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도의 푸른 하늘을 만나다

2010년 9월 15일 | 회원소모임-기타

원래는 오전 9시에 모이기로 했지만, 전날 새벽에 비가 내리는 바람에 시간이 조금 지체되어 오후 2시 인천대공원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오후 1시에 집에서 출발했는데 1시 45분 쯤 인공에 도착했어요. 제 미니잔차의 아찔한 뒷태 사진 몇방 찍으면서 기다림의 무료함을 달랬습니다.

녹색정신에 걸맞게 전, 후미등을 태양열 충전되는 걸로 구입했어요. 그런데 전조등이 밝기가 생각보다 약하네요. 후미등은 쓸만 합니다.

얼마되지 않아 불량주부8단 님께서 등장. 자전차 대회에도 참가하면서 업힐을 많이 타셨다더니 몸매가 예술입니다. 역시 자전차는 다이어트 효과가 있음이 증명되었네요.

제 미니잔차를 시승해보는 불량주부8단 님, 미니벨로도 나름 잘 어울리네요. “형편되시면 미벨 한 놈 분양받으세요~” 사실 제 잔차의 품종은 미니MTB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스피드가 나오지 않습니다. 제 미니잔차가 들으면 서운할 소리지만 빠른 놈으로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네요

불량주부8단 님이 급섭외해오신 자출사회원 센츄리온 님과 저(엑스트라), 이렇게 총 3인이 목적지인 시화방조제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고고~

소래습지공원 근처, 태풍 곤파스에 기둥이 무너진 정자에서 GM대우 자전차동호회 분들을 만나 잠시 휴식을 취했고요. 소래대교를 건너 월곶을 지나 옥구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오른쪽 자전거도로 아스팔트노면의 질이 좋아서 미니잔차가 부드럽게 나가더군요, 한마디로 제 스타일이었어요. 길 위의 낙엽이 잔차바퀴에 밟힐 때 사각사각 들리는 소리도 듣기 좋았습니다. 이제 정말 가을인가 봐요.

최근 휴대폰을 겔럭시S로 교체했다는 불량주부8단 님,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졌네요. 옥구공원에 왔으니 기념으로 단체사진 몇 장 박았습니다. 높은 하늘에 구름이 인상적입니다. 미니잔차 안장 위에 디카를 놓고 찍은 사진인데 살짝 역광이네요.

옥구공원과 오이도가 예전에는 섬이었던 거 다들 잘 아시죠? 원래 이 섬들은 조선 초까지 여러가지 다른 이름으로 불렸답니다. 그런데 일인(여기서 일인은 일본인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이 와서 섬의 지세를 살피고 엉뚱하게 까마귀의 귀처럼 생겼다고 해서 ‘오이도(烏耳島)’로 고쳐 부르기 시작한 것이 오늘까지 이어졌다네요.

오이도와 옥구도는 그 뿌리가 연결된 섬이었는데 일인들이 잘라버렸고, 그때 잘라진 곳에서 피가 흘러나와 일인들이 모두 겁을 먹었다는 전설이 있더군요. 결국 이 섬들은 섬이 아닌 육지가 되어 다시 만났네요.

이야기가 옆구리로 좀 샜습니다. 오이도에 들어서자, 주말이라 그런지 마실나온 차들이 오와 열을 이루며 서행합니다. 조금 위험해 보이지만 차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갑니다. 오이도 빨간등대도 보이네요.

오이도 선착장 입구에서 바라본 송도신도시입니다. 잔차 타러 자주 가는 곳(해돋지공원)이라 찍어봤습니다. 이곳은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오이도 처음 와본 저를 위해 불량주부8단 님이 잠시멈춤해주신 것 같습니다.

이번 모임의 번짱인 불량주부8단 님의 계획은 대부도를 들어갔다 나오는 길에 저녁을 먹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모두들 허기가 돌았는지 오이도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메뉴는 에피타이저로 보리밥, 해물칼국수, 막걸리. 식당 2층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수다와 함께 식사를 하니 더 맛있었습니다. 사진은 못 찍음.

연료충전했으니 힘을 내서 페달질을 해봅니다. 시화방조제로 들어가는 길목을 조금 지나자 맞은편에서 어느 아저씨 한 분이 MTB를 타지 않고 끌바로 오십니다. 뒷바퀴 펑크였습니다. “여분의 튜브가 있냐”고 물으셨는데 우리의 장한 불량주부8단, 손수 펑크를 때워드립니다.

펑크 때우는 중, 아저씨의 일행 두 분이 튜브 사왔다며 합류하십니다. 불량주부8단 님은 신속하게 수리를 마무리했습니다. 아저씨들께서 작은 사례라도 해주실 것 같은 표정이셨는데, 진행방향이 정반대였기 때문에 서로의 안전을 기원하며 헤어졌습니다.

불량주부8단 님과 같이 페달질을 하면서 제가 최근에 본 자전차 관련 카툰이 생각나서 얘기해줬습니다. 펑크가 났을 때 낯선 이가 나타나 친절하게 수리해주는데, 수리를 마친 후 자기가 출장정비소라며 “1만원입니다~”라는 반전이 있는 내용입니다. 만화로 보면 재미있는데 글로 쓰고 보니 별루네요

대부도에서 돌아오는 차량들이 줄을 지어 있습니다. 차 탔을 때 제일 짜증나는 게 길이 막히는 거죠. 우리 일행은 맞바람을 맞으며 전진합니다. 바람 때문에 시속 20Km를 넘기 힘들더군요. 그래도 지나온 시화방조제를 뒤돌아보니 낙조에 물든 구름이 솜사탕 같이 이쁘네요.

아까 펑크난 아저씨의 MTB를 보면서 ‘난 펑크날 일 없을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보시다시피 저의 미니잔차가 누워계십니다. 앞바퀴 펑크였습니다. 자전거도로에 나뭇가지들이 많이 널부러져 있었는데 가시에 찔렸더군요.

우리의 불량주부8단 사마, 또 다시 작업도구를 꺼내어 손수 튜브를 때워주십니다. 이번엔 ‘바퀴 분리 안하고 튜브 때우기’ 스킬까지 선보이셨죠. 슈퍼맨처럼 든든했습니다. 하지만…

 작업이 단 번에 끝날 거라 예상했는데 가시가 튜브를 관통해서 펑크 부위가 2개였고, 펑크패치 붙인 부분에서 바람이 세는 바람에 총 3회 미니잔차를 길바닥에 눕혀야만 했습니다. 불량주부8단 님께 많이 미안하고 고마웠는데, 불량주부8단 님의 “형님, 만원입니다”라는 말에 빵터졌습니다

.이제 해도 거의 다 기울었습니다. 어두워서 그런지 사진도 잘 인찍히네요. 수평선 아래로 몸을 감추는 태양을 사진기에 담아보고 싶었지만 펑크 때문에 이래저래 못 찍었습니다. 사실 저는 해보다는 달이 좋아요. 그냥 그렇다고요. 곧 어두워지기 때문에 갈 길을 재촉해봅니다

바람개비 모양의 풍력발전기를 바라보며 끝이 없을 것만 같던 방조제길을 페달질했더니 결국 대부도에 도착했습니다. 마라톤의 결승테이프를 끊은 기분입니다. 하지만 이제 돌아가야죠.

 대부도공원에서 잠시 쉬면서 모기들에게 헌혈을 한 일행은 역순(오이도, 옥구공원 제외)으로 돌아왔습니다. 아까 잠시 쉬었던 소재정자에서 장시간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 헤어졌습니다. 저는 집으로, 불량주부8단 님과 센츄리온 님은 인공을 거쳐 댁으로 향했습니다. 두 분 잘들 도착하셨지요?

 ‘많은 분들과 함께 라이딩했다면 2차도 하면서 더 즐거웠을텐데’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았지만, 다음 달에 더 즐겁고 재미있을 정기모임을 기약해봅니다.

 -2010년 9월 12일, 엑스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