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종시기(5월) 이모저모

2010년 5월 18일 | 도시농사꾼


파종시기(5월) 이모저모
 

좀처럼 기척이 없던 초록텃밭이 5월이 되자 마구 푸르러지기 시작했다.
5월과 8월은 1년 농사 가운데 가장 중요한 달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텃밭 가꾸는 의욕이 반으로 떨어진다. 경험과 책자를 참고해  지금 심어야 할 작물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3, 4월이 잎채소 직파 적기라면, 5월은 모종 천국이다.

1. 5월 중순의 잎채소 파종
잎채소 가운데 상추, 열무, 쑥갓, 아욱, 시금치 2차파종도 괜찮으나 이들은 모두 고온을 피해가는 작물이므로 6~7월이면 수확 끝이다. 배추과 작물, 특히 열무 경우에 배추벼룩잎벌레의 창궐을 경험하셨을 것이다. 난 이놈들 번성에 놀라 일찌감치 수확해 초고추장에 실컷 비벼먹었다. 얼마나 먹었던지 지금도 속이 쓰리다.

(배추벼룩잎벌레)
주말농장 특성 상 연작(連作)장해에다가 우린 밑거름으로 화학비료를 전혀 안 썼기 때문에 특히 벌레가 많이 발생했다. 가을에 심을 배추와 무, 갓 등이 걱정이다. 방임농법을 쓰는 분에게 좋으나, 벌레와 나눠 먹는 게 아니라, 숫제 다 갖다 바치는 게 문제. 그래도 괜찮다면 걱정할 것 없다.
상추 심으려는 분은 넝쿨 님 등에게 문의하면 아마도 솎음용을 흔쾌히 나눠주실 것이다. 아욱은 지금 심으면 3일 만에 싹이 나니 장마 전후의 수확을 예상하고 있다면 심어도 좋다. 근대는 병에 강하고 여름가을 내내 수확할 수 있어 잎채소가 부족한 여름을 위한 작물이다.
 

2. 가지과, 박과 모종
지금은 가지과, 박과 작물 모종 적기다. 가지, 토마토, 고추(이상 가지과) 모종은 물론, 호박, 참외, 오이(박과) 모종도 심으면 좋다. 단, 참외와 수박은 주말농장 노지에서는 잘 안 자라니 주의.
또 주의할 점은, 가지과에 28점박이무당벌레가 번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감자잎의 무당벌레와 알)
모종을 일찍 심은 분들은 이들 모종들이 이미 초토화 직전까지 간 걸 경험했을 것이다. 진딧물을 먹는 7점 무당벌레완 달리 이녀석은 채식성으로, 같은 가지과인 감자, 나아가 박과인 오이와 호박에까지 깃들어 그 놀라운 식욕을 과시하고 있다. 농장 전체를 가만히 관찰해 보니까 비닐멀칭을 한 곳엔 피해가 거의 없다는 걸 발견했다. 비닐을 싫어하는 무당벌레가 죄다 우리 영토로 넘어온 것이다. 비닐멀칭이나 살충제를 쓰지 않는 한 퇴치가 불가능하니 자주 찾아가 일일이 잡아주는 수밖에. 이 역시 방임농법을 해 벌레에게 다 돌려주자는 분에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일찍 심어 벌레 피해를 본 분은 모종을 다시 구해 그 자리에 심어도 좋다(개똥이 님네 오이가 그런 케이스? ㅋ..). 내 경우, 열 받아 가지와 오이를 다 뽑아버렸다..ㅠ.ㅠ…그러나 옥상에 심으니 잘만 자란다.

3. 고구마 삽순 정식

삽순을 심는 데에 적기다. 처음 심는 이의 경우, 두둑을 높이고(물빠짐이 좋아야 함) 삽순을 길게 눕혀 묻은 다음, 잎 포함해 순의 5센티미터 이상은 고개를 내밀게 한다. 뿌리 활착을 위해 비 오기 직전이나 비 온 직후에 심으면 좋으며 맑은 날엔 구덩이에 물을 흠뻑 주고 심는다. 비닐 멀칭 대신 풀 멀칭을 하는 것도 뿌리 활착에 도움이 된다. 
 
 
(고구마 풀 멀칭)
처음 심는 분은, 모종상이나 농장주, 먼저 심은 이들에게 물어보면 친절히 설명해 준다. 솔직히 ‘쪽’이 좀 팔려도 그게 어디 대순가, 나도 지나가는 이의 강한 압박(?) 코치를 받아 심었다. 

4. 콩과 작물 파종/모종
땅콩 모종 적기. 완두콩, 강낭콩도 모종 적기이나, 6-7월엔 다 수확해야 하니 참고. 흰콩(메주콩)/ 동부콩/서리태(검은콩)는 6월을 기다려야 한다. 지금 시험삼아 집에서 포트를 이용해 모종을 길러보는 것도 좋겠다.
 

5. 깨 파종/모종
잎들깨 파종 적기다. 지금 심으려는 분은 보름 님이 허락하셨으니 그 분의 밭에서 마구 뽑아가셔도 좋다. 실로 엄청나게 심으셨다. 전생에 아마 기부천사셨던 듯..ㅋ..단, 보름 뒤 싹이 더 자랐을 때(10센티미터 이상) 옮겨심는 게 좋다. 6월에는 토종참깨를 심는데, 어디선가 씨를 받기로 했다. 제게 말씀하시면 1평 심을 분량을 무상으로 나눠드리겠음.
 씨앗을 확보하는 대로 넝쿨 님에게 넘기는 것도 좋겠다.

6. 대파 모종
4월 파종한 게 날씨 탓으로 자람이 그다지 좋지 않다. 재래시장에서 모종을 사다 심으시거나 한 달 뒤에 제게 말씀하시면 50주 씩 무상으로 분양해 드리겠음. 50주면 새끼치고 새끼쳐서 1년을 쓴다.
 

* 간단 정리 – 5월 파종/모종 작물 

1) 잎채소 ; 아욱, 근대 파종 / 상추 모종 (열무는 피하시라)
2) 가지과 모종 ; 가지, 토마토, 방울토마토, 고추 (농장하우스에서 구매)
  박과 모종 ; 오이, 마디호박(애호박), 주키니호박 (농장하우스)
 – 가지과, 박과는 28점 무당벌레 내습으로 튼실한 수확을 기대하지 마실 것 –
3) 고구마 삽순 정식 (심는 법 반드시 문의)
4) 땅콩
5) 잎들깨, 참깨 (종자 구입하지 마시고 나눔으로)
6) 대파
7) 기타 선호작물 다수  
(단호박과 옥수수는 민폐작물이니 주의^^)

가을 농사가 봄 농사보다 몇 배 중요하니 봄 농사에 실망한 분들은 가을을 기다리면 된다. 아예 가을 작물을 염두에 두고 봄 작물 심을 위치를 정하는 게 좋겠다.
예)
봄에서 가을까지 가는 작물 – 가지과, 박과, 콩과, 고구마, 깨, 대파, 근대(수시파종)
장마 또는 7월에 수확하고 밭을 갈아엎어야 할 작물 – 감자, 상추, 열무, 아욱, 시금치, 쑥갓, 완두콩, 강낭콩 등.
8월 중순 이후에 심을 가을 작물 – 배추, 무, 총각무, 양파, 상추, 아욱, 시금치, 청경채, 마늘(10월)  
 

기타 5월에 할 일 – 감자 북주기, 가지/토마토 곁순 따기, 지주대 세우기, 물길 내기 등. 

(끝. 이상은 제 생각이 많이 들어간 것입니다. 원래 말 많은 놈이 농사는 못 짓는 법. 헷~ 암튼 연구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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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참 자리에 모인 농사꾼들


짬을 내어 기후 강의를 하시는 서일석 선생님 


(누가 떼어버리기 전에)

 p.s. 그 맹꽁이는 뚜꺼비로 판명되었습니다. ㅠ.ㅠ..
       허나 두꺼비도 환경부 포획금지종이고 청정지역에만 산다고 하니 
       계양산이 청정지역이란 게 또한번 증빙이 된 셈입니다.
       계양산 골프장 건설은 절대로 막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