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인천 도시바람길숲의 기능과 방향
강사: 최진우(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일시: 2022.04.29.(금) 19시 30분
<강의 내용 요약>
– 바람길숲 사업이란, 미세먼지와 폭염 방지를 위해 도심 내 녹지를 조성하는 사업이자,
나무를 심는 것을 통하여 외곽 산지의 차고 시원한 공기를 도시로 유입시키고, 도심의 오염물질과 무더운 열기를 도시 바깥으로 확산시키는 사업이다.
사람이 사는 지면에서 5미터 이하에서 부는 잔잔한 바람으로 외곽 산지와 도심의 공기를 순환시킬 수 있다.
– 바람길을 고려하지 않고 이미 세워진 도시에서 바람길을 다시 만들기란 쉽지 않다.
도시 계획 차원에서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한 사업을 산림청에서 주도하였으니 도시바람길숲 사업은 단순한 나무 심기 사업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도시 계획 단계부터 외곽 산지에서 바람이 도시로 길게 내려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도시개발이나 도시 계획의 룰이 땅값 경쟁이라서 재개발을 통해서 얼마나 많은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건폐율, 용적률을 최대로 하고, 나머지 지상부의 녹지는 기준치만 맞춘다.
또한, 산이 있는 곳에 형성된 아파트는 대부분 동 위치가 거주자에게 좋게끔 산을 보는 각도로 배치하여 바람의 흐름을 다 막는다.
따라서 도시 계획할 때부터 녹지가 공공재로 다루어질 수 있도록 제어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산림 인접 원도시 재개발 시 층고 제한을 두거나, 동 배치에 바람길을 고려해야 한다.
도시 조성 시 시장경제만을 내세우지 않고, 자연의 흐름을 잘 살리는 방향으로 시민사회의 관심과 요구가 필요하다.
– 현재 우리나라 도심에서 바람은 도로에서 잘 통한다. 하지만 도로에서 통하는 바람은 덥고 오염된 바람이다.
외곽 산지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공기가 도로를 따라서 들어올 때, 신선한 공기가 계속 유지되어 도심으로 파급되려면 도로에 변화가 필요하다.
8차선은 6차선으로 줄이고, 중앙분리대에 녹지를 조성하여서 뜨겁게 달구어진 도로를 수목 그늘로 덮는 것이다.
과학적으로도 도로의 한 차선을 녹지로 조성하면 도심의 온도를 2도에서 3도 정도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중앙분리대 녹지대 유무에 따른 온도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 위주의 교통문화에서 차선을 줄이는 건 여러모로 쉽지 않다. 지역사회, 정치인, 공무원 등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도시 숲 조성 운동과 같은 방식으로 시민사회가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활동들이 필요한 이유이다.
– 인천은 지리적으로 바닷바람도 중요하다. 과거 인천이 정상적인 해안을 가지고 있던 때에는 해풍과 육풍이 원활하게 순환하였다.
이후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인천 연안에 공장, 아파트가 세워지면서 바닷가 모래나 녹지가 사라졌다.
도시는 더 뜨거워지게 되었고, 온도 차에 의해 바다에서 부는 바람은 더욱 강해져서 중국과 연안에서 더 많은 오염물질을 가져오게 되었다.
오염물질을 한번 걸러줄 연안의 녹지도 부재한 상황에서 육지로 더 많은 오염물질이 들어오지만, 도시화로 인해 육지에서 바다로 불어 나가는 바람은 약해졌다.
그렇게 도심에선 오염물질이 정체되었다.
– 우리나라 사람들은 도심 안에서 크고 울창한 나무를 본 경험이 없다. 그래서 나무가 성장하면서 안정상 위협을 느끼기도 하고, 실제로 위협이 되기도 한다.
애초에 우리가 제공한 나무의 공간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가로수를 재조성할 때 공무원들은 관리하기 편하고 말썽 없는 작은 나무를 심으려고 한다. 건물 중심이 도시가 되는 것이다.
나무가 살아갈 공간을 충분히 제공하고, 뿌리와 뿌리가 얼기설기 엉켜서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가로수나 보도에 심어진 나무 이외의 녹지 조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일반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일상적으로 보는 거리의 나무들이 크게 자랄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나무와 녹지가 도시 공간에서 주인공이 되는 모범 사례를 기획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기후 위기 시대에 시민들과 어떤 도시에 살고 싶은지 이야기를 모아보는 시간을 통해 나무를 어떻게 남길 것이고. 어떻게 같이 살지를 고민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느낀 점>
도심 나무의 역할이나 도심 나무를 보는 우리의 시선 등 주변 나무에 대해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처음 들어보았다.
나무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도시 계획·개발, 원도시 재개발과 같은 한국 사회의 뜨거운 이슈부터 기후 위기 시대의 도시 모습까지 고민하게 되어 새로웠다.
사는 아파트만 하여도 저층 주민의 민원과 여름이면 진딧물이 차를 더럽힌다는 오래된 민원으로 전지 작업을 했다.
나무의 입장에서 가지를 잘라낸 게 아닌 사람의 요구로 진행한 일이다 보니 거의 모든 가지가 잘려 나갔다.
동네의 새들도 쉴 곳을 잃고, 나무 아래 벤치에서 쉬던 어르신들도 올여름엔 다른 그늘을 찾아야 할 것이다.
봄이 되자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무는 새로운 가지와 잎들을 틔워냈다. 한해 한해 열심히 양분을 흡수하고, 광합성을 하다 보면 다시 울창해질 것이다.
그때엔 저층 주민들도, 차주도, 새들도, 매미들도 같은 시선으로 나무를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