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피해와 계양산 골프장 건설

2007년 10월 5일 | 성명서/보도자료

태풍 피해와 계양산 골프장 건설

신정은 인천녹색연합 생태도시부 간사


최근 제주도 중심을 관통한 제11호 태풍 ‘나리’의 피해로 인해 지난 20일 정부는 제주도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였다. 중심기압 992hPa라는 비교적 규모가 작은 소형급 태풍이었음에도 제주도는 사상 초유의 ‘대홍수’라는 피해를 입었다. 보도에 따르면 피해액만 652억원으로 잠정집계됐다. 이처럼 막대한 피해를 가져왔던 원인은 무엇일까?


제주도는 화산지형으로 화산암 지반의 구멍을 통해 물이 쉽게 빠져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중산간 지역에 내린 빗물 등은 쉽게 흡수되고 이 물들이 해안가에서 용출되어 그 물을 이용하기 위해 가옥들은 바닷가에 위치하게 되었다.


하지만 한라산 중산간에 대규모 골프장과 도로 등 관광시설이 우후죽순격으로 들어서면서 빗물이 지하층으로 스며드는 숨통을 막았고, 엄청난 양의 빗물이 하천을 따라 내려오다가 폭이 좁아진 복개천 부지에서 범람하면서 최악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도시화에 따른 콘크리트 포장으로 강수의 지면흡수율이 약화되어 있는데 30여 개의 골프장 등 무분별한 난개발로 인해 환경파괴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와 같은 ‘재앙’이 나타난 것이다.


현재의 지구 온난화 추세가 지속되면서 우리나라의 기후는 아열대 기후로 확산되어 태풍, 홍수 등의 대재앙이 증가하고 이에 대한 피해액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시점에 있다.


인천의 경우 한강의 남단에 위치하며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으로 하루에 두 번씩 물이 들고 나며 최대 9m가 넘는 조석의 차이를 보인다. 그에 따라 만조와 홍수가 함께 나타날 경우, 물의 범람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례가 많았다.


최근에는 청라매립지, 송도신도시개발 등으로 표면수의 급류를 흡수하여 물이 갑자기 불어나는 것을 막는 기능을 하는 갯벌의 면적마저 줄어들어 인천도 지구 온난화에 의한 자연재앙으로부터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계양산에 골프장을 짓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낮은 서해안 지역에 우뚝 솟은 계양산 사면에 골프장이 들어설 경우, 계양산 산림의 면적은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골프장 건설로 인한 산림 파괴는 산림이 가지고 있는 수분 보유 능력을 없애버린다. 산림은 잔디보다 물 보유 능력이 4배나 많아서 하천의 유량을 늘리고 홍수 때 물을 함유하고 갈수 시에는 물을 내놓는 능력이 잔디보다 월등히 높다.


산림을 ‘녹색댐’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골프장 건설로 인한 산림 벌채는 숲이 가지고 있는 저수지 역할을 사라지게 한다. 또한 골프장 건설 중 지표노출로 인한 심각한 토사침식을 유발하여 뜻하지 않은 재해를 입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강수특성상 장마철인 6∼9월 사이에 전체 강수량의 3분의 2 정도가 집중적으로 내리므로 그 피해가 더 크다.


특히, 올여름 강수일수가 지난 30년간 가장 많았고 이렇게 지속적으로 내리는 강수는 지반을 약화시켜 산사태를 유발하여 골프장 주변에 위치한 지역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다 줄 우려가 없지 않다. 게다가 롯데가 골프장과 함께 만들겠다는 근린공원은 경사도가 높고 산림이 매우 울창한 곳이다.


이미 우리나라 곳곳에서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해마다 많은 피해를 가져왔듯이 계양산 골프장 건설로 인해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가 발생할지 모른다. 이렇게 볼 때 이번 태풍 ‘나리’로 인한 제주도의 피해는 비단 제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천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미련한 행동을 멈춰야 할 것이다. 제주도의 경우를 염두에 둔다면 인천이 잃을지 모르는 그 ‘소’는 돈을 주고도 살 수 없을 터이다.

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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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10-04 18:0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