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눈 친구들은 어땠을까? 4일밤을 지내면서 주로 생각했던 것이 그것이었다.
친구들은 어떨까, 볼음도 이후 친구들의 일상은 어떨까.
5일을 보내고 와서 내가 맞이한 일상에서 알게 된 건 오히려 이것이다.
아, 내게 스며들었구나, 아이들이, 볼음도가.
해뜨면 일상을 시작하고, 해가 지면 밤맞이를 하고 잠자리에 드는 것.
우리 몸이 가장 편안해하는 일상의 시작과 마무리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친구들은 밤산책을 하기도 했지만 ^ ^ 그것은 친구들만의 즐거운 추억이 되겠지요.) 인위적으로 전기나 초를 더 쓰지 않고, 해의 흐름에 맡겨 낮에 할 일들을, 필요한 일들을 해놓고 해가 지면 편안한 휴식의 시간을 갖는 것이요. 물론 모기 때문에 혹독한 경험을 했지만, 그렇게 모기가 많아진 것도 결국은 우리 인간들이 만든 것이라고 하지요. 인간이 균형을 깨뜨린 자연의 모습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모기로 힘들고 괴로워하면서도 게눈친구들은 잘 견디어냈습니다. 마지막 날엔 날씨도 선선했지만 모기장 관리를 잘해야한다는 지난 3일의 경험으로 조금 덜 물리기도 했고요.
4번의 밤맞이 동안 4명의 이쁜 처자들이 있는 우리 모둠은 그날의 소중한 물건들에게 말을 걸어보는 것을 했는데, 처음엔 쑥스러워서 “말 그만 걸으면 안되나요?”라고 했던 친구들이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잘 쓰더라고요. 저는 그것이 친구들을 위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사실은 저 자신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나와 일상을 함께하는 물건들에게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속으로 말을 건네기도 하고, 더욱 존중하는 마음도 생기고요.
또 집에서 성가시게 생각하곤 했던 개미를 대하는 마음도 달라졌습니다. 전에는 개미들이 우리집에 찾아오면 신경질이 나고, 없애고 싶은 생각부터 앞섰는데 볼음도 다녀와서는 곳곳에서 마주치는 개미들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네게 되었어요. 그냥 그들의 존재가 전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제 안으로 다가오고 들어오게 되네요.
다같이 캔 오밀조밀 울퉁불퉁 잘생기기도 한 감자들을 모래밭에 묻어놓고, 신나게 해수욕하는 친구들을 바라보며 수박도 먹고~
오랜만에 넓게 펼쳐진 갯벌을 보고, 갯벌에 들면서 정말 갯벌은 아름답다라는 생각을 다시 했습니다.
친구들이랑 정~말 재밌게 갯벌 속에서 놀기도 했지요! 그렇게 각자 다른 모습으로 열려있는 친구들의 모습도 아름답다고 생각했어요.
저의 경우에는 사람의 첫인상보다 함께 지내면서 알게 되는 인상이 더 많이 좌우하는데 이번 4박5일에서도 그랬던 것 같아요. 첫날에 느꼈던 것과 달리 깊이 있는 친구들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고요. 그런 모습들은 감자를 캐면서, 가마솥 밥을 하면서, 반찬을 나르면서, 청소를 하면서…… 그렇게 일상을 나누면서 보게 되지요.
우리들의 이야기, 고민쪽지를 통해서도 많은 것들을 보았습니다. 친구들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더 잘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요. 내 고민을 남 앞에 내놓는 것도 쉽지 않더라고요. 그것이 익명이라 하더라도.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나라는 사람을 한번 더 생각하게 되고, 서로 그렇게 내어놓은 고민에 각자의 조언을 보태주면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아, 저 친구는 저 고민의 시기를 지나왔구나, 그래서 생각도 많이 해보고 나름의 성장을 했구나 혹은 엇, 저 친구의 고민은 나도 하는 고민이네, 다른 사람들은 어떤 답을 해줄까? 이런 생각들 속에서 실제로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도 나오고, 재미도 있었어요.
땀을 뻘뻘 흘리며 진지하게 그레질을 하던 친구의 모습도 떠오르고, 동생들을 어른스럽게 이끌고 챙겨주던 친구들의 모습도 떠오릅니다. 동네를 한바퀴 돌면서 풀, 꽃을 맛있게 따먹으며 신나게 걷던 모습들도 떠오르고 짭쪼름한 칠면초와 나문재를 가리키며 손짓하던 친구의 웃는 얼굴도 떠오르네요.
1살부터 15살까지의 인생선에서 즐겁고 슬프고 화났던 기억들 중에 볼음도는 어느 선에 적혀있을까.
그리고 16살부터 남은 날들까지 또 즐겁고 슬프고 화나는 순간들을 친구들은 어떻게 자신을 지켜보고 다른 이들과 나누고 현명하게 인생의 선을 그어나갈까.
제게 그렇듯
함께한 친구들에게도 , 볼음도의 일상이 우리의 또다른 삶의 일상에 힘이 되는 기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가마솥밥 짜잔~
솥의 눈물을 친구들과 다들 지켜보는 재미란 ^ ^
저녁밥을 기다리던 하늘
배는 고팠는데, 하늘은 무심하시지,,, 저혼자 태평히도 아름답다
802년 되신 은행나무할아버지 앞에서 맞이하는 경이로운 아침, 해님
아침맞이하러 가던 길, 고요한 새벽의 볼음도길
쫑쫑쫑쫑 – – – – 메뚜기가 꽃먹은 흔적~ 이쁘기도 하지요
마지막에 모기연기를 기가막히게 잘한 채은이의 작품~ (초록지렁이의 등 무늬는 많이 떨어졌네요 ^ ^)
달맞이꽃을 잎에 문 들풀~ ^ ^ 냠냠 오리같아요
달맞이꽃이 참 달콤하다는 것을 알게되었어요.
볼음도에 오면 만날 수 있는 반가운 친구, 큰주홍부전나비
저수지 둑방길에서 만난 풍경이에요. 사데풀이 우리의 길을 열어주고 반겨주고~
둑방에 앉아 들풀모듬 친구들의 화음도 듣고요♬
저녁준비하는 사이에 비내린 논길을 걸었어요. 배가 고파서 산딸기를 따먹고 싶었는데, 이런…
친구들이 이미 휩쓸고 간 다음이었더라고요. 한발 늦었어 ㅠ ㅠ
촉촉하고 싱그러운 논의 풍경
꽃잎이 비뚤빼뚤이어도, 넌 그대로 참 이쁘구나
나무 아래에서 나무와 볼음도와 함께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신 것도 떠오르고,
친구들의 재밌고 의미있는 발표도 생각나네요
은행나무 할아버지는 800여년의 세월동안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을 들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