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황새먹이주기 긴급후원에 참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25년 3월 4일 | 멸종위기 야생생물, 멸종위기보호활동

# 눈 덮힌 습지에서 굶주린 황새 21마리를 발견하다.

지난 1월 말부터 백령도에도 눈이 자주 내리고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더니 2월 중순까지 한파가 지속되었습니다. 백령도에 찾아오는 물새들의 중요 휴식지이며 잠자리인 화동습지를 비롯하여 담수호와 논경지의 수로 등 습지 전체가 눈에 덮히고 얼었습니다. 그렇게 대부분의 습지가 몇 주 동안 얼어 있자 백령도에서 월동 중이던 야생 황새 21마리는 먹이 활동을 제대로 못하고 굶주린 채 이 시기를 보내야 했습니다. 황새들에게 이 시기의 먹이 활동은 월동지에서 겨울을 보내고 번식지까지 먼 거리를 날아가기 위해 충분히 먹이를 먹고 힘을 비축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2월 13일, 그 자리에서 조류전문가인 이기섭 박사님과 황새 연구자인 김수경 박사님에게 전화를 하여 황새의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대책을 논의하였습니다. 두 전문가의 자문을 받고 긴급히 먹이를 공급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김수경 박사(예산황새공원)는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2025.2.24.)에서 “황새가 먹이 활동을 위해 부리로 얼음을 깨려는 흔적들이 많이 확인됐다. 그만큼 한파에 이들의 먹이활동이 힘들었음을 보여준다. 황새의 야생성이 사라질 수 있어 사람이 먹이를 주는 행위는 지양한다. 그래서 이번 행사가 굉장히 이례적이었지만 황새가 굶어 죽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필요한 작업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1차, 2차에 걸쳐 배포한 미꾸라지 먹이들

 이번 겨울 동안 백령도에서 머물고 있는 야생 황새 21마리는 지난 2024년 11월 12일 월동지로 이동 중에 백령도에서 일주일간 머물다 떠난 104마리 중 잔류한 일부 무리입니다. 매년 1~3마리 정도의 황새가 며칠 동안 머문 경우가 있었지만, 21마리나 되는 많은 무리의 황새가 백령도에서 월동한 경우는 처음입니다.

1차 먹이 배포는 2월 17일(월) 오후 2시 ~ 3시에 진행하였고, 긴급히 들여온 미꾸라지 20kg을 3곳에 배포하였습니다. 황새들이 긴 시간 동안 굶주리고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먹이를 공급하는 게 중요했는데, 3곳에 1차 먹이를 배포한 후 다음 날 낮에 확인을 한 결과, 2곳에 배포한 미꾸라지는 다 찾아 먹었고 1곳은 일부가 남아 있었습니다. 얼어붙은 갈대 위에 뿌려놓았던 미꾸라지가 갈대와 같이 얼어붙어 먹지 못했던 것으로, 그 다음 날에 다시 확인해 보니 모두 찾아 먹었습니다.

2차 배포는 2월 22일 오후에 2곳에 배포하였습니다. 1차 때와 같은 장소 중에 2곳을 선택하였고, 호수 가장자리에 집중(70%) 배포하였습니다. 2차 배포 후 30분 ~ 1시간 정도 지나자 미꾸라지 뿌려놓은 담수호 가장자리 중에 도로에 덜 노출된 곳으로 황새, 중대백로, 왜가리, 괭이갈매기 등이 몰려와 뿌려놓은 미꾸라지를 찾아 먹는 모습을 확인하였습니다.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수로가 얼어있는 상태였고, 기온이 더 오른 그 다음 날 낮에 관찰해 보니 작은 수로에 황새 무리가 모여 미꾸라지를 먹고 있었습니다.

# 번식지로 이동하는 황새를 위해 이어진 도움의 손길

 긴급 먹이 배포 활동은 2차까지 진행하고 마무리하였습니다. 2차 먹이 공급이 진행된 2월 20일 경부터 기온이 영상으로 오르면서 습지와 호수의 얼음이 녹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부터 기온이 더 오르고 기류가 바뀌는 3월 중순 사이에 황새들은 번식지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백령도 야생 황새 먹이 긴급 공급 활동은 열흘 사이에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섬 지역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도 짧은 기간 동안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여러분들이 함께 돕고 참여해 주셨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긴급 먹이 공급 필요성 여부를 함께 논의하고 판단해 주신 전문가분들, 먹이 비용 마련 모금을 긴급히 추진해 준 인천녹색연합, 모금 공지를 띄우자마자 정말 빠르게 기부해 주신 개인과 단체 후원자 여러분들, 먹이 구입을 위해 여기저기에 알아봐 주신 분들, 미꾸라지를 제때 아침 배편에 실어 보내주신 낚시가게 사장님, 미꾸라지를 냉동과 해동시킬 수 있는 냉동고와 작업 공간을 제공하고 배포 과정을 함께 해 주신 주민분, 영상으로 기록해 주신 감독님, 긴급 먹이 공급 활동 배경과 내용을 기사로 다뤄주신 기자님 등…… 이 모든 분들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야생 황새에게 생명의 시간을 이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지난해 11월 12일 저녁 야생 황새 104마리가 백령도에 도착하고 머문 일주일 동안을 기록하면서, 떠난 줄 알았던 일부 황새들이 잔류하면서 백령도의 겨울을 어떻게 보내는지 관찰하면서, 긴 한파에 오랜 시간동안 굶고 있는 황새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야생 황새에게 먹이 주는 게 적절할지 고민하는 동안 그리고 긴급 먹이 공급을 결정 이후부터는 먹이를 못 구할까봐, 먹이를 제때 못 들여 올까봐, 먹이를 제때 배포 못할까봐, 해동시킨 미꾸라지를 안 먹을까봐, 야생동물 먹이 주는 활동이 낯선 지역정서 상 문제가 될까봐….이러저러한 이유로 지난 겨울 내내 황새 앓이를 하며 보냈습니다. 

처음 마주한 100여 마리의 야생의 황새들, 그리고 백령도에서 겨울을 함께 보낸 21마리의 황새들, 이 모든 상황이 저에게는 처음 겪는 일이었습니다. 상황마다 판단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때 많이 긴장되었고 가끔은 두려웠지만 야생의 황새가 백령도에 머문다는 것만으로 자주 설레였던 경험이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예상치 못한 긴 한파에 긴급 먹이 공급 활동과 비용 마련 긴급 모금을 진행하면서 많은 후원자 여러분들과 백령도에서 월동한 야생 황새들의 소식을 함께 나누게 되어 의미있었고 든든했습니다. 함께 해주신 후원자 여러분들 덕분에 야생 황새에게 생명의 시간이 조금 더 이어졌으리라 생각합니다.

 

* 계좌후원해주신 분은 일시후원 내역(이름, 입금일, 입금액, 연락처)을 이메일(greenic@greenimcheon.org)로 보내주시면 기부금영수증 처리를 해드립니다.  

* 백령도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황해물범사업단의 박정운 단장님이 보내온 후기입니다.  

 [ 백령도 야생 황새 긴급 먹이 공급 활동 경과 및 내용 ]

  • 먹이 배포 기간 및 진행 일시 : 2025. 2. 14 – 28
  • 먹이 비용 마련 : 긴급 모금 진행
  • 먹이 종류 및 공급량 : 미꾸라지 60kg(2회 공급)
  • 먹이 배포 후 모니터링 : 먹이 배포 후 당일부터 3일 동안 관찰. 먹이 먹는 모습, 배포 장소 확인 등
  • 긴금 모금 후원현황 :  계좌후원(42명, 1,552,000원), 일시후원링크(54명, 1,729,000원), 해피빈후원(259명, 740,000원)
  • 이후활동 계획 : 번식지로 이동할 때까지 모니터링 진행(3월 중순), ‘야생 황새 21마리의 백령도 월동 관찰 보고서’ 제작, 백령도 화동습지 이용 물새 모니터링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