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송유관의 환경피해와 사회적 갈등

2004년 9월 20일 | 성명서/보도자료, 토양환경

주한미군이 사용하던 파이프라인으로 인해 심각한 환경문제와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한국종단송유관(TKP : Trans Korea Pipeline)이다. 노후화된 송유관의 부식으로 인한 기름유출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키 어려울 정도다. 유류로 인한 토양오염의 대명사로 알려지고 있다. TKP는 주한미군에 의해 1970년에 건설되어 30년 이상 사용하다가 1992년 우리 정부에게 소유권이 넘겨졌다. 68년 1.21청와대사건과 70년  미정보수집함 ‘푸에블로’ 납치사건 등 냉전이 격화하던 것을 배경으로 미군에 의해 건설되었다. 전시주요물자인 유류의 수송을 위해 한국 정부가 공여한 토지에 미군의 예산으로 건설되었다. 경상북도 포항시에서 경기도 의정부시까지 총연장 452Kkm다. 지름 20cm 내외의 송유관을 지하 1.5m ~ 2m 깊이로 매설했다.   [img:dscn040920_1.jpg,align=,width=550,height=412,vspace=0,hspace=0,border=0] 92년 우리에게 넘겨질 당시에는 정부도 좋아했다. 주한미군이 사용하던 시설을 무상으로 넘겨받았다는 것이 주된 근거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기쁨은 아픔이 되었다. 송유관의 내구연한이 30년가량 되었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오염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아울러 수송능력이 TKP의 20배에 달하는 남북송유관(SNP)이 생겼다.  TKP에 대한 한미간의 최종적인 처리는 지난 8월 9일 외교통상부와 주한미군 간에 “주한미군 유류지원 체계 전환에 관한 합의서”에 서명함으로서 정리되었다. 미군은 대구비행장-왜관의 28km구간과 인덕원-평택 74km구간은 계속사용하고 나머지는 남북송유관(SNP)을 사용한다는 내용이다. 잔여구간을 남겨놓은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미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전면폐쇄하지 않고 왜 남겨 두냐는 것이다. TKP의 매설당시인 70년도에는 주변지역에 대도시나 공공시설물들이 적었지만 현재는 대도시와 주요 도로 등 복잡한 지상물 아래에 매설되어 있다. TKP는 유조선이 들어오는 경상북도 포항을 시발로 대구-칠곡(왜관)-김천 등을 거쳐 대전광역시를 지난 후 경기도 오산-안양-과천 등을 거쳐 서울의 강남으로 이어져 경기도 의정부까지 연결되어 있다.  흥미로운 것은 서울에서 아파트 가격이 가장 비싼 곳으로 손꼽히는 강남의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를 따라 이어진다는 점이다. 주민들 중 일부만이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 지난 92년 우리 정부가 TKP를 넘겨받은 이래 기름 유출사고는 거의 해마다 있었다.  지난 2월 13일 경북 칠곡 왜관의 캠프캐롤에서 발생한 오염사고를 비롯해 2002년 5월 17일 경기도 안양시 관양동의 인덕원 지하철 역에서 발생한 기름오염사고와 2000년 2월에 대구의 금호강 기름오염사고 등을 비롯하여 지금까지 총 18회의 기름유출로 인한 환경오염사고가 있었다. 특히 사고와 관련하여 국방부가 관련 자료와 정보를 조작한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 이목회 의원실에 제출한 TKP사고 자료와 모 언론사의 기자에게 ‘정보공개’한 사고 자료가 다르다는 점이다. 기름유출 사건의 발생일과 장소, 원인은 동일하게 해놓고 사후처리란은 다르게 밝혔다는 점이다. 국회의원실에는 13회에 달하는 오염사고에 대한 복원문제를 확인불가로 해놓고, 기자에게는 복구완료로 공식 답변한 것이다. 담당자의 실수인지 아니면 고의적 조작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오염정도는 이미 국방부가 자체 조사한 결과에도 나타나 있다. 지난 96년 아시아 프로텍 컴퍼니라는 송유관 전문 업체에 의뢰하여 부식상태를 조사한 결과, 20% 이상 부식된 곳이 727개소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도시가 밀집한 경기도 오산-서울시 강남 구간은 80%이상 부식된 곳이 2곳이 나타났다.    오염과 함께 보상 문제도 만만치 않다. TKP구간은 넘겨받을 당시 공여지가 총 162만평으로 이중 정부 땅이 75만평이고 개인 사유지가 87만평이다. 이중 상당한 면적이 무상으로 사용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개인소유자가 국가를 상대로 점유나 사용에 관한 소송을 걸 경우는 정부는 백이면 백 패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이점에 대해서는 TKP에 정통한 정부의 관계자도 인정을 했다. “ 소송으로 가면 정부가 다 부담할 수 밖 에 없다. 앞으로 오염정화도 문제지만 사유권에 대한 보상도 결코 만만치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황의 심각함을 반영하듯 정치권도 이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TKP에 관하여 국회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군기지 반환문제에 적극적인 열린우리당 3인방이다. 이목희(환경노동위), 최재천(통일외교위), 임종인(국방위) 등의 의원들이다. TKP의 이전 과정의 전반적인 문제를 검토하고 폐쇄구간에 대한 처리 문제를 비롯하여 이전 절차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등을 점검하여 제대로 환경복원과 향후 줄줄이 이어질 반환기지와 시설의 교훈과 지침으로 삼자는 취지다. 이번 가을 국감에서도 주요한 의제로 다룰 예정이다. 국회가 책임 있는 자세로 이 문제에 매달릴 예정이다. 열린우리당 이목희의원은 “더 이상 미적거릴 문제가 아니다. 오염되어 있는 송유관은 정밀 조사하여 완전한 복원을 해야 한다. 지금어렵다고 쉬쉬하다가는 더 피해와 비용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라며 전체적인 철거와 환경복원을 제시했다.   [img:dscn040920_2.jpg,align=,width=550,height=412,vspace=0,hspace=0,border=0] 사용하지 않는 파이프관은 그 자체가 특수폐기물이다. TKP는 기름에 절어 치유하기 힘든 오염물질이다. 현행 토양관련법이나 폐기물관리법 상에도 명백히 정화의 대상이다.  당장 걷어내어야 하지만 소유권자인 국방부는 쉬쉬하고만 있지 정화와 복원에는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매설된 관을 다 걷어내는 작업은 그 자체가 국책사업에 견줄만한 대형공사다. 외딴시골이나 농경지처럼 농한기에 그냥 땅만 파서 걷어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TKP는 대도시를 비롯하여 도로, 교각 등등 공공시설물의 지하에 매설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서 기존의 지장물이나 구조물 지하에 있는 것을 꺼낸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공사야 기술적으로 어떻게든 가능하겠지만 비용은 천문학적인 숫자가 들며 공사로 인한 교통차단이나 통제 든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손실비용까지 따지면 계산이 안나올 정도다. 수도권만 하더라도 안양의 인덕원부터 과천을 지나서 강남의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한남대교로 이어지다가 압구정동을 관통한 후 강북으로 넘어간다. 이 일대에는 고층건물과 도로로 덮여 있다. 지하 1.5m 가 넘는 송유관을 걷어내기 위해서 필요한 공간만 만만치 않다. 복원공사를 위해 토지소유자들에 대한 보상 문제까지 계산하면 아찔한 예산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용하지 않는 모든 구간의 파이프는 전면 수거하고 오염여부를 정밀 조사하여 환경 복원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냥 방치할 경우 토양 내에 중금속오염의 원인이 되며 지하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재천의원은 “TKP는 쉬쉬할 것이 아니라 꼼꼼히 따져 봐야 할 사안이다. 한미간의 바람직한 관계를 위해서도 반환받는 시설이나 기지를 제대로 된 국가 간의 관계로 정립하여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회에 보고도 제대로 하지 않고 특수한 안보 정치적 현실을 이유로 대충 대충 처리한 결과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들에게 전가된다. 헌법이 있는 나라와 나라 간에 제대로 하자는 얘기다. 그래서 여당이지만 이 문제에 나선 것이다.”라며 TKP 문제를 진단했다. TKP문제는 값비싼 대가를 치루는 교훈이 될 전망이다. 미군기지의 반환에서 우리가 치밀한 대책과 계획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 피해와 부담을 입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거울이다. 미군기지는 현재 이전과 재배치로 표현되는 반환의 시기다.  국방부와 외통부 등 무사 안일한 부처에게만 대응을 맡겨둘 경우 그 짐은 고스란히 국가 전체에게 전가될 것이다. 이제라도 용산기지를 비롯한 LPP의 대상기지 문제를 근본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라 적신호가 바로 TKP다.   글 : 자연생태국 서재철국장(02-747-8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