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연수(남, 남동)구 초록동무들과…

2013년 4월 15일 | 초록동무

나무들이 잎 돋우는 잎새달에 만난 초록동무들, 비예보로 걱정을 했지만 새벽에 그쳐 다행이었어요. 김도혁, 김민주, 변상훈, 양지훈, 오세영, 유연정, 유지찬, 편도준, 고현석, 최하은 등 열 명의 초록동무들과 함께했어요. 환절기에 감기 걸린 친구들과 집안행사로 함께하지 못한 친구들이 있어 아쉽네요.
시작 전에 연수구 전체 모둠이 황사놀이를 하면서 나무가 주는 고마움을 생각해요.

 
청량산 주인님들께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인사를 하고 산에 오릅니다. 나무들은 저마다 잎과 꽃을 피우고 풀들도 파릇파릇 많이 자랐어요. 보송보송 털을 갖고 있는 앵두나무와 끈적거리는 나뭇잎을 달고 있는 철쭉을 만져보고 ‘이 친구들은 왜 그럴까?’생각해요. 나무들이 각기 자신을 보호하고 사랑하는 방법이 다르듯 우리 친구들도 각자 다른 개성이 있고 표현하는 방법들은 조금씩 다르지만 그래도 우리는 모두 소중한 존재임을 알고 있죠?^^
날씨 때문에 점심을 준비하지 않은 날이라 오늘은 자연이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 먹을 수 있는 친구들에게 특별히 고마움이 컸어요. 원추리 새싹과 쑥, 찔레나무 잎을 맛보며 미안함과 고마움을 몇 배로 느끼는 날입니다.
 
햇살 가득 받은 진달래 빛이 정말 찬란합니다. 인간이라는 한 종이 저마다 생김새가 다르듯 진달래도 각각 흰빛부터 진분홍빛까지 다양해요. 먹을 수 있는 참꽃 ‘진달래야, 미안해. 고마워.’ 인사하고 하나씩 따서 맛을 봐요. 기다란 암술로는 끊기 시합을 하고요. 


 

봄꽃들을 관찰하는데 세영이가 ‘선생님, 이것은 무엇인데 여기 있을까요?’ 물어요. 잘려진 기다란 칡덩굴이었어요. 즉석에서 놀이들을 시작해요. 줄넘기, 림보 등 정말 함박웃음 나는 신나는 놀이들이에요. 자연은 우리에게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할 수 있는 장난감을 줍니다. 아무 대가가 없는데도 말이죠.


 

뱀밥이라 불리는 쇠뜨기 생식줄기들이 소나무 밑에 장관입니다. 뱀밥으로 하는 블록놀이도 신기해요. 애기똥풀로 손톱에 물들이고 제비꽃 반지도 만들어요.


 
지난달에 계곡산개구리 알 덩이들이 많았는데 이제 제법 자란 올챙이들이 새까맣다고 아우성입니다. 조릿대로 배를 만들어 올챙이도 태워줘요. 
 
지난달에 3년 만에 청량산에 도롱뇽이 나타났다고 했죠? 물줄기 공사를 하면서 못 보던 도롱뇽을 만났었는데 드디어 오늘 도롱뇽이 낳은 알 덩이를 만났어요. 그래요, 자연은 그대로 둔다면 언젠가는 다시 원래로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감격스러운 순간입니다.
 
개망초 뿌리 잎으로 제기차기 시합을 하다가 넘어진 백리향, 집에 와보니 바지 엉덩이에 구멍이 났어요. 긴 겉옷이 아니었으면 종일 창피할 뻔했어요. 

 
생강나무 꽃으로 보온병에 담아 온 물에 몇 개 담았더니 향긋한 꽃차가 만들어졌어요. 우리 착한 초록동무들이 생생한 꽃은 못 따고 지고 있는 꽃을 따서 그 향은 덜했지만 맛은 진하답니다. 
 
생강나무 암꽃과 수꽃, 암꽃은 수술이 퇴화되어 수꽃보다 덜 풍성해보이죠?
생강나무 암꽃

생강나무 수꽃

생강나무 꽃과 비슷하지만 꽃자루가 올라온 산수유, 산에서 만나는 생강나무와 달리 산수유는 들에 심었지요.

초록동무 마치고 내내 생각이 맴돌아요. 오늘 도혁이는 우리가 가는 길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요. 저는 진행을 하느라 놓쳤는데 민주 어머님께서 비닐봉지에 도혁이가 주은 쓰레기를 모으고 계셨어요. 나중에 친구들 앞에서 얘길 하려고 했더니 도혁이가 ‘그러는 거 싫어요.’얘기하네요.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에요.
‘선행은 무철적, 착한 일을 함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라는 노자이야기를 가슴에 새기고 있어야지 마음만 먹었었던 것이구나! 반성하며 하루를 정리합니다.

도혁아,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