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회원인터뷰-③] 🪷미광 선일 彌光 禪一 스님과 함께 두루(彌) 비친(光) 인터뷰🪷

2025년 11월 17일 | 녹색과사람들, 메인-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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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중순 어느 날.
인천 산곡동, 원적산 자락의 법명사.

 

사찰 안에 위치 명상박물관의 응접실 공간에서 미광 선일스님을 만나 뵈었습니다.
차담을 나누며 인터뷰 중, 스님께서는 덤덤히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녹색연합도 이제 AI 써”
“네?!!” 😧⁉️‼️

현대사, AI, 환경, 명상, 불교를 비롯한 여러 종교에 대한 이야기 등
조금 낯설지만 흥미진진했던 선일스님 인터뷰.

글 중간중간에 써 드린 법문과 함께 음미해 보시지요.

 

지금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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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광 선일, 그는 누구인가

선일스님은 인천배달환경이 인천녹색연합으로 이름을 바꾸며 조직을 재창립한 뒤 2년 후인, 1998년부터 인천녹색연합의 공동대표로 2년간 활동해 주신 분이십니다. 인천녹색연합이 환경보호에 대한 열정으로 아주 뜨거웠던 초창기를 함께해주셨죠.

그럼 지금은 인천녹색연합이 환경보호에 대한 열정이 뜨겁지 않냐구요? 아뇨;; 그런 건 아닙니다(허허;;)

어찌됐든;; 선일스님께선 스님으로서 포교에 혼신의 힘을 쏟아 오다시피 하셨고, 포교만 하신 게 아니라, 인천지역에서 환경을 비롯한 시민사회운동과 사회 공헌 활동에 적극적으로 몸담아 오셨습니다.

아주 왕성히 활동해 오신 분답게 세속 나이로 일흔 중반을 바라보고 계심에도 인천녹색연합이 항상 뜨거운 마음을, 열정을 갖고 활동에 임할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듣고 지금 이 글을 쓰며 찬찬히 생각해보자니, 그 열정의 모양이란 어떠한 바람에도 꺼지지 않는… 고요해 보이나 뜨겁게 내연하는 불꽃의 이미지 같은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當勤精進 如救頭然 당근정진 여구두연

“부지런히 정진하기를, 마치 머리에 불붙은 것을 끄듯이 마땅히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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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한 투쟁했지요

스님께 당신의 소개를 부탁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엄혹하고 살벌했던 군부 독재 시절 얘기부터 꺼내주셨어요.

사전조사를 통해 청년시절, 민주화운동에 몸담으시고 불문에 들어오시고 나서도 여러 사회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 오셨다는 이야길 보았습니다. 불의에 항거하며 현대사의 주요 장면들에서 활약해 오신 기억들이 스님의 정체성에 참 중요한 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님이 동국대 재학중이시던 1973~1974년도 당시에는 “데모”를 안 하는 대학생들은 거의 없었을 정도라고 합니다. 거의 학교에서 공부를 못하셨다고 해요.

“아침에 도시락 싸 가지고 학교 올라가다가, 입구서부터 데모가 시작되면은.. 그냥 매일 데모야. 거의 내가 군대 가기 전 4년 동안 거의 데모가 있었으니까… 그때가 (데모가) 제일 치열했지.”

 

흉흉했던 시절, 안기부 직원들이 직접 법당에 찾아와 조사를 당했던 일화 등

스님이 들려주신 과거 이야기에서 암울했던 현대사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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諸惡莫作 衆善奉行 自淨其意 是諸佛敎
제악막작 중선봉행 자정기의 시제불교

“모든 악을 짓지 말고, 온갖 선을 받들어 행하며,
스스로 그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니라.”

 

스님, 사회변화를 느끼다

 

그런데, 종교는 다르지만 옛날에 그렇게 뜨겁게 같이 운동하시던 신부님, 목사님들께서도 이제는 운동을 접으셨다고 해요.

아무래도 이제는 연세가 많으시기도 하고, 또 최근에 기독교계 쪽에서 극우화하는 경향을 많이 띠면서 사회운동을 잘 안 하는 경향을 보이더라는 겁니다.

또 하나 들려주신 안타까운 얘기는 법명사를 포함해서, 모든 절, 절을 넘어 불교, 불교뿐만 아니라 세계의 주요 종교들이 다 쇠퇴하고 있다는 겁니다.
스님께서 법명사에 30대에 자리를 잡으시고 흐른 세월이 어언 40년이 넘었는데요.
그동안 후학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법명사를 스쳐갔지만,지금 절에 남은 사람들 중 젊은 사람들은 별로 없고,
있다 하더라도 스님이 해오셨던 것처럼 사회공헌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려 하지는 않는다 해요.

이건 불교만의 문제도, 한국만의 문제도 아니라는 거죠.

유럽의 경우에도 최근 성당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대요. 더이상 신도들이 찾지 않아서 성당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옛날에 성당으로 썼던 공간이 지금은 빵집, 식당으로 바뀌고.. 미국 같은 경우도 건물을 내놓는 교회들이 많아지고.. 우리나라도 지금 내놓은 절이 많대요.

시간이 갈수록 신도들(특히 젊은 신도들)은 줄어들고.. 대면 예배도 잘 참석 안 하고 있으니 자연스러운 결과겠지요.

저는 최근에 한국인들에게 여러 종교 중 불교가 가장 호감도가 높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어서, 불교는 상황이 괜찮나 보다 생각했거든요.
제 말씀을 들으신 스님께서 딱 잘라 “호감만 갖지”라며 실제 신도 수 증가로는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현재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종교의 모습이 정치적으로 매우 편향되어 있고,

문제적이고, 비윤리적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러한 모습이 덜해 보이는 불교가 좀 나아 보이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호감만 갖지, 안 와. 왜냐하면 (사람들이) 종교라는 걸 보다 보니까 ‘이게 정말 엉망진창이구나(라고 생각하는거지)’
요새 하는 꼴 봐. 종교인들이 다 극우가 돼 가지고. 종교인으로서 올바른 걸 보여주지 않으니까..
옛날에는 우리들이 환경운동하면서 삼보일배도 잘 하고 여러 활동을 열심히 했거든..

(근데) 요새 그런 마음이 없어.”

또 하나 최근 종교가 쇠퇴하는 이유로 미디어 기술의 발전을 꼽으셨어요.
요즘은 불교든, 기독교든 예배가 온라인으로도 다 중계되는 세상이기 때문에, 굳이 절이나 교회,성당에 직접 갈 필요가 없다는 거지요.

이래저래 참, 종교가 위기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

“세상의 모든 것은 무상하도다. 이 무상함을 바로 보라”

 

사용자가 올린 이미지스님께 Smart함과 열정을 느끼다

인터뷰 말미, 스님께 인천녹색연합을 포함한 환경단체들이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할지 여쭤보았어요.

스님께서는 뜻밖의 답과 익숙한 답을 주셨는데요. 바로 AI를 잘 활용하는 것과 말과 글보다는 현장에서 행동하는 인천녹색연합이 되라고 말씀이었어요.스님께서는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대상으로 보고 계시더라고요.

“녹색연합도 이제 AI를 기본 바탕으로 발전해야 해.” “AI를 잘 활용해서 환경운동이 (세상의 변화를) 빨리 따라잡고 빨리 행동해야 해” “프롬프트를 잘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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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님께 “프롬프트”라는 단어를 듣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스님께서 스마트함을 뽐내시며 저희에게 어떤 AI를 쓰면 좋을지 추천까지 해주셨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열정을 갖고 항상 뜨거운 마음으로 활동할 것을 강조하셨어요.
그렇게 항상 뜨거운 마음을 갖고 있으면 ‘내’가 타버리지 않겠냐는 짖궂은 제 질문에

“뜨겁다는 게 불이라고만 생각하면 안 돼. 열정은 나의 의식의 어떤 확고한 발현이니까..
그래야 에너지가 생기고 그렇지. 늘어지면 그냥 잠자다가 죽는 거고.”

덤덤하게 한방을 날려주시던

미광 선일스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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應無所住 而生其心 응무소주 이생기심

“머무르는 바 없이 마음을 내어라”

 

(끝)

돌아온 회원인터뷰는 2년차 신입활동가 머금돌과 고참활동가 보름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때론 가볍게, 때론 무겁게.

인천녹색연합 회원과 함께, 인천 환경과 삶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글로 정리하여 독자님들께 전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