당이 마주보거나 어깨를 잇대고 섰다. 신앙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 종교의 다양성, 조화의 모습이라 여긴다. 심곡초등학교를 지나 신호등을 건너니 인천인재개발원 정문이 나온다. 지명 심곡동의 옛 이름은 ‘깊은 울’, ‘깊이울’이다. 한남정맥 줄기 천마산의 서쪽 자락인 이곳 일대가 과거 도시가 되기 전에는 이름처럼 골이 깊어 숲도 짙고 풍광도 좋았을 것이다. 대형 병원, 요양원, 학교, 한국은행 인재개발원, 인천시의 인재개발원에 소방학교까지 보인다. 천마산 자락 심곡동은 인천의 보양, 교육, 연수의 중심지라 할 만하겠다.

인천소방학교와 정문 안 심곡천 상류

 

인재개발원 안에는 여러 차례 벼락을 맞고도 천년 세월을 견뎌온 은행나무가 있다고 길 안내 이 선생님이 알려주신다. 다른 기회에 보기로 하고 일행은 인천소방학교 정문으로 들어섰다. 정문 오른쪽 골짝 소하천에 돌을 층층이 쌓아 구획 지은 이른바 ‘사방 시설’이 보인다. 여기서 심곡천이 시작된다고 신정은 활동가가 일러준다.  물의 모태는 산이라고 믿는다. 아무리 크고 유명한 하천, 강이라도 산골 작은 샘에서 시작한다. 발원지서부터 폭 2-3m 사방공사 성형수술을 받은 심곡천은 이내 콘크리트 터널로 들어간다. 도로가 뒤얽히고 건물 빼곡한 도시 구역에서 심곡천은 있으되 보이지 않는다. 아시아드 주경기장 동쪽 염곡로 아래에서 겨우 햇빛을 만나지만 숨길도 펴지 못한 채 청라지구 동과 남을 지나 겨우 서해로 빠져나간다. 하천은 본디 지형에 따라 구불구불 흐르며 마르기도 하고 넘치기도 하면서 다양한 생물을 품는 습지여야 한다. 인간 편의에 맞춰 심곡천은 잡아당긴 새끼줄 마냥 원형을 잃고 빗물 빼내는 통로로 전락하고 말았다.

천마산 채석장 터 절벽

 

인천소방학교 옆에서 다시 산비탈 계단을 오른다. 천마산 서쯕 자락 중턱을 북에서 남으로 가는 숲길은 호젓하다. 이따금 나타나는 오르막 내리막길엔 판자로 앞부분을 막고 발 닿는 부분은 흙으로 다진 계단을 놓았다. 걷기엔 그리 힘들지 않다. 숲이 성글어진다 싶더니 생태계 교란 외래종 식물 미국자리공이 길 양 옆을 채웠다. 번져나가는 위세가 제 출신국이나 다르지 않다. 외래종 식물이 많으면 오가는 사람이나 차가 많다고 하더니 과연 산기슭에 울타리 두르고 무우 배추 심은 텃밭이 나타났다. 6층 짜리 아파트 단지가 이어진다. 산길은 끝났다. 아파트 단지 뒤로 수직 절벽이 병풍처럼 우뚝하다. 천마산 발치를 잘라 돌 캐낸 채석장 흔적이다. 비 바람에 절벽이 다시 깎이고 삭아 바윗돌이 굴러 내릴 수도 있는 모습이다. 도시 개발 토목 건설에 천마산은 제 뼈와 살을 깎아 내주고 저리 누워 신음한다. 한번 파괴한 자연 경관은 원상 회복이 불가능하다. 산 아래 너른 평지엔 초고층 콘크리트 신축 건물이 즐비하다. 이름하여 ‘루원시티(LU1 City)’다.

루원시티 고층 주거단지 신축현장

 

‘루원’, 무슨 뜻인가? 인천시와 LH공사가 공동으로 인천 서구 가정오거리 주변을 소위 첨단 입체복합도시로 재개발하는 사업으로 2008년에 이런 이름을 붙였다. 당시 설명을 찾아보니 L과 U는 Leading and Ubiquitous (미래도시의 패러다임을 이끄는 최첨단 도시), Luxury and Upper Class (최고의 공간과 최고의 사람들이 거주하는 명품도시), Lively and Useful (항상 깨어있고 어디서든 편안한 인간중심도시)라고 한다(경인일보 2008.4.4). 한자로는 루원(樓苑)이라 쓰고 아름다운 누각이 있는 정원이란 뜻이라나. 아름다운 정자라는 뜻을 가진 가정동(佳亭洞)의 명칭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이름이라고 인천시는 덧붙였다. 단독, 다가구주택이나 소형 아파트에 살던 서민들은 떠났다., 럭셔리할 수도 없고 상류 계층도 아닌 이들은 ‘루원시티’ 초고층 아파트에 올 수 있을까? 요즘 떠들썩한 성남 대장동 개발 파문이 떠오른다. 하늘을 찌르는 콘크리트 숲 아래, 차량 질주하는 네거리에서 인천 둘레길 2코스 참가 일행은 손을 흔들며 다음 코스에서 다시 만나길 기약했다.(*)

* 인천 둘레길 2코스
– 6.5km,  2시간 반 소요
– 경사 심한 비탈 여러 곳, 등산 스틱이 쓸모 있음.
– 쟁매이고개 성태통로 – 중구봉 – 길마재 쉼터 – (천마산 정상 새벌정) – 서곶근린공원 – 심곡초등학교 지나 인재개발원 – 인천소방학교 – 동우아파트 – (서인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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