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잡지 초록세상_ 237호] 아름다운 지구인_정해은 회원

2021년 12월 3일 | 녹색과사람들

나는야 가정 조반문화 예찬가

“생태 공부한다고 계양산에 갔을 때 내가 아는 식물이 한 개도 없더라고요. 식물도감에서만 본 뻔한 식물 밖에는, 사람들은 신기하게 보는데 저는 아는 게 없으니 신기한 게 없는 거예요. 그러는 저를 보고 딸아이가 거기 있는 식물 중에 하나만 알아 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렇게 생각하며 꾹 참고 공부했답니다. 함께 하는 쌤들의 ‘몰라도 괜찮다, 차차 알아갈 것이다.’ 그런 말들이 큰 힘이 되었어요. 제가 알 때까지 정말이지 친절하게 가르쳐줬어요.”

11월 문턱 마지막 날, 정해은(카카오) 님을 만났다. 부평구 원적산 초록동무(어린이 대상 숲 생태교육) 활동 장소에서 말이다. 3년 만에 찾아간 원적산은 그대로였지만 바뀐 게 있다면 매점이 2층짜리로 변신해있었고 2층에 커피숍이 생겼다는 것이다. 11월 말이라 날씨가 쌀쌀해서 매점 2층 건물이 딱이다 싶어 들어가자, 사회적거리두기로 테이크아웃 커피만 된단다. 덜덜 떨렸다. 정해은 님은 처음 만났지만 만나자마자 아주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처럼 서로가 질문 없이도 거침없는 대화가 오고 간다. 회원인터뷰는 항상 이렇게 열려있어 좋다.

매점에서 뽑아 든 커피 한잔이 그나마 11월 찬기를 가시기 충분하다. 누가 뭐라 할 것 없이 초록동무의 활동공간을 셋이서 걷는다. 그대로다. 바뀐 게 있다면 두충나무숲에 아이들이 놀 수 있게 생태놀이터를 만들어놓은 게 눈에 띄었다.
2017년도 박민자(양귀비) 회원을 통해 가입. 2020년 평생회원으로 전환, 2017년 신입회원의 날, 2019년 청소년 하천생태교육자 심화교육, 2019년 후원행사, 2020년 부평구 초록동무 5학년 도움교사, 절기 생태놀이 교육 참여. 정해은 님과 인천녹색연합의 인연이다.

사진. 자연밥상

두충나무 숲을 지나서 휘 돌아 옛 집터였던 곳에 심었던 살구나무, 앵두나무, 감나무 이야기를 실컷 나눴다. 그리고 그 밑으로 쭈욱 서 있는 은행나무 즐비한 곳에서 밥상 이야기도 나눴다.
“여기서 초록동무 애들이랑 봄날, 가을날 밥상 참 많이 차렸는데요.”
“저도 밥상 많이 차려요. 상동호수공원에서 영유아 아이들 대상으로 생태수업을 밥상 차리기를 했는데 밥상차리기를 하다 보니 많은 게 보였어요. 거기에 밥상을 차려놓고 그대로 갔다가 며칠 뒤에 갔더니만 세상에나 오색딱따구리가 그 자리에서 먹이를 먹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그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게 보이더라고요. 너무 신기했어요.”
그러면서 노래하나를 술술 들려주기 시작했다.
♬ 콩을 심을 때는 셋을 심는다. 하나는 사람 먹고, 또 하나는 새먹고 나머지는 벌레가 먹으라고 함께 하는 거란다. 서로 도와준단다. ♬

수업 시간에 콩에 대한 나눔의 철학이 담긴 노래를 아이들과 부르기도 한다는 정해은 님.
노래를 들으며 공원을 걸으니 힘이 솟아났다. 박민자 회원과의 녹색 인연을 물어보았더니
“양귀비하고는 알게 된지 7년 되었어요.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고 있는 건 알고 있었어요. 어느 날 양귀비가 “언니? 좋은 일 좀 할래? 어디서든 언니는 좋은 일을 할 사람이잖아. 여기서 하면 어때?” 하고 알려준 곳이 주말 섬 기행 ‘울림’ 모임(인천녹색연합 소모임)이었어요. 2번, 3번 갔는데 생태 공부도 하고 악기 연주도 하고, 시도 읊는 게 상당히 좋아 보이더라고요. ‘이렇게 살아가는 삶도 참 좋겠구나!’ 해서 그렇게 가입하게 되었어요.”

정해은 님의 얘기를 듣다보니 아침 조반문화에 대한 아주 특별하고도 특별한 가정문화를 엿듣게 되었다. 오늘 아침 조반이라며 사진으로 찍은 조반상차림을 보여주었다. 버섯, 토마토, 파기름을 내서 버섯, 토마토, 계란 넣어 볶은 것, 해바라기씨 얹은 가지구이, 두부김치, 자몽과 과일샐러드,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이렇게 밥을 먹는단다. 눈으로도 먹는다는 말이 있듯 사진속의 조반상차림을 보며 실컷 먹었다.
“저는 아침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가족 모두 식탁에 앉아서 최소 40분은 함께 아침을 먹어요. 가족 모두가 앉아야 밥을 먹지요. 주말에는 2시간 정도 먹는 거 같아요. 이렇게 먹은 지 30년 됐어요.”
도대체 몇 시에 아침밥을 먹기에 같이 먹을 수 있냐 했더니만
“누구든 일찍 나가는 사람에 맞춰서 밥을 준비하고 함께 먹지요. 대부분 6시에서 6시 반에는 항상 먹어요. 남편한테만 맞추는 게 아니라 누구든 일찍 아침에 집을 나서는 사람 기준으로 밥을 차리고 먹지요. 남편은 9시에 나가는데 아들은 6시에 나가요. 그러면 아들한테 맞추는 거죠. 그거는 우리 집안만의 불문율 같은 그런 거예요.”
어떻게 그렇게 시작했냐고 물어봤더니 아이들 어렸을 때부터 만들었던 집안 문화이고 남편과 함께 의논한 결과 지금껏 30년 동안 유지해왔다는 것이다. 실로 놀라웠다. 그리고 정해은 님의 그런 독특함은 매력으로까지 느껴졌다.

조반얘기를 나눈 뒤, 인천녹색연합 활동 중에 2019년도에 이뤄진 계양산 생태조사단 활동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사람들이 너무 기가 막힌 게 자기네 텐트를 치기 위해서 멀쩡한 산을 삽으로 깎은 자리를 보고 놀랐어요. 등산로에서 약간 빗겨나가 뭔가 길이 있어 가보면 쓰레기가 무더기로 있고요. 아무튼 얼마나 훼손됐나 들여다보고 재보고하는 박주희 사무처장과 장정구 전 정책위원장의 모습을 보면서 감동도 했고요. 박주희 사무처장은 특별한 인간관계가 있는 건 아니지만 녹색에서 참 마음에 드는 젊은이에요.”라며 생태조사단 활동 소감을 들려주었다.

녹색연합 회원으로서 바라는 점은 회원들 모두가 녹색연합 회원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그런 단체가 되었으면 한단다. 앞으로 70살 정도 되면 조반 파티를 하고 싶다는 회원님, 영감 마누라 둘이 앉아서 쓸쓸히 밥을 먹는 것보다는 숟가락 두서너 개 더 얹어서 매일 아침 지인들 초대해서 밥을 먹으면 얼마나 즐거울까? 그건 꼭 해보고 싶은 앞으로의 노후계획이란다.

12월 중반으로 접어들어 날이 무척 추워졌다. 겨울다워졌다. 오늘도 부지런히 아침조반을 차리고 있을 정해은 님! 회원 님의 조반풍경을 살짝 그려본다.

 

글쓴이: 김현희(바오밥)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살기 위해 매일 아침 새벽기상하며 논어필사를 하고 있다. 책읽기와 글쓰기를 일상화하고 독서로 자기경영과 인문학적인 삶 실천하며 가정과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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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생태환경잡지 <초록세상> 237. 여름호에 게시된 글입니다.

※ 작년 겨울에 인터뷰한 내용을 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