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8일부터 5월 4일까지 6박 7일간 진행된 2006년 녹색순례에 인천의 활동가 6명이 함께 했다. 올해로 9번째를 맞은 이번 녹색순례는 국립공원1호로 지정된 지리산권역을 걸으며 지리산과 백두대간, 모든 자연과의 조화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인천녹색연합 신정은 활동가 0430 연곡분교 활동가가 되기 이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녹색순례였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전 구간 참여를 못하고 일요일 오후에 순례단과 합류 하기위해 용산역으로 갔다. 14시 45분 용산발 19시 22분 구례구착 무궁화호 4시간30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옆자리의 동행이 된 할머니와 얘기를 나누며 지루하지 않은 2006년 지리산”길에서 길을 묻다” 순례길의 시작을 열었다. 구례구역에서 내려 구례터미널에서 순례단이 셋째날밤을 머물고 있을 연곡분교를 가기위해 관내버스를 타고 40여분 꼬불꼬불한 길을 지났다. 연곡분교에 내리니 피아골 계곡에서 흐르는 계곡물소리가 청량하고, 밤하늘 별이 가득하다. 며칠간 걸었던 순례길이 고됐던지 많은 참가자들이 지쳐있었다. 서로의 몸을 풀어주고, 물집 잡힌 발을 치료해주고… 나름대로 걷는 것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한 나였지만 긴장을 하게 만들었다. 이제 정말 순례길의 시작이다. 0501 연곡분교에서 상훈사까지 순례에 임하는 첫날 걸어야 할 거리는 20km 지금껏 하루에 20km를 걸어본 적이 있던가? 생각해보니 기억에 없다. 지도를 살펴보니, 꾀나 긴 거리를 이미 포장이 된 길을 걸을 듯한데… 처음부터 만만치 않다. 당재를 넘기 위해서는 포장된 오르막을 한참을 걸어야 했다. 첫날이라고 힘든 내색도 못하고, 그저 씩씩한 듯이 그렇게 걸었다. 뜨거운 햇살을 온전히 몸으로 느끼며… 재, 치, 현은 모두 고개를 뜻하는 말이라 한다. 당재는 구례군과 하동군을 연결하는 고개고, 우리가 걸은 길은 당재쪽의 마을 사람들은 쌍계사나 칠불사를 가기위해, 혹은 고개 넘어의 물래방아에서 쌀을 빻기위해 이용했던 길이라고 한다. 당재를 넘어 지나는 화개면 일대는 길주변이 거의 녹차밭이었다. 봄에 제일 먼저 따서 덖은 차를 “우전”이라 하는데, 요즘 한창 차를 따는 철인지 농사꾼의 손이 분주하다. ▶ 무분별한 고로쇠 채취와 녹차 재배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지리산 녹차밭은 TV나 영화 속의 영상에서 보듯이 아름다운 줄만 알았는데 막상 보니 그렇지는 않았다. 걸으면서 본 대부분의 녹차밭이 볕이 잘 드는 산 사면에 위치해 있었고, 녹차밭을 개간하기위해 제초제를 뿌리고 산을 깍은듯한 곳들도 많이 보였다. 급한 경사면의 산을 개간하여 만든 녹차밭은 산림 파괴의 주범으로 보여졌다. 우리가 먹는 커피는 아프리카 땅을 파괴시키고 우리가 먹는 녹차는 우리 땅을 파괴시킨다는 말을 실감케 했다. 0502 상훈사에서 묵계리까지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해 준 상훈사를 뒤로 하고 임도길을 올라 닿은 곳은 형제봉 활공장이다. 이곳 아래로 보이는 마을은 소설 “토지”의 무대가 되는 악양면 평사리이다. 5대째 지주로 군림한 만석꾼 최참판댁의 풍요로움과 동시에 지주제 아래서 신음하는 소작농민들의 한숨을 떠오르게 했다. 형제봉에서 회남재로 가는 동안 순례단은 묵언의 시간을 가졌다. 개인적으로 이 시간이 가장 좋았다. 길도 산을 내려오는 길까지는 내내 키높이의 조릿대를 헤치며 걷는 숲길이었고, 짧지만 묵언을 통해 걷는 것의 즐거움을 상기 시킬 수 있었다. 사람들과 이야기 나눌 때 들리지 않던 새소리, 바람소리, 빛의 소리까지도 느낄 수 있었던.. 한발 한발 내딛는 것에 집중하고 발 아래 감촉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던 마음 푸근해지는 시간이었다. [img:giri1.jpg,align=right,width=210,height=140,vspace=2,hspace=5,border=0]묵계리를 가기 위해 지나는 악양-묵계간 도로는 지역 관광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무리한 확포장공사로 무분별하게 벌목과 절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도로의 일부구간은 지난해 산사태로 도로마저 끊겨 있었다. 지리산생명평화연대 김상주 대표는 “산사태에 대비해 철저한 대책을 세우고 회남재 고갯길을 사람의 길로 만들어, 지리산 생태, 문화, 역사 탐방로로 가꾸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곳곳에 자연과 함께 어울어 지는 걷기 좋은 숲길… 생태도로를 꿈꿔본다. 0503 묵계리에서 반천리까지 고운동계곡을 향해 걸으며 만난 삼신봉터널은 낙남정맥의 줄기를 통과한다. 국립공원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터널의 양쪽 출구가 공원경계 밖의 지역이라 공사허용이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터널도 그렇고 지방 소도시 마을 깊은 곳까지 포장된 도로도 그렇고… 어디고 사람을 위한 길은 뵈지 않고 온통 차를 위한 길을 만들고 늘려가기만 한다. 순례기간동안 국도를 걷는 내내 순례단은 인도없는 차도의 가장자리를 걸어야만 했다. 분명 우리가 다닌 곳곳에도 마을사람들은 있고, 그들도 옆 마을에 마실이라도 다니려면 길을 걸어다녀야 할텐데 우리의 길 속에는 걷는 사람에 대한 배려는 보이지 않는다.
▶ 산청 양수발전소 상부댐 고운동계곡 상류지역에는 산청 양수발전소 상부댐이 놓여져 있다. 양수발전소는 상부와 하부에 저수지를 만들어 사용이 적은 심야전력으로 하부의 물을 상부로 퍼올리고 전력 사용이 많은 시간대에 다시 하부댐으로 물을 흘려 전기를 만드는 방식이다. 양수발전을 처음 생각했던 90년대 초와는 달리 현재는 심야전기의 사용이 늘어나 양수 발전을 위한 전력공급이 원활하게 되지 못하고, 가동률도 계속 떨어지는 추세라고 한다. 실제 막대한 비용과 엄청난 자연훼손을 일으키며 들어선 양수 발전시설이 경제성이나 효율성에서도 문제를 낳고 있는것이다. 양수발전소 아래의 고운동 계곡길은 이름만큼이나 곱기만한 계곡이었다. 발전소가 들어서기전에는 얼마나 더 아름다웠을까… 그렇게 계곡길일 걸어 내려 마을 입구에 닿으니 마을이 정겹기 그지없다. 지리산이라는 넓고 웅장한 산이 품어 서일까? 마을마다 포근하고 품안에 들어있는 듯한 느낌이다. 0504 외공리 양민학살현장과 남면조식선생의 덕천서원 1951년 양민 500여명이 학살된 장소 외공리. 피난시켜준다는 명목으로 11대의 버스에 실려온 500여명의 사람들이 총살을 당했다고 한다. 당시 현장을 목격했던 주민은 구덩이를 파고 한 사람씩 세워놓고 총을 쏘았다고 한다. 의문사 진상규명을 위해 운동을 하고 있지만 생존자도 그들의 연고자도 없는 이 사건은 계속 보류 상태라고 한다. 억울하게 죽어간 넋들이 마음 편히 가지 못하고 떠돌고 있으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이 작은 땅덩어리 안에서 같은 민족끼리 이념의 차이로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모습까지… 너무나도 원통하다. 그리고 순례단은 남면조식선생의 덕천서원을 들르는 것으로 마지막 순례일정을 마쳤다.
▲ 2006 지리산 녹색순례를 마치며.. 처음 참여한 녹색순례. 개인적인 분주함으로, 처음이란 이유로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 마음도 추스리지 못한 채 첫 순례를 맞았다. 첫 순례이기 때문인지 몰라도 걷는 그 자체로 많은 의미가 다가왔다. 다른 도구에 의지 하지 않고 내딛는 걸음을 통해 내 몸과 주변의 환경을 좀 더 깊게 인식할 수 있었다. 걷는 다는 것은 참으로 정직하고 순수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녹색연합에서 매년 추진하고 있는 녹색순례는 환경오염, 자연파괴의 현장을 순례를 통하여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 무분별한 개발과 인간의 탐욕의 결과를 세상에 알려 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기획한 녹색연합의 연례행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