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산 도롱뇽의 떼죽음… 인천녹색연합 유종반 공동대표

2009년 4월 7일 | 계양산친구들, 소모임

계양산 도롱뇽의 떼죽음

유종반 인천녹색연합 공동대표

정말 벌을 받아 마땅할 일이 벌어졌다. 3년 전부터 계양산 롯데골프장 예정부지 일대 생태조사를 해오던 인천녹색연합 계양산친구들은 3월16일 도롱뇽이 가장 많이 살고 있었던 계양산 목상동 계곡 웅덩이를 누군가 고의로 파헤치고 거기에 살던 많은 도롱뇽과 알덩이들이 떼죽음을 당한 것을 찾아냈다. 그날은 마침 계양산 롯데골프장 건설을 위해 제출된 사전환경성검토서에 대해 한강유역환경관리청과 검토위원들이 현장조사를 하러온 날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또 다른 곳에서도 많은 산개구리 알덩어리들이 갈기갈기 찢긴 채 훼손된 현장을 발견했다.

누가 그랬을까? 일부 몰지각한 등산객들의 소행이라고 하기엔 너무 훼손 현장이 크고 심각했다. 더구나 완전히 파괴된 도룡농 서식지 주변에는 트랙터 바큇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고, 중장비가 아니면 들어 올릴 수 없는 무거운 바위덩어리들이 길 아래로 떨어져 있었다. 그곳은 롯데 사유지이기 때문에 울타리처럼 만들어져 있었고 정문에는 자물쇠 2개가 항상 채워져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트랙터같은 중장비는 롯데 관리인의 허락을 받지 않으면 들어올 수 없는 곳이다.

시민생태조사단은 훼손된 현장 사진을 찍은 후 다시 도롱뇽이 살 수 있도록 복구를 한 뒤 계속 지켜보았다. 그리고 4월1일 인천시 보호종인 도롱뇽의 몰살 사건에 대해 계양구와 인천시 관계자들에게 누가 한 짓인지 밝혀 줄 것을 요청했다. 4월2일엔 시와 구 담당공무원들과 함께 도롱뇽 떼죽음 현장에 조사차 나갔다. 그런데 그곳에는 이미 롯데부지 관리인과 골프장 찬성주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현장상황을 설명하려고 사체 사진과 서식지 파괴 사진을 내보이는 순간, 이들은 달려들어 사진을 내던지고 시민생태조사단 여성회원을 밀치며 내동댕이쳤다. 공무원들이 보는 앞에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상스런 욕들을 하며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등 난리를 치자 지나가던 등산객들이 보고 너무 기가 막혀 사진 찍고 녹음하라고 소리칠 정도였다.

엄연한 공무집행 현장인데도 롯데부지 관리인과 찬성측 주민들은 도롱뇽 서식지 파괴에 대한 현장 설명을 하는 시민생태조사단에게 “골프장을 반대하는 저놈들은 공산당이다” “저놈들이 도롱뇽을 죽여 놓고는 일부러 사건을 조작하였다” 등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공갈협박을 계속하였다. 안타까운 것은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시민단체 회원들이 일방적으로 폭행당하고 있는데도 일부 관계 공무원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으로 바라보고만 있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따져 물었다. “내가 노룡농보다 못한 사람들이냐?” 우리는 대답했다. “그렇다”고. 골프장 짓는 데 방해된다고 죄없는 생명을 무참하게 죽이고, 그것도 모자라 골프장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하는 사람들이 어찌 도롱뇽보다 나을 수 있을까. 더욱 기가 막힌 일은 폭행당한 여성회원을 오히려 폭행죄로 고소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어이없다. 같은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부끄럽기 그지없다. 자연과 함께 생명과 평화의 삶을 살았던 인디언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2005년 수천 명의 사망자와 수백억 달러의 재산피해를 입은 미국 올리언주의 허리케인과 2008년 5월 어린이 1만 명을 포함 5만 명 이상의 사망자와 30여만 명의 부상자, 4천500여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던 중국 쓰촨성 대지진 등 자연재해에 시달리는 것은 인간들이 어머니인 대지를 상처 입히고 그 혈관에 독을 흘려보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 인간들은 어머니 대지를 돌보는 데 필요한 법칙을 따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큰 위기를 맞이할 것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은 모두 소중한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이든 도룡농이든 서로 돕고 의지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생명의 법칙 때문이다. 아무리 인간이 위대한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풀 한 포기 곤충 한 마리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자연이 살아 있어야 사람도 살아 있을 수 있다. 계양산을 대표하는 도롱뇽이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는 도롱뇽이 생명을 살아 있게 하는 지킴이기 때문이다.

인디언들은 자신의 삶에 어떤 것을 덧보탤 때 이런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이것이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것이 지상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신과의 관계에, 그리고 다가오는 모든 세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인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