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책모임- 작은사람 권정생

2015년 5월 26일 | 책산책


인간적 면모가 입체적으로 드러난 권정생의 일대기

『작은 사람 권정생』은 ‘우리와 동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권정생의 삶을 차분히 돌아본 책이다. 이 책은 ‘위인’이 아닌 ‘작은 사람’ 권정생의 일대기로, 그가 남긴 수많은 책들은 물론, 잡지에 발표했던 글들과 권정생과 가까이 지냈던 인물들이 남긴 자료들까지 꼼꼼히 살펴가며 재구성했다. 특히 드라마틱하게 극화한 이야기가 아닌, 시간의 흐름에 따라 훑어보면서, 최대한 자료에 의거하여 삶의 궤적을 좇는 점이 특징이다.

권정생의 자전적 이야기가 충실하게 담겨 있는 작품들을 샅샅이 분석하는 것은 물론, 평론가 이오덕, 작가 이현주, 고 정호경 신부 등이 남긴 책과 편지글, 교회 주보와 소식지 등까지 권정생의 실제 삶과 당시의 생각을 보여줄 수 있는 자료들을 최대한 찾아내 보여준다. ‘평생의 동지’라 할 수 있는 이오덕, 이현주, 정호경 등을 만나고 편지로 교유하면서 권정생의 작품과 사상이 점점 단단해지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누구보다 성실한 생활인으로서 살고자 했고 작가로서 스스로에게 엄격했던 권정생의 인간적 면모가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차분하게 돌아본 일대기를 통해 권정생이 온몸으로 남기고 갔던 메시지를 되새기는 계기를 마련한다.

저자소개

저자 : 이기영

저자 이기영은 1962년생으로, (사)어린이도서연구회에 들어가 편집부, 어린이문학연구분과, 출판문화위원회 등에서 활동했고, 교육연구국장과 이사를 지냈다. 동화 《몽실 언니》를 통해 권정생을 처음으로 알게 된 권정생이 좋아 그의 동화를 읽고 글을 쓰는 공부를 20년 동안 묵묵히 해왔다. 현재는 ‘똘배어린이문학회’에서도 계속 동화 공부를 하며, 해마다 5월이면 조촐하게 권정생 추모제를 열고 있다. 자료 정리를 좋아하는 덕에 권정생 작품 목록을 정리하여 《권정생 책 이야기》(계간 《창비어린이》 2007년 여름호)를 썼고, 이 글을 계기로 《권정생의 삶과 문학》(창비, 2008)에 《권정생 연보》를 발표했다. 권정생 작품을 읽으며 얻은 통찰을 감동적으로 기록한 책인 《내 삶에 들어온 권정생》(단비, 2012)을 똘배어린이문학회 회원들과 함께 펴내기도 했다.
(사)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어린이책 관련 시민운동을 오랫동안 하기는 했지만, 직업 연구자가 아닌 평범한 주부이자 학부모로서 한 가지 주제를 20년 동안이나 진지하게 탐구해온 열정이 《작은 사람 권정생》이라는 책을 쓰기에 이르렀다는 점이 놀랍다. (이 책의 제목은 임길택 시인(1952~1997)의 시 《작은 사람 권정생》에서 따왔다.)

목차

이야기를 시작하며

1부
일본에서 태어난 권정생
가족 이야기
전쟁과 굶주림과 슬픔에 싸인 어린 시절
스스로 찾아낸 이야기보물, 동화책

2부
안동 조탑리 정착
고구마가게 점원생활
부산에서 꿈을 키우다
어머니의 죽음
거지 생활 3개월

3부
세상을 거꾸로 보다
동화작가 권정생으로
이오덕을 만나다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다
평생 동지가 된 사람들
첫 동화집 《강아지똥》
거지 이야기를 쓰다
글쓰기에 전념하다
장편 소년소설 3부작
이야기가 시가 되고 동화가 되고

4부
교회 문간방에서 산 16년
권정생의 창작과 이오덕의 비평이 만난 곳
빌뱅이 언덕 작은 집
자연의 순리대로 가난하게
흙이 되고 물이 되고 바람이 되어

이야기를 마치며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작은 사람 권정생

2014년 5월 17일이면, 어느덧 동화작가 권정생(1937~2007)의 7주기이다. 권정생 선생이 돌아가신 뒤 그의 삶과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많은 책들이 나왔고, 권정생 ‘인물 이야기’도 여러 권 출간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평생을 병든 몸으로 가난하게 살면서도 주옥같은 작품들을 남긴 동화작가’로서의 권정생, 비범하고 위대한 인물로서의 권정생을 기리곤 한다. 그러나 권정생이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차원의 삶을 살았던 범접할 수 없는 인물이었을까. 도서출판 단비에서 펴낸 신간 《작은 사람 권정생》은 “권정생은 우리와 동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그의 삶을 차분히 돌아본다. ‘위인’이 아닌 ‘작은 사람’ 권정생의 일대기를 그가 남긴 수많은 책들은 물론, 잡지에 발표했던 글들과 권정생과 가까이 지냈던 인물들이 남긴 자료들까지 꼼꼼히 살펴가며 재구성하였다.

‘위인’이 아닌 ‘작은 사람’의 일대기

저자 이기영이 《작은 사람 권정생》에서 견지하고 있는 관점은 이러한 것이다. “권정생은 전쟁과 가난과 병마의 고통 속에서 몇 번이나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남아 훌륭한 동화를 많이 남겼다. 그리고 삶과 글이 일치하는 거의 성자聖者 같은 삶을 살았다. 어떤 사람들은 그래서 권정생을 우리와는 다른 차원의 삶을 살았던 사람으로 추앙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권정생은 우리와 동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다는 점이다. 그랬기에 그의 삶은 ‘현실’ 속에서 이야기되어야 한다. 그가 살았던 삶이 평범한 길이 아니었다 해서 미화시키거나 성역화해서는 ‘권정생’을 온전히 만날 수 없다.” (5쪽)
《작은 사람 권정생》은 권정생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극화하거나 경탄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어린 시절(1부)부터 열 살 때 고국으로 돌아온 뒤 병을 얻고 시한부를 선고받는 서른 살까지(2부), 권정생이 자신만의 세계관을 형성하고 동화작가 권정생’이 되는 과정(3부), 교회 문간방에서 살았던 16년과 빌뱅이 언덕 작은 집에서 생이 다할 때까지 25년을 살았던 이야기(4부)까지, 권정생의 일대기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훑어보면서, 최대한 자료에 의거하여 삶의 궤적을 좇는다. 권정생의 자전적 이야기가 충실하게 담겨 있는 작품들을 샅샅이 분석하는 것은 물론, 평론가 이오덕, 작가 이현주, 고 정호경 신부 등이 남긴 책과 편지글, 교회 주보와 소식지 등까지 권정생의 실제 삶과 당시의 생각을 보여줄 수 있는 자료들을 최대한 찾아내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의 강점이다. 특히 ‘평생의 동지’라 할 수 있는 이오덕, 이현주, 정호경 등을 만나고 편지로 교유하면서 권정생의 작품과 사상이 점점 단단해지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강아지똥》을 제1회 기독교 아동문학상 현상모집에 응모할 당시, 마감까지 50여 일이 남은 날짜를 맞추려니 열에 들뜬 몸을 돌볼 새도 없어서 아침에 보리쌀 두 홉을 냄비에 끓여 숟가락으로 세 등분 금을 그어놓고 저녁까지 나눠 먹으며 시간을 아낀 일화(127쪽)라든지, 교구청의 경제적 지원을 거부하고 스스로 농사를 지어 먹고 산 정호경 신부를 부러워하며 노동을 하지 못하는 자신을 부끄러워했지만, 정호경 신부는 그런 권정생에게 ‘글을 쓰는 것도 대단한 노동’이라며 위로를 해주었다(153쪽)는 일화, 1980년대에 잡지에 연재를 한 기간과 작품집을 낸 시기를 맞춰보면 건강한 사람보다 빡빡하게 글쓰기 노동을 했음을 알 수 있다는 저자의 분석(287쪽) 등을 보면 누구보다 성실한 생활인으로서 살고자 했고 작가로서 스스로에게 엄격했던 권정생의 인간적 면모가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권정생이 남긴 메시지를 진지하게 되새겨야 할 때

권정생이 세상을 떠난 지 7년, 그동안 한국 사회는 권정생이 꿈꾸던 세상과는 오히려 거리가 멀어졌는지 모른다. 마지막 작품인 판타지 동화 《랑랑별 때때롱》(보리, 2008)에서 그는 과학이 고도로 발달한 풍요로운 환경에서도 아무도 행복하지 않았던 ‘랑랑별’의 과거를 이야기한다. 5백 년 후 랑랑별 사람들은 오히려 과학문명을 거부한 채 땀 흘려 농사짓고 반찬도 세 가지 이상은 먹지 않는 ‘가난한 삶’을 선택한다. 물질적 풍요가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할 것이라는 환상은 이제 사회 곳곳에서 균열과 모순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하루 세 끼 먹는 나라보단 하루 두 끼를 먹어도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에서 살고 싶다”고 했던 세월호 사건 희생자 유족의 말이 그 어느 때보다도 아프게 다가온다.
권정생은 스스로 더 ‘지독하게’ 가난 속으로 들어가 평생을 살았다. 그가 선택한 지독한 가난은 오히려 지인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했고, 보통 사람들은 도저히 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일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가장 많이 붙여진 수식어가 ‘성자’였던 것도 바로 그러한 선택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의 삶과 사상을 현실의 삶에서 바라보아야 할 때이다. 권정생은 세상 사람들이 ‘꽃’만이 아름답다 할 때 거꾸로 거름이 된 ‘강아지똥’을 볼 줄 알았으며, “승용차를 버려야 파병도 안 할 수 있다”며 삶의 근본적인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우리의 정곡을 찔렀다. 빌뱅이 언덕 작은 오두막에서 조용히 살다 갔으나, 그 누구보다도 큰 울림을 남긴 사람 권정생…. 차분하게 돌아본 일대기《작은 사람 권정생》을 통해 권정생이 온몸으로 남기고 갔던 메시지를 오늘날 다시금 되새겨본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