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송보송한 봄의 전령 ‘할미꽃’

2004년 3월 15일 | 울림

할미꽃은 높은 산을 빼고는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살고 있는 여러해살이 풀로 햇볕이 잘들고 건조한 곳이면 어디서든지 잘 자라는 우리의 다정한 꽃이다. 대부분의 식물이 겨울의 긴 잠에서 깨어나기도 전인 이른봄, 추위 탓인지 온몸에 하얀털을 뒤집어쓰고 피어나 긴 겨울이 가고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봄의 전령’이다. 이때쯤이면 제주도를 비롯한 남쪽지방의 햇볕이 잘 드는 양지쪽에는 보송보송 솜털을 쓴 할미꽃이 꽃망울을 물고 고개를 내밀며 봄노래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을까? [img:halmi.jpg,align=right,width=300,height=226,vspace=0,hspace=0,border=1] 할미꽃은 물을 무척이나 싫어하여 물가에는 절대로 없다. 종류로는 동강할미꽃, 세잎할미꽃, 노랑할미꽃, 분홍할미꽃 등 여러가지가 있다. 할미꽃이라는 이름은 아마도 번식을 위해 꽃씨를 달고 날아갈 깃털이 마치 할머니의 풀어헤친 머리카락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 아닌가 한다. 할미꽃엔 애절한 전설이 얽혀 있다. 아주 먼 옛날 어느 산골마을에 어린 두 손녀만을 키우며 어렵게 살아가는 할머니가 있었다. 손녀들은 자라서 시집을 가게 되었는데 언니는 얼굴이 예쁜 덕에 이웃마을 부잣집으로, 동생은 아주 먼 곳 가난한 집으로 시집을 가게 되었다. 가까이 사는 큰 손녀는 할머니를 늘 구박하고 소홀히 대했다. 할머니는 마음씨 착한 작은 손녀가 그리워 해짧은 겨울길을 나섰지만 손녀가 사는 마을이 가물가물 내려다 보이는 고갯마루에서 허기와 추위로 쓰러지고 말았다. 작은 손녀는 자기집 뒷동산 양지 바른 곳에 할머니를 고이 묻었는데, 이듬해 봄 무덤가에 이름모를 풀한포기가 나와 할머니의 구부러진 허리처럼 땅을 딛고 진홍빛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 할미꽃은 내 어릴적만해도 길섶이나 뚝방길이나 밭둑, 동산의 잔디밭 등 어디서든지 흔히 눈에 띄는 평범한 풀이었지만 지금은 눈을 씻고 찾아볼래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논둑 밭둑에는 제초제 때문에 그 고운 할미꽃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지 이미 오래고, 산길이나 뚝방길 역시 귀화한 키큰 식물들의 위세에 밀려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할미꽃을 정원이나 화분에 심어 가까이 두고 싶어 하지만, 물을 싫어하고 햇볕을 좋아하는 등 성질이 까다로운 데다가 관리요령 미숙으로 실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화분에 기를때는 물을 너무 많이 주면 뿌리가 썩으므로 물주기에 주의해야 하며,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놓아두어야 한다. 김창렬/한국자생식물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