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텃밭 농사가 처음이 아니지만 이번처럼 여러 작물을 골고루 지어보는 건 도시인에게
아무래도 생소한 일입니다. 작물 공부에서부터 배치계획을 짜는 데에 적잖은 시간이 걸렸
군요. 그러나 백 날 머리속으로만 그리면 뭐하리, 일단 씨를 심고 볼 일입니다. 내다 팔 것
도 아니요, 주위에 자랑할 것도 아니니 실패가 두렵지 않습니다(실패를 많이 한 자의 변명..ㅠ.ㅠ.).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며 작물들이 그저 생태계 순환 속에서 건강하게 자라주면
그걸로 기쁘지 않습니까. 다품종 소량. 솔직히 말해서 한 품종을 많이 심어도 다 먹기엔 벅
차죠. 녹색회원답게 무농약, 무화학비료, 무제초제, 무비닐멀칭 재배를 원칙으로 하고,
거기에 무제초(친잡초) 재배 원칙을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일손이 덜 가기도 하거니와
생태 관찰에도 좋으니까요. 채소, 잡초들과 더불어 지렁이, 달팽이, 배추벌레, 거미,
풍뎅이, 무당벌레 (헉…이 녀석은 진짜 곤란하지만) 들이 살아가는 공간을 보는 게 섭섭한
일은 아니겠지요.
지난 토, 일요일에 걸쳐 모종 심을 것 말고는 모두 파종을 끝냈습니다. 너무 후다닥 처리한 느낌이
있습니다.
미니 하우스에서 키우고 있는 양상추 싹이 과습으로 웃자라고 말았습니다. 올해 첫 실패작.
호박, 방울토마토 싹은 그런대로 괜찮네요. 시원찮으면 모종을 사다 심으려고 합니다. 편한 세상.
씨앗을 다 심고 나서.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하죠?
밭 한켠에서 보글거리고 있는 라면.
돌아오는 길에 밭둑에서 냉이를 조금 캤습니다.
작년 텃밭. 저걸로 담근 작년 김장 김치가 남아돌아 아직도 냉장고에 넘쳐납니다.
지금이야 녹색연합 텃밭이 황량해 팻말들이 마치 이라크 전사자 묘비명처럼 보이지만,
장마 지나고 나면 무섭도록 무성해질 겁니다. 그럼, 밭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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