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산 소나무 시위 1주년
유종반 인천녹색연합 운영위원장
10월 26일은 인천녹색연합 신정은 활동가가 계양산 롯데골프장 반대를 위해 소나무 위에 올라가 시위를 시작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쌀쌀한 가을비가 내렸던 다음날 꼭두새벽 마치 비밀거사를 치르듯 12미터 소나무 위에 합판으로 겨우 1.5평짜리 좁은 공간을 만들어 기약 없이 올라 시위를 시작했다. 날이 밝자 신정은 활동가를 끌어내리려는 롯데측 관리인과 소나무 위에서 한바탕 싸움이 일어났고, 이후에는 골프장 건설을 찬성하는 일부 주민들의 삿대질과 고함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숨 막히는 긴장의 연속, 그리고 살을 에는 깊은 산 속 엄동설한 속에 온몸으로 계양산을 껴안고 있는 한 여성 활동가와 그 활동가를 지키려는 회원과 의식 있는 시민들의 몸부림이 한겨울 동안 계속되었다. 그리고 56일 긴 소나무 시위를 마치고 또 다시 이어진 150일간의 윤인중 목사의 소나무 시위는 우리나라 환경운동 역사상 가장 강하고 평화로운 운동으로 기록되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정확하게 54개 인천시민단체가 모여 계양산 롯데 골프장 반대운동을 한 지는 1년 3개월이 지났다.
롯데건설이 지난해 6월 30일 계양구에 골프장 계획을 제출한 뒤, 8월 인천시민대책위가 구성되어 1인 시위, 삼보일배, 천막농성, 걷기대회 및 자전거 행진, 숲속음악회, 길거리 서명 및 홍보 활동, 그리고 210일의 소나무 시위, 인천시장실 농성과 연행, 촛불집회까지 1년여 동안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계양산 살리기 투쟁을 해왔다.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절대다수 시민여론을 무시하고 소중한 시민 건강과 생명권을 빼앗는 인천시장과 공공이익보다는 오직 재벌 롯데이익만 대변하는 계양구청장, 그리고 반사회적이고 비윤리적인 롯데의 집요한 계략으로 환경청의 조건부 동의에 이어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통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1년여 골프장 싸움을 통하여 안타까운 일은 지난 20여 년 동안 있었던 수차례 계양산 골프장 반대운동과는 달리 지금은 인천시민 대다수가 말로는 계양산을 골프장으로부터 지켜야 된다고 하지만 실제로 우리 사회 속에 만연된 개발과 부동산투기를 통한 부의 축척분위기는 시민들을 방관자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계양산 소나무 시위 1년을 맞이하면서 이제 정말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자.
무엇이 우리에게 정말 소중한 것일까? 고층빌딩과 휘황찬란한 인공도시에서 먹고 마시며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소비문화의 향락적인 삶일까? 아니면 나무가 가득한 숲과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이 살아 있는 자연 속의 삶일까?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는 정말 무엇을 남기는 것이 좋을까? 수십 년생 소나무와 참나무들을 베어낸 황량한 잔디사막에서 극소수 가진 자들의 나이스 샷~ 소리 가득한 골프장일까? 아니면 밤하늘엔 반딧불이가 날고 맹꽁이와 도롱뇽이 우리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 뛰노는 아름다운 생태계를 가진 계양산일까?
최근엔 법정 보호동식물인 물장군, 반딧불이, 도롱뇽, 통발, 가재, 버들치 등이 서식하는 계양산 골프장 예정부지 일대가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선정한 시민공모전에서 ‘꼭 지켜야 할 자연유산’ 수상자로 선정(11월9일 시상식 예정)되는 등 계양산 생태적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계양산은 지켜내야 한다. 계양산이 사라진 인천, 숲이 사라진 지구, 그것은 우리 미래와 희망의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제 계양산은 시민단체만 지켜낼 수 없다. 바로 인천시민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 계양산이 살아야 바로 나와 우리 아이와 우리 미래가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꿈은 분명히 이루어질 수 있다. 이제 인천시민들의 힘을 보여줄 때다. 계양산은 지금도 그 옛날 계양산을 살려냈던 인천 시민들의 관심과 발소리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2007. 10. 26 인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