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울림 첫모임했습니다.~^^

2013년 2월 3일 | 울림

아침 10시에 계양산 산림욕장에 모였습니다.
무려 18분이나 모였습니다. 
울림이 생기고 나서 처음으로 많은 수의 회원 여러분이 한 꺼번에 모이신 것 같습니다.
저는 올 한 해 울림 모임장을 맡게 된 들풀입니다.^^ 

새로 오신 분, 오랜만에 만난 분들 , 서로 반갑게 인사 나누고 
초록지렁이님의 걷기 명상에 대한 말씀이 있었습니다.  
올 한해 울림의 주제는 ‘노자와 함께 떠나는 숲길명상과 생명사랑이야기’입니다.

발을 올릴 때는 숨을 들이쉬고 발을 내릴 때는 내쉬는,
천천히 걷고 숲에서 치유할 수 있는 명상의 방법을 듣고 우리들은 한참을 묵언으로 산을 올랐습니다.

산에서는 봄의 기운이 한껏 느껴졌습니다.
군데군데 언 땅 위로 살얼음이 끼어있었지만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와, 새들의 작은 지저귐들이 귀를 간질였습니다.
땅은 어김없이 만삭인 아낙네처럼 배를 부풀렸고,
씨앗이 움트기 좋은, 그런 사랑의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지요.

소리들과 눈으로 보이는 것들을 흠뻑 느끼는 사이사이 돌탑에서 잠시 쉬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화두같은 질문에 잠깐씩들 생각 하고 이야기들 나누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거의, 항상 과거나 미래를 생각한다고 합니다.
혼자 걷는 동안에도 집에 두고온 가족들, 어제 잘못했던 일들, 혹은 후회되었던 일들, 
아니면 내일, 모레 아니면 더 멀리 십년 후에 나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답없는 질문들에 둘러싸인다고…..

가장 중요한 일은 사랑과 베풂이고
가장 중요한 시간은 지금 이 순간이며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이순간 만나는 사람,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만나는 사람, 바로 자기 자신.

지금 이 순간 하나하나가 과정만이라면 항상 나의 목적은 미래에 붙잡혀있어서 만족할 수가 없습니다.
매사가 과정이라 한번도 목적에 도달할 수가 없는 것이지요.
밥 먹고 해야할 일을 생각하느라, 지금 먹는 밥이 얼마나 맛있는지 모르고 먹는다고 합니다.
아,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습니다.

다시 걸었습니다.
여전히 새들은 지지지지, 삐릉삐릉 울었습니다.
어디선가 물들은 여지없이 흘렀습니다.

진달래 꽃눈을 가리키며 초록지렁이님이 물었습니다.
“이게 뭘까요?”
우리들은 눈을 뙤록뙤록 굴리며 대답했습니다.
“진달래 꽃눈.”

이름을 진달래 꽃눈이라고 짓는 순간,  그 말에 그 존재는 갇혀버립니다.
다시 한 번 말해보는 순간,
‘진달래 꽃눈’은 ‘그리움, 설레임, 기다림, 아픔, 자궁.’ 등등으로 많은 ‘나의 마음’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자연의 눈으로 본다는 것은 자연의 나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본래의 나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본래의 마음을 알아가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도’ 입니다.

“이게 뭐냐?”는 나로부터 출발하는 물음입니다.
“진달래 꽃눈.”이라는 답은 너로부터 출발하는 답입니다.
나와 너라는 분별심의 발로이지요. 

‘진달래 꽃눈’은 너였지만 ‘그리움, 설레임, 기다림, 아픔, 자궁’은 나의 마음인 것이지요.
진달래 꽃눈과 내가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자연은 이렇게 나의 본래 마음을 알아갈 수 있도록,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입니다.

인간의 눈으로 보는 인간의 도가 아니라 천지만물의 도여야 합니다. 
컵에 담긴 물은 인간에게 ‘물’이지만 
물고기에게는 ‘집’입니다. 물과 집이 모두 천지의 도인 것이지요.
그것이 노자가 말하는 도가 아닐런지요…..

초록지렁이님의 질문과 우리들의 이야기 나눔으로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깔깔깔 웃다가, 숙연해졌다가, 땀 흘리다가 그렇게 말이지요. 

목상동에서 울림 회원 여러분들은 국수와 막걸리에 기분좋게 불콰해졌습니다.
다시 산림욕장 쪽 솔숲으로 되짚어오는 길에 
여전히 숲속 여기 저기를 뒹구는 낙엽들은 썩어 흙이 되어가고 있었고,
물은 밑으로 밑으로 흐르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