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소도태와 송아지고기 소비권장 ?

2012년 1월 14일 | 고기없는월요일

암소도태와 송아지고기 소비권장 ?

 

최근 축산농가들의 시름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작년 구제역 한파로 얼어붙었던 축산경기가 회복되기는 커녕, 농민들의 한숨소리만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소들이 늘어나고 있다. 차라리 안락사를 시키는 게 낫겠다는 벼랑 끝에 내 몰린 절박한 축산농가에게 정부에서 내놓은 대책들은 정부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지속가능한 먹을거리 정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우유를 생산해 내는 젖소와 암컷의 수를 늘리는 대신 2,3등급 암소를 도태시킨다는 정책은 근본원인은 돌아보지 않고 급한 불만 꺼보겠다는 근시안적 조치이다. 몇 년 전부터 계속 반복되는 인수공동전염병으로 인한 폐해는 축산농가 뿐 아니라, 다수 국민들의 목숨과 건강을 앗아갔다. 동물과 사람의 몸을 숙주로 기생하는 바이러스의 경우, 공장식 밀집사육 환경이 유전적으로 강인해지도록 면역반응을 반복할 수 있어 점점 수퍼바이러스로 진화되는 반면 이에 대한 대응으로 남용되는 과도한 항생제사용은 숙주의 면역력을 약화시킨다. 게다가 철저하게 동물들의 생태적인 조건들은 무시된 채로 단지 인간의 먹을거리라는 입장에서만 품종개량을 시켜온 덕분에, 점점 동물들의 유전적 다양성이 감소되고 약한 유전자로 퇴화되고 있다.소에게 매겨진 등급판정의 기준은 육질에 있는데,사람의 입에 부드러운 육질을 가진 소가 건강하고 유전적으로 우량한 소는 절대아니다.

 

육질이 부드러워 외국에서 고급요리로 알려진 송아지(veal)요리를 생산하는 과정은 이를 말해준다. 부드러운 육질을 만들기 위해 송아지들은 태어나자마자 어미와 격리되어 16-18주간 햇빛 없는 방에 감금된 채로 철분을 제거한 고단백유동식을 먹는다. 움직이면 근육이 질겨지기 때문이다. 단지 사람의 입맛을 위해 철분부족으로 빈혈에 걸리고, 가족과 떨어져 움직이지도 못하고 만들어진 송아지고기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잔인한 고기로 알려져 있다. 자연상태의 소는 평균수명이 약 30년 정도이고, 유전적으로 인간과 80%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감정을 가진 생명체이다. 살기 위해 육식을 하는 문화는 어쩔 수 없다지만, 정책적으로 어린 송아지를 정부가 나서서 소비하도록 부추기는 것은 부도덕한 살생을 권장하는 일이요, 도덕과 예를 중시해온 한국의 전통적인 가치와도 맞지 않는다. 평화를 사랑하여 흰옷을 즐겨 입었고, 산천초목에서 나오는 평화로운 먹을거리로 차려진 아름다운 전통음식문화를 가진 대한민국에서 정부가 국민들을 대상으로 어린 송아지를 많이 먹으라고 장려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채식을 즐겨하여 동아시아권에서 소장길이가 가장 짧았던 한국인들의 육류소비는 이미 스테이크를 주식으로 하는 미국의 80% 수준에 육박한다. 그 많은 육류를 좁은 대한민국 땅에서 생산해낼 수 없어 수입육에 의존하게 되었고, 광우병, 조류독감, 신종플루와 구제역을 겪게 된 것이다. 이제 우리는 고기소비를 줄이는 대신, 생산자와 소통하는 안전한 국내산 먹을거리를 제값 주고 소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정부는 공장식 축산을 복지축산으로 전환하도록 농가를 교육하고 지원하여 앞으로 비위생적인 환경과 항생제남용으로 인한 무참한 전염병 홍수로부터 국민들과 축산농가를 보호해야 한다.

 

이미 막대한 정부예산이 구제역위기를 겪으면서 투입되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반복하지 말고, 지속가능한 복지축산을 위해 과감하게 예산을 책정하여 농가수입을 보장해 주는 완충지대 역할을 해 주길 바란다. 좋은 정부란 위기에 처한 국민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정부이다. 무엇보다 이미 너무 많은 상처로 얼룩진 축산농가들의 가슴을 진정으로 어루만져 주어야 할 것이다.

 

 

글. 이현주 (한약사, 고기없는월요일 대표)

* 인천녹색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3-04-22 1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