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구달 박사가 작년에 이어 내한을 하신다는 반가운 소식에, 올해는 꼭 박사님을 직접 뵙고 싶은 마음에 초록별행진에 참여하기로 하였다
침팬지박사로 알려진 제인구달 박사는 탄자니아 숲에서 침팬지들의 행동을 관찰하기 위해 직접 숲에 들어가 살기 시작했다. 젊고 아름다운 나이에 아프리카의 숲으로 들어간 그녀는 인간과 가장 닮았다는 종족인 침팬지를 통하여 인간들의 문화와 인류의 역사를 다시 이해하고 싶어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침팬지들은 나무에 매달려 바나나를 먹고, 소소한 가족애를 지닌 포유류의 전형적인 모습이지만, 그녀가 발견한 침팬지들의 집단의식 이면에는 생존을 위한 무자비한 살생과 전쟁, 그리고 공격성이 많았다. 탄자니아의 침팬지들은 주기적으로 육식을 섭취하기 위하여 다른 종족과 전쟁을 했으며, 집단적인 구타와 강한 공격성향을 보였다.
그녀가 발견한 침팬지들의 행동패턴을 통하여 이제까지 알려져 왔던 침팬지에 대한 서술은 달라졌다.
숲에서 사는 오랜 세월동안 결혼,출산, 이혼의 과정을 경험한 그녀가 유럽에 돌아와 가장 먼저 놀란 것은 쓰레기통마다 넘쳐나는 음식물들과 복부와 허리를 둘러싼 엄청난 피하지방 덩어리들을 몸에 달고 다니는 과비만환자들의 행렬이었다. 방금 전 비행기를 타고 떠나온 아프리카의 원주민들은 먹을 것이 없어 내일을 살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는 비참한 현실속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유럽인들은 너무 많은 것을 먹어 병들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 때부터 그녀는 침팬지 박사로서만 살아갈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빈부의 격차가 만들어 낸 먹거리의 불균형을 만들어 낸 사회구조와 유통구조, 그리고 이러한 구조를 고착시키는 인간의식의 이기적인 속성들과 본능에 대해 강한 문제제기를 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그녀를 오늘의 제인구달로 만들게 된 것이다
언젠가 아프리카 기아문제를 위한 모금운동을 하러 방송에 출연한 한 연예인에게 진행자가 물었다.
우리나라에도 가난한 사람들이 넘쳐나는데.. 구지 아프리카까지 가서 도움을 주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그 연예인은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족해서 그렇지 절대적으로 없지는 않습니다. 쓰레기통을 뒤져도 먹고 살 수는 있지요. 노숙자로 살아가드라도 생명을 유지할 수는 있습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먹을 게 없어서 그냥 죽어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빈곤의 수준이 아니라, 그들은 절대적 빈곤으로 인하여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단돈 천원이 없어 죽어가고 있습니다.
…………..
전세계적으로 기아문제는 급속도로 심각해 지고 있다. 이상하게도 선진국들의 경제수준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데.. 지구의 한편에서는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너무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선진국 사람들의 쓰레기통을 채우는 먹다남은 음식물을 아프리카에 실어다 주면 그들의 기아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이며 해결방식은 무엇인가?
현재 전세계에서 생산되고 있는 곡물의 1/3은 동물들의 사료로 이용되고 있으며 이들을 사육하기 위해 소요되는 물은 전체 소비양의 (미국의 경우) 1/2배로 추정되었다.그 사료를 먹고 자란 동물들은 등급별로 고기로 변하여 백화점과 마트, 음식점, 또는 다국적기업의 햄버거과 각종 치킨류로 변하여 우리들의 음식문화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잔인한 사육과정을 통하여 공장식으로 생산된 고기 속에는 고단백질과 고지방 외에도 스트레스 호르몬과 환경호르몬, 항생제, 그리고.. 그들의 고통이 농축되어 있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기 위해 매년 남한땅 크기만한 숲이 잘려져서 사육지로 변모하고 있으며, 숲이 사라져가는 지구는 온난화현상을 가속화시키며, 지구온도가 뜨거워질수록 적도 부근지역은 농사를 지을 수 없는 환경과 각종 열대병으로 인하여 생존의 악조건이 형성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바로 악순환이라는 표현을 써야 할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을 멈추게 하려면, 가장 근본적인 첫 고리를 바꾸어야 하는데.. 그것이 무엇인가?
그것이 바로 육식으로 편중된 우리의 먹거리 문화이다. 고기에 대한 집착과 그 집착이 만들어낸 유통구조, 경제적인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이 모든 병리현상 자체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죽어가고 있는 것은, 내가 맥도날드 햄버거를 살 돈으로 그들을 돕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들이 죽어가는 이유는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싶어하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엄청난 규모의 구조적인 문제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만약 동물사육에 사용되는 사료를 아프리카 원주민들에게 보낸다면 전세계의 기아문제는 해결되고도 남는다. 또한 현재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물부족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
한 사람이 채식주의자가 되면, 매년 1인당 1224평의 나무를 살릴 수 있다고 한다.
이제 우리는 이 구조로 부터 나 자신을 해방시켜야 한다. 나 자신을 해방시키면, 곧 우리 가족, 우리 사회, 전 지구가족들이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