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으로 접어드는 하늘은 너무도 맑았다. 산은 푸른 하늘의 기운으로 능선마다 일렁이고 있었다. 이제 우리 땅에서 이렇게 맑은 하늘을 맞이할 수 있는 날이 일 년에 과연 며칠일까. 푸름의 절정을 자랑하는 천성산은 순례길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정갈한 미소로 맞이했다. [img:green_pilgrim01.jpg,align=right,width=243,height=329,vspace=5,hspace=10,border=1]이번 순례의 시작은 천성산의 북쪽 자락에서 시작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과 경남 양산시에 걸쳐 있는 천성산의 북쪽 끄트머리에 논란의 초점인 원효터널이 자리잡고 있다. 공동조사를 앞두고 있는 천성산 원효터널은 현재 400m 가량 뚫고 들어갔다. 뜨거운 논란의 현장이라 그런지 공사현장은 겉으로는 잘 정돈된 듯 보였지만 보이지 않은 팽팽한 긴장이 있었다. 과연 천성산 공동조사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두들 숨죽이는 분위기다. 원효터널의 시점부 공사현장을 답사하고 곧바로 순례의 출발을 다짐하는 작은 모임, 출정식을 가졌다. 심마니의 마음처럼, 약초의 정성처럼 천성산에 들기 위한 소박한 예를 갖추었다. 이런 자리를 수백 년 전부터 예견했는지 천성산 북쪽 자락의 한마을인 울주군 금곡리 중금곡 마을 한쪽에는 수십 년이 넘는 활엽수들이 호위하고 있는 산신각이 있다. 느티나무와 산벗나무가 수십 명이 모여 앉을 그늘을 제공해 주었다. 특히 이 산신각의 산벗나무는 초봄에 그 현란함을 유감없이 자랑했다. 지난 4월 천성산 공동조사를 위한 예비답사 때 보여주었던 울주 금곡의 산신각 산각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흐드러진 벚꽃의 화려함으로 아련했다. [img:green_pilgrim02.jpg,align=left,width=245,height=185,vspace=5,hspace=10,border=1] 꽃을 뒤로 하고 푸르름의 싹으로 온통 뒤덮인 산신각에서 천성산을 10일 동안 입산하는 정갈한 의식을 가졌다. 순례단의 입산을 알리는 제문과 다짐, 그리고 천성산의 미래에 관한 희망과 바람을 담은 순서로 이어갔다. 천성산에 들어가는 첫날의 여정은 울산광역시 울주군 삼동면 금곡리 원효터널에서 시작하여 천성산 북쪽권역의 능선과 골짜기의 속 깊은 숲길을 에워 돌아 무제치늪 입구인 울주군 웅촌읍 은현리 덕현마을까지 이어졌다. 울주쪽 천성산은 정족산이 중심이다. 본래 천성산은 북의 정족산과 남의 원효산이 하나로 어우러져 있다. 여기에 더 넓게 영남알프스의 취서, 영취, 가지, 재황산, 운문산을 포함하여 가지산도립공원을 이룬다. 아울러 이 모든 산들은 민족의 생명줄기 백두대간 낙동정맥이 아우르고 있다. 천성산도 운문산-가지산-영취산에서 내려온 낙동정맥이 풀어놓은 자연의 경이로운 한마당이다. [img:green_pilgrim03.jpg,align=right,width=246,height=329,vspace=5,hspace=10,border=1]북쪽 천성산이 또 다른 이름인 정족산 자락은 의외로 대도시 울산의 한 지역 같지 않게 골짜기 끝자락으로 갈수록 아직 자연 그대로 품을 간직하고 있다. 울산이라는 우리나라 제1의 공업도시 이미지와는 다른, 원시자연이 아직은 남아 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을 사람들은 끝까지 남겨두기를 원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남겨두고는 사는 일이 불가능한지 개발의 모습은 여러 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원효터널만이 아니다. 정족산 북쪽 한가운데를 송두리째 파먹은 골프장이 바로 그 주범이다. ‘보라컨트리클럽’이라는 이름의 이 골프장은 천성산의 훼손은 물론, 울산광역시의 식수원이 상류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허가과정에 문제가 있었던지 담당공무원이 감사원 징계를 받기도 했다. 골프장은 끝내 산을 갈아엎고 들어섰다. 이러면서도 수질개선을 말하니 국민들이 정부를 불신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상수원을 위한 댐 상류에 골프장 허가라 그것도 10km 거리에 지나지 않은 곳에 들어서니 맑은 물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하다. 골프장을 뒤로 하고 다시 푸르름이 머무는 천성산으로 접어들었다. 우리가 아는 천성산은 일부의 모습이었다. 알려진 곳 말고도 발품을 들여 차분히 숲에 들면 봉우리와 능선, 골짜기와 계곡 같은 산자락 곳곳은 우리네 육산의 전형적인 모습을 곳곳에 간직하고 있었다. [img:green_pilgrim04.jpg,align=left,width=247,height=185,vspace=5,hspace=10,border=1]숲길을 두어 시간 굵은 땀방울로 더듬었던 순례단은 울주군 삼동면과 웅촌면의 경계가 되는 능선에서 비로소 멀리 펼쳐진 조망과 마주했다. 이 능선은 무제치늪으로 오르는 임도가 난 곳이기도 하다. 지난 98년 말 환경부에서 법으로 지정한 자연생태계보전지역인 무제치늪은 천성산과 터널의 악연에 한가운데에 있는 당사자이기도 하다. 무제치늪으로 오르는 임도에서 바라본 울주 웅촌 일대의 모습에서는 무엇보다 논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낮부터 개기 시작한 하늘은 해질녘까지 푸르름을 잃지 않았다. 천성산 자락에서 멀리 울산앞바다까지 눈에 들어온다. 부산쪽 기장으로 넘어가는 산자락과 울주와 양산의 도시와 마을이 눈앞에 펼쳐졌다. [img:green_pilgrim05.jpg,align=right,width=247,height=186,vspace=5,hspace=10,border=1]울주의 농촌은 일 년 중 이맘때가 가장 바쁜 철이다. 순례단이 하루를 머무는 곳은 울주군 웅촌면 은현리 덕현마을 마을회관이다. 마을주민들은 모두 논으로 일 나가 텅 빈 분위기다. 천성산 자락에서 본 마을과 농지의 모습도 온통 논으로 덮여 있다. 마을은 모내기를 앞두고 논마다 물을 대어 멀리서보면 비닐하우스가 늘어선 것처럼 보일 정도다. 해가 넘어가고는 마을의 인적은 드물고 오직 들리는 소리는 개구리의 울음소리 뿐. 은현리 마을회관에서 저녁밥을 해 먹고 잠자리를 펴는 순례단에게 천성산은 모내기로 바쁜 생기있는 마을의 모습으로 조용히 펼쳐졌다. 천성산 녹색순례단 홍보팀 – 녹색연합 서재철, 정명희, 박경화, 윤지선 우리나라 대표 국책사업이자 첨예한 환경현안인 천성산 고속철도. 100일이 넘는 지율스님의 단식을 통해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된 곳이기도 하다. 그 뜨거운 현장인 천성산은 과연 어떤 곳인가? 올 6월 초부터 정부와 천성산대책위는 3개월 천성산 환경영향공동조사를 하기로 했다. 많은 논란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천성산,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의 활동가들과 시민들이 배낭을 메고 흙먼지 날리는 천성산 녹색순례길에 나섰다. 순례단은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열흘 동안 천성산 구석구석을 살펴보기로 했다. 녹색연합과 프레시안이 이 순례길을 10일 동안 생생한 현장르뽀로 연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