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회원인터뷰-④] 주변을 살피는 사람 – 조류충돌·마을·공동육아, 숲모람 이야기

2026년 1월 28일 | 녹색과사람들

안녕하세요! 햇살 머금은~ 머금돌 활동가입니다.

돌고 돌아 2달 만에 독자 여러분들께 인터뷰 컨텐츠를 들고 찾아왔어요! 

2달이 지나니 어느새 해가 바뀌었네요. 병오년, 올 한 해도 이 글을 읽어 주시는 독자님들 모두 건승하시고 하시는 일 잘 되기 바랍니다. (꾸벅)

인천녹색연합에서 활동한지도 어언 2년이 되어가는데요. 활동가가 되기 전과 후, 달라진 것도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모르는 것투성이지만, 활동가가 되기 전에는 일상 속에서 마주치게 되는 다양한 생명들이 제게 구체적인 이름 없이 그저 나무들, 꽃, 풀, 곤충, 새일 뿐이었었습니다. 알면야 좋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했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알아가야 할지 몰라 엄두도 못 냈었습니다. 특히 새의 경우 참새, 까치, 까마귀, 비둘기 정도나 구분할 줄 알았습니다. 컴퓨터에서 새 폴더를 만들면 왕왕 보게 됐던 직박구리가 흔하게 볼 수 있는 새라는 것, 공원 등 도시 공간에서 오색딱따구리, 물총새, 상모솔새, 박새 같은 다양한 새들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금. 스스로가 왠지 대견스럽기까지 하네요.(웃음)

 

새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오늘 소개드릴 인터뷰의 주인공이 바로 이 ‘’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새라고 하면 바로 탐조가 떠오르지요? 하지만 제가 드릴 이야기는 조금 어두운 이야깁니다.

도시에는 사람의 편의만을 고려해 세워진 인공 건축물들이 참 많죠. 도로나 아파트 근처를 지나다 보면 마주하는 투명방음벽도 바로 그중 하납니다. 2019년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의 발표에 따르면, 한 해 방음벽을 포함해 유리창 같은 인공구조물에 부딪혀 죽는 새가 약 800만 마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조류충돌 문제를 알리고 새와 사람이 조금이나마 공존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인천녹색연합과 생태교육센터 이랑은 2021년부터 “새친구in天(인천)”이라는 제목으로 협업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시민 혹은 기업 관계자들과 직접 방음벽에 저감스티커를 부착하는 캠페인도 진행하고, 시민 및 회원들과 함께 인천 관내 조류충돌 유의지점 모니터링, 모니터링단원 양성과 조류충돌 문제 인식을 확산하기 위한 교육도 진행해왔지요. 오늘 만나 뵌 정나윤 회원님도 작년에 있었던 바로 그 조류충돌 모니터링 교육에 참여해 주신 분입니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일으킨 변화

정나윤 회원님의 자연이름은 ‘숲모람’이라고 합니다.(이하 숲모람) 덩굴식물인 모람 앞에 숲을 넣어 “숲에 기대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간다”는 의미로 정한 이름이라고 해요^^ 숲모람께서는 동네에서 공동육아 공동체 활동을 하고 계신데, 아이들에게 숲을 연결시켜 주고싶어서 찾아본 결과, 인천녹색연합을 알게 되셨다고 합니다. 공동체 활동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에서 이어서 말씀드릴게요^^ 마침 인천녹색연합에서 숲해설가전문과정을 운영 중이어서, 별다른 고민없이 신청해서 수강하셨을 정도로 자연과 생명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셨습니다. 이후, 숲해설가 교육을 들으시며 관계 맺은 다른 회원분과 새친구in天 조류충돌 교육을 통해 조류충돌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되시고는 꽤 충격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오고가는 길에 항상 지나치게 되는 김포 필봉산과 학운산 사이에 자리한 어느 도롯가 방음벽이 숲모람의 눈에 들어왔답니다. 혹시나 싶어 방음벽 밑을 찬찬히 훑어보니 부딪혀 죽은 것으로 보이는 새들이 꽤 보이더라는 거죠.

숲모람이 모니터링했던 김포의 어느 방음벽 구간

 

보통이면 안타까워하고 말 텐데, 숲모람은 거기서 멈추지 않으셨습니다. 조치가 취해졌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에 혹시나 싶어 모니터링을 통해 기록한 새 충돌 흔적들, 사체 사진들을 모아 국민신문고로 민원을 넣으셨대요. 반갑게도 처리하겠다는 답변을 받기도 했지요. 그런데, 그렇게 답변을 받은지 다섯 달이 흘러도 아무런 조치가 없어서 그냥 말뿐이었나 생각하고 계시던 중, 작년 가을, 기적처럼 방음벽에 스티커가 붙여져 있더라는 거죠! 숲모람의 관심과 노력이 변화를 만든 겁니다! 이렇게 조류충돌로부터 새를 살릴 수 있도록 민원 넣는 방법은 따로 또 공유드리도록 할게요!

 

 아버지께 배운 생명을 대하는 자세

이렇게 숲모람을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만든 것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사실 숲모람의 생명을 구하려는 마음과 적극성은 인터뷰 이전에도 다른 회원분께 전해 들은 바 있었는데요. 숲모람은 어쩌다가 길에서 유기됐거나 다친 고양이, 강아지들을 만나게 되면 그 아이들을 치료해주고 주인을 다시 만날 때까지 보호해주곤 하셨답니다. 지금 같이 살고 있는 고양이 네 명命도 비슷한 계기로 만나게 되었다고 해요. 못 키우겠다고 해서 데려온 고양이가 둘, 누군가와 함께 살다가 유기된 고양이 둘은 주인을 찾아주려고도 했으나 결국 찾지 못하고 같이 살게 됐다고 합니다. 원래는 여기에 더해 강아지 두 명이 더 있었다는데요. 2009년,어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못 키우겠으니 지금 누가 당장 데려가지 않으면 버리든가, 보호소에 보내버리겠다”는 글을 보고서 데려온 아이들이었는데, 재작년, 작년 연이어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하네요. 아픔을 잘 보듬어준 덕분인지 나름 오래 살다가 떠났다고 합니다. 인천녹색연합에서 숲해설가 교육을 통해 잘 알지 못했던 숲이란 세계를 만나고, 새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기고, 조류충돌 문제를 더 깊이 알게 되면서 자연스레 새도 구하고 싶은 마음이 드셨나 봅니다.

 

 

 활동을 하며 사람을 만나다 보면 종종 이런 궁금증이 들곤 합니다. ‘이 선생님께서는 어떤 경험을 하셨길래, 오늘 이 활동에 함께하고 계신 걸까?’, ‘이 분의 어린시절은 어땠을까?’, ‘환경과 자연을 소중하게 느끼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까?’ 같이요. 숲모람이 아주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다친 수리부엉이를 집에 데려오신 적이 있으셨답니다. 아버지께서 야생동물 구조를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은 아니셨지만, 당시에는 신고해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기관이 없어서, 당신이 특별히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네요. 다행히 수리부엉이에게 큰 외상이 있지는 않아서, 그냥 기력이 회복할 때까지 집에서 몇 일 잘 돌봐주었다가 숲으로 다시 보내주었답니다. 하지만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 숲모람이 잊지 못할 정도로 그때의 기억은 참 인상적이었나 봐요. 기력을 회복한 수리부엉이가 숲으로 다시 되돌아가는 모습을 지금도 기억할 정도로 감동이었다네요. 이 경험을 통해 “살린다는 의미가 굉장히 크”다는 것을, “나도 뭔가 (생명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온 마을’, 이미 하고 있어요

숲모람은 생명에 대한 감수성만 뛰어나신 분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동네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 분이셨어요. 숲모람은 김포의 어느 신도시에 10년째 살고 계신데, 5년 전, 아들 민솔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해에는 문제가 생겼죠. 갑자기 늘어난 동네 아이들 수 대비 학교 등 돌봄 인프라가 충분치 않았던 겁니다. 학교에서 정한 방과후프로그램의 정원은 항상 눈깜짝할 새에 다 차버리는 일이 일쑤였고, 신청에 실패한 집의 아이들은 당장 오후에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없어서 문제였답니다. 하지만 일이 어려워질 때는 항상 힘을 모으면 해결책이 보이곤 하지요?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가족들 중 누군가가 공동육아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제안을 했고, 이에 동의한 여러 가족들이 뭉쳐 실제로 공동육아를 실천한 겁니다!  <오늘엄마> 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이 김포 신도시의 공동육아 공동체는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 ‘오늘 하루의 육아를 견디는 시간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 ‘성장하는 여행’으로 바꾸어’간다는 것을 모토로, 동네의 아이들과 양육자들이 함께 민주적인 방식으로 공동체를 운영해 나가며 여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답니다. 공동육아를 시작하면서 숲모람의 일상은 많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아이들 하교 시간에 맞춰 함께 모이고, 번갈아 가며 아이들을 돌보고, 함께 밥을 먹이고, 숙제를 봐주고, 가끔은 다같이 동네를 산책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처음엔 다들 서툴렀죠. 근데 하다 보니까 이게 누군가에게 맡긴다는 느낌이 아니라 같이 키운다는 감각이 들더라고요.”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익숙한 격언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숲모람께는 그 말이 어떤 설명이나 이론이 아니라 이미 실천 중인 삶의 방식이었습니다.

숲모람께서 하고 계신 활동의 범위는 공동육아와 아이들 안에만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숲해설가 교육을 통해 배우게 된 것들을 자신이 해 온 활동에 녹여내며 동네에서 적극 활용하고 계셨어요. 작년에는 김포문화재단 주민자치사업에 선정돼, 아파트 단지 안에서 ‘나무 QR 지도 만들기’ 같은 활동을 진행하셨답니다. 단지 안에 있는 나무들 가운데 몇 그루를 정하고, 아이들이 도토리로 만든 뽑기를 통해 ‘자기 나무’를 하나씩 맡는 방식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지도를 들고 단지 안을 돌아다니며 자기 나무를 찾고, 그 나무의 인상을 그림으로 남기기도 하고요. 나무에 걸은 목걸이 같은 푯말의 QR 코드를 찍으면 그 나무의 이름과 이야기, 숲해설 내용을 들을 수 있게 구성했고요. 참 기발하지 않나요?

아파트 단지 내 아이들 대상으로 나무 이름표 달아주는 활동을 진행하는 모습

 

“아파트 단지 안에 어떤 나무가 있는지 사실 잘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잖아요. 지나가다 한 번쯤 궁금해지고, 아이랑 같이 (나무를) 보게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어요.”

공동육아든, 아파트 단지에서의 나무 활동이든, 숲모람의 이야기는 늘 비슷한 자리에서 시작됐습니다.

‘내가 사는 곳’, ‘내 주변에서’, ‘조금 더 잘 보이게 만드는 것’.

숲모람은 아이에게도 ‘환경을 지켜야 한다’거나 ‘이건 옳고 저건 틀리다’는 이야기를 굳이 하지 않으신답니다. 대신 같이 걷고, 같이 보고, 같이 놀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길 바란다고 합니다. 

“아이도 그냥 보고 느끼면 된다고 생각해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느끼는 건 다 느끼더라고요.”

또, 본인의 활동을 ‘대단한 일’로 말씀하지는 않으셨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답답했던 시간과, 그 답을 하나씩 알게 되어가는 쪽으로 겸손하게 말씀해주셨죠. 대단한 결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알게 되었고, 그래서 마음이 불편해졌고, 그 불편함을 그냥 넘기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 조류충돌 모니터링도, 민원도 모두 그런 흐름 안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숲모람은 스스로를 ‘활동가’라고 하기엔 어렵다고 하셨지만, 제 생각엔 충분해 보였습니다.^^ 독자님들, 그렇지 않나요?

앞으로는 아이들과도 조류충돌 모니터링을 함께할 거라는 숲모람. 동네에서, 이웃들과, 또 아이들과 함께 부지런히 나아갈 그 걸음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