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산 도룡뇽 위령제 – 3/26(목)

2009년 3월 27일 | 계양산친구들, 소모임

2009년 3월 26일 목요일, 
인천녹색연합 계양산친구들 3모둠 모니터링이 있는 날, 생각지 못했던 비가 촉촉하게 내렸습니다.

그 날 오전, 계양산에 발걸음 하는 내내 차분한 마음이었던 건,
며칠전에 처참하게 죽은 도롱뇽들의 사진을 본 탓일까요?
아마 여러분들도 인터넷이나 신문이나 우리 녹색 홈페이지에서
도롱뇽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소식을 알고 계시죠?

봄이 오기 전부터 계양산친구들은 계양산 양서파충류 모니터링을 하면서
도롱뇽과 산개구리 알들을 계양산 곳곳 웅덩이에서 꾸준히 지켜보고 관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직접 눈 앞에서 본 도롱뇽들의 처참한 죽음은
실로 분하고 억울하고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나무요일 오전 3모둠 모니터링을 마치고 위령제를 위하여 그 곳으로 향했습니다. 
위령제를 위한 자리에는 계양산친구들 모니터링단과
도롱뇽들의 소식을 접하고는 마음이 아파 달려오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또, 직접 그 자리에 오셔서 함께 하진 못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마음을 보내주시는 분들도 함께 했습니다.  


소박한 제사상에는 이름모를 작은 보랏빛 꽃도 있었습니다.

초록동무 다함이가 학교에 가져가려고 했던 꽃을
도롱뇽 위령제 소식을 듣고  선물해주었습니다.
 


함께 하신 분들이 아름아름 싸오신 음식들입니다.

사과, 한라봉, 주먹밥, 김밥, 김치, 두부, 빈대떡, 막걸리……
한 분 한 분의 정성이 모인 소박하지만 예쁜 제사상이었습니다.  


도롱뇽이 죽어있던 장소는 계양산친구들 1모둠 모니터링 장소입니다.

1모둠 모니터링장님이신 푸른숲 선생님께서
도롱뇽의 죽음을 애도하며 바치는 편지를 읽어주셨습니다. 
푸른숲 선생님의 진심 담긴 장엄한 목소리에 다들 숙연해졌습니다. 

 


새봄교회 이진권 목사님, 대책위 사무처장 하늘타리님도 함께 했습니다.

초록동무 선생님, 은방울꽃, 분홍여우 샘도 보입니다.


해미산, 박하, 초록지렁이와 함께 멀리 남원에서 오신 하늘말나리님과

아기를 업고 온 보름도 함께했습니다. 


개별사진이 빠졌지만 늘 계양산 일이라면 열성으로 마음 내어주시고

모니터링도 열심히 하시는
초록동무 토끼풀샘, 자운영샘, 이슬샘도 함께 하셨습니다. 
열정을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지구인이십니다. 


 진행을 맡으셨던 계양산친구들 모임장 개똥이 선생님께서

 말씀 하시던 도중 흐르는 눈물에 말문을 잇지 못하고 계시네요…
계양산을 사랑하는 마음,,, 도롱뇽과 개구리를 특히나 예뻐하던
 개똥이 샘이시니 얼마나 마음 아프셨을까요.
 


계양산 도롱뇽 위령제에 오신 분들이 돌아가면서 한 말씀씩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셨습니다.

초록동무 보조교사 해미산 선생님이 말씀하고 계십니다.


초록교사 중에 개그맨으로 통하는 그녀가 오늘은 말문을 잇지 못하고

말씀 중에 계속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인천은 정도 안가고 내가 언젠가 떠나야 할 곳이라 생각했는데…
인천녹색연합에서 활동하면서 초록교사를 하면서…
특히 계양산을 오면서 그런 마음이 점점 사라지더라…
근데 이렇게… 생명들에게 이런 짓을 하다니 하며 눈물을 훔치십니다.


사진을 찍던 중 바라보니
 멈추지 않고 흐르는 눈물에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 내던 
백리향 선생님 입니다.

청라지구, 송도, 계양산까지 얼마나 어디까지 파헤쳐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작은 생명들에 대한 폭력… 우리 안에 내재된 폭력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하시며 더 이상 말씀하지 못하시고 도롱뇽이 죽었던 계곡을 바라보셨습니다.
 


환경 소식이면 자전거를 타고 달려와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해

인터넷 바다에 알려주시는 리장님.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먼산님도

가까운 산 계양산에 함께 오셨습니다.


남원에서부터 올라오신 하늘말나리님께서 계양산친구들의 활동을 응원하며

성금을 후원해주셨습니다.
정성어린 마음, 따뜻한 마음 고맙습니다.



슬픈 마음이지만 다시 낳은 도롱뇽의 알을 보며 힘을 냅니다.

이 친구들이 인간들의 욕심으로 목숨을 잃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나가길 바래봅니다.

도롱뇽 위령제를 지내며 이런 저런 생각이 오고 갑니다.

모니터링에 임하면서,
아무것도 없는 웅덩이에 어느 새 찾아와 수 많은 알들을 낳아 놓고 갔을 때,
웅덩이에 손을 집어 넣고 차갑게 만든 후 보석같이 반짝이던 알들의 감촉을 느꼈을 때,
한 주, 두 주가 지나자 우무질 안에서 점차 발생하여 커가던 도롱농과 개구리알을 보았을 때,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지만
아… 생명이란… 자연이란… 이런 것이구나…
계양산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구나…
계양산은 정말 정말 많은 생명들을 품고 있는 산이구나… 라는 것을
가슴으로 느끼고 있었습니다.

생명이 커가는 경이로움을 몸소 체험하는 감동이란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소중한 기억이지요.

……

무엇보다 계양산 생명들과 일상을 나누고자 노력하시는
과 같은 분들이 계시기에 계양산의 희망이 있습니다.

‘도롱뇽아 너희 아이들을 지켜줄게~★’

마지막으로 지난 초록샘 워크샵때 선생님들과 함께 나눈 시를 들려드립니다.
다시 읽고 나니
도롱뇽이 우리 인간들에게 들려주는 시 같네요…

흔들리는 것들

저 가볍게 나는 하루살이에게도
삶의 무게는 있어
마른 쑥풀 향기 속으로
툭 튀어오르는 메뚜기에게도
삶의 속도는 있어
코스모스 한 송이가 허리를 휘이청 하며
온몸으로 그 무게와 속도를 받아낸다

어느 해 가을인들 온통
흔들리는 것 천지 아니었으랴

바람에 불려가는 저 잎새 끝에도 온기는 남아있어
생명의 물기 한 점 흐르고 있어
나는 낡은 담벼락이 되어 그 눈물을 받아내고 있다

–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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