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인터뷰] 김은영 회원님을 만났습니다.

2019년 5월 2일 | 양서류

“계양산 도롱뇽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살아있다. 대한민국에 신고합니다! “

 

글쓴이: 바오밥(김현희)

“여름에 갑오징어가 참 많이 잡혔어요. 낚시대만 바다에 들이대면 바로바로 잡혔어요. 빨간 고무 다라(?)에 한움큼 오빠들이 잡아와서 오징어살 대신 내장을 먹기도 했어요. 오징어는 너무 많이 먹으면 속이 쓰리거든요. 바닷가에서 헤엄치고 놀기도 하고 산 밑에 웅덩이 비가 내린 뒤에 가보면 물이 고여 있는 그곳으로 가죠. 동네에 큰애 작은 애 할 것 없이 모두 가서는 자동차 튜브 바람 불어서 거기 위에 올라타서 물위에 띄어 타곤 했어요.”
첫 인터뷰 내용으로 “선생님 고향 얘기 좀 해주세요.” 했더니 이렇게 재미난 어린 시절을 쏟아낸 이달의 회원 만남 주인공은 개똥이님이다. 작년 11월부터 김상하님을 시작으로 계양산을 지켜낸 회원 만남 스토리를 엮어보는 일은 또 하나의 인천에 대한 역사를 기록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똥이님 역시도 계양산을 지켜낸 분 중에 한 명이다.
“봄이면 동네 산에 올라가면 풍란이라고 하는 란 꽃이 피는데 꽃대를 꺽어 먹곤 했어요. 늦봄에 꽃이 피면 온 산에 난초향이 진동을 해요. 동네 아이들은 한주먹씩 꺽어서 먹곤 했어요. 그런데 어느날 란을 캐러다니는 사람들이 난초를 한보따리씩 캐가고는 ….”

9남매 중에 막내라는 회원님. 부모님이 모두 40살 훨씬 넘긴 나이에 늦둥이 아이를 낳은, 소 먹이인 풀을 베어(소꼴) 담은 지게 안에 어린 딸을 실고 해질녘 집으로 돌아오는 늙으신 아버지. ♬ 내사랑아 내사랑아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늙은 아비 혼자 두고 영영 어딜 가느냐 ♫
회원님의 인터뷰 글을 정리하자니 노랫가락 한 소절이 생각이 나서 적어본다. 본격적으로 개똥이님의 계양산 스토리를 풀어보겠다. 어떻께 해서 녹색과 인연이 닿았냐는 질문에
“ 굴포천에 맹꽁이 수호새 굴포천 살리기 시민모임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평소 양서류에 관심이 많은 터라 롯데가 계양산에 골프장을 만들기 위해 도롱뇽 2마리 밖에 없다는 어이없는 소리를 듣고 생태교육 받으신 분들이 모여 계양산 친구들 모니터링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도롱뇽이 살고 있는 곳에 롯데가 포크레인과 트렉터를 가져와서 다 묻어버린거에요. 도롱뇽 알이 잘라져있어 죽어있는 게 너무 많았어요. 땅속을 맨손으로 무작정 팠어요. 그랬더니 도룡뇽 죽은 애들이 무수히 나왔고 울먹거리며 팠어요. 안되겠구나, 이렇게 해서는 안되겠구나, 토끼풀, 은방울꽃 박하랑 맨손으로 땅을 파며 울먹거리며 땅을 팠던 그때가 생각나요. 손가락이 아픈 줄도 모르고 팠었죠.”
우리가 지켜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 그러면 우리 애들 하고도 놀 자리가 없어지겠구나 하는 생각. 그런 일이 있고 나서 방송사에서도 취재를 해가고 뉴스에서도 보도가 되고 이슈가 되었단다.

“제일 힘들었던 적은 롯데 관리인이 낫들고 와서는 보름나무를 낫으로 찍었던 적도 있었는데 그때 무서웠어요. 롯데와 싸우던 때 저랑, 달팽이, 나무꾼이랑 도롱뇽 모니터링 해보자고 시작했죠. 11월 한밤중에 셋이서 둘러앉아 이런저런 얘기하고 있는데 발등에 도롱뇽이 툭 하고 떨어진 거에요. 깜짝 놀랬어요. 11월이면 이미 동면하는 시기에 도롱뇽이 어디선가 나타나서 그 밤중에 발등에 툭 하고 떨어진 게 그때 정말 잊지 못해요. 어쩌면 그때 일로인해서 끝까지 싸웠는지도 몰라요. 도롱뇽이 살라달라고 외치는 소리인 듯 했어요.”
계양산을 지키기 위해 롯데와 징하게(당시 사람들의 표현을 빌리자면)함께 싸웠던 한 사람 개똥이님. 항상 힘들 때 가면 안아주고 늘 그 자리에 있는 계양산, 한때 불안장애가 있었는데 계양산으로 인해 치유가 되었다는 회원님. 도롱뇽이 알을 품고 알을 낳는 계절 2019년 계양산의 봄은 다시 찾아왔다. 계양산 골프장 폐지 소식은 그 어느해보다도 계양산 도롱뇽의 알품기는 행복했겠다. 계양산 도롱뇽을 지켜낸 개똥이님의 생명사랑으로 인한 생명실천은 인천 시민 모두의 자랑이자 승리이다.

개똥이샘….진심으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