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는 용감한 시민만이 자전거를 탈 수 있다!

2006년 8월 17일 | 한남정맥•공원녹지

“자전거는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두 발과 두 팔만으로 움직이는 에너지 독립의 상징이다. 또한 한 뼘의 땅이면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자유의 상징이다. 한 방울도 나지 않는 석유 수입을 줄여 국가경제에 도움을 주는 애국의 상징이다. 부담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 평등의 상징이고 모든 생명과 공존하는 평화와 섬김의 상징이기도 하다.”(제1회 인천자전거축제의 ‘자전거독립선언문’ 중에서) [img:namukkun72_308428_1[495639].jpg,align=top,width=502,height=377,vspace=0,hspace=0,border=0] ▲ 인천 부평구 청천동. 비오는 날 한손에는 우산을 받쳐들고 다른 한손으로는 핸들을 잡고 자전거를 타는 아저씨, 무척 용감하고 실력이 뛰어난 분이다!  ⓒ 인천녹색연합 며칠째 쉴 새 없이 내리는 비에 자전거거치대에 세워둔 자전거가 흠뻑 젖어버렸다. 나름대로 지붕이 있는 자전거보관대를 찾아서 세워놓았는데 들이치는 비에는 속수무책이다. 더구나 지나가는 차가 고인 물을 끼얹기까지 하니 지하주차장이나 사물함 같은 보관소가 아니면 피할 길이 없다. 비가 그치면 기름칠하고 마른 걸레로 깨끗하게 물기를 닦아야 하지만 내게는 그런 꼼꼼함이 없다. 그런 주인을 둔 자전거의 수명이 얼마일런지. 요즘 같은 장마철은 그동안 열심히 달린 자전거에게 모처럼의 휴가 기간이다. 그러나 일년 내내 휴가 기간인 자전거들이 인천에는 무척 많다, 비오는 날뿐 아니라 햇볕좋은 날에도 아파트 베란다, 계단 등에 묶여있는 처량한 신세의 자전거들이. 그 이유는 자전거가 거리로 나오기 위해 그 주인에게 요구되는 몇 가지의 까다로운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인천의 자전거도로는 292km ? [img:namukkun72_308428_1[495640].jpg,align=top,width=502,height=377,vspace=0,hspace=0,border=0] ▲ 인천 남동구 중앙공원 앞길. 자전거도로에 있는 주차방지시설물은 알파인스키의 대회전경기를 연상하듯 요리조리 피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도 밤이 되면 소용이 없다. 걸려넘어지기 일쑤다.  ⓒ 인천녹색연합 “인천시는 260여km에 조성된 자전거도로를 2010년까지 323억원을 들여 700km로 늘린다.” 2006년 7월 4일자 “인천과 시흥 경계 지역 일대가 국내 최대 규모의 청소년 전용 공간으로 탈바꿈한다.…이중 백미는 총 연장 94.4㎞의 자전거도로로 크게 4개 코스로 나누어 개설된다.” 2006년 3월 29일자 “인천시는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송도국제도시와 청라지구 내에 자전거 전용도로 122km를 2010년까지 설치한다고 16일 밝혔다.” 2006년 1월 17일자 올해 다양한 장밋빛 전망들이 언론에 소개됐다. 그러나 인천에서는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시내에서 자전거를 타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비록 292km(인천시 도로과 자료)의 자전거도로가 있다고는 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천시 공무원들의 얘기다. 혹시나 용기내서 자전거로 집을 나서면 골목길은 말할 것도 없고 큰길에서도 자전거도로를 찾기 어렵다. 어렵게 자전거도로라는 것을 찾아서 이용할라치면 이미 자동차들이 점령해버린 뒤다. 고집을 부려 계속 자전거를 타보지만 이내 자전거도로는 종적을 감춰버린다. 인도를 이용하자니 보행자들 눈치가 보여 결국 차도로 내려선다. 차도에 내려서기 무섭게 택시·버스 등이 시커먼 연기를 내뿜고 호되게 몰아세우며 윽박지른다, 감히 자전거 따위가 자동차들의 신성한 영역을 침범했다고. 그런 상황 속에서 몇몇 용감한 시민만 위험을 무릅쓰고 ‘곡예’할 뿐이다. 보통사람이 한두 번 이런 일을 겪다보면 교통수단으로의 자전거를 이내 포기해버리고 만다. 자전거 실력은 곡예사 수준이어야 한다 [img:namukkun72_308428_1[495641].jpg,align=right,width=352,height=265,vspace=0,hspace=0,border=0] ▶인천 연수구 연수동. 자전거도로임을 나타내는 자전거그림이 불쌍하다. 금방이라도 달려와 밟아버릴 듯하다.  ⓒ 인천녹색연합 인천의 자전거도로는 강화도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99.8%의 구간이 인도에 설치되어 있다. 인도든 차도든 설치된 장소가 중요하겠냐마는 인천의 자전거도로에는 1km마다 평균 불법주차 13.4대, 10cm 이상 높이 보도턱 9.2곳, 주행방해시설물 2.6곳, 적치물 1.8개가 놓여있다.(인천녹색연합 조사결과) 자동차와 적치물은 그 자리를 비워주는 경우라도 있겠지만 합법(?)적인 시설물들은 365일 늘 그 자리에 버티고 서있다. 곡예사 수준의 실력에 수백만원하는 고급 산악용 자전거라면 도전해볼만 하겠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이런 시설물들을 지나려면 자전거를 들거나 끌고 가야 한다. 자전거 타는 학생은 말 안듣는 아이? [img:namukkun72_308428_1[495642].gif,align=top,width=500,height=345,vspace=0,hspace=0,border=0] ▲ 인천녹색연합 설문조사 결과. 자전거를 탈 줄 모른다는 응답보다는 안전문제와 주변의 반대, 편리성 문제를 주로 꼽았다.  ⓒ 오마이뉴스 한은희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인천지역 시민들을 대상으로 자전거 이용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학생들이 주로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학용보다는 놀이용으로 많이 이용하지만 인천지역 학생들은 45%가 자전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아이들 모두가 자전거를 자주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자전거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 중에서 40% 가량의 학생만 일주일에 2~3번 이상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전거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안심하고 이용할 수 없어서(24%), 어른들이 타지 못하게 해서(22%),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불편해서(20%) 순이다. 실제로 주위의 많은 부모와 선생님들이 교통사고 등을 염려해서 아이들이 자전거로 통학하는 것을 만류한다. 그럼에도 고집스럽게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은 그런 어른들의 마음을 무시(?)하는 아이들이다. 공무원들은 자전거 타는 시늉만 [img:namukkun72_308428_1[495643].jpg,align=top,width=602,height=226,vspace=0,hspace=0,border=0] ▲ 인천광역시청 후문 자전거보관대.(왼쪽) ‘자전거생활화’라는 글이 민망하다. 부평도서관.(오른쪽) 자전거가 너무 많아 잔디밭을 점령할 태세다.  ⓒ 인천녹색연합 인천시 공무원들은 그저 자전거도로와 보관소를 만드는 시늉만 할 뿐 자전거를 이용할 줄 모른다. ‘자전거이용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공포된 지 10년 넘었는데도 여전하다. 모 광역시에서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에게 문화상품권을 지급하는 등 당근 정책을 쓴다는 기사가 났던 걸로 봐서는 인천시 분들만 자전거 알레르기가 있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그렇지만 6000대분의 보관소를 만들었다고 생색내지 말고 정말 필요한 곳에 설치했더라면 예산 절약하고 이용자들은 편리하고, 본인들은 텅~ 비어있는 보관소 때문에 민망하지는 않았을 텐데. 이런 악조건 속에서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인천시민을 찾기란 쉽지 않다. 용감하고 고집스럽게 자전거를 즐기는 어린 친구들을 제외한 대부분 시민들에게 인천은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는 오염도시일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 강물이 말라갈 때 작은 물길부터 살펴가듯, 나는 앞으로 주위를 난폭하게 대하지 않고 스쳐가는 풍경의 일부가 될 어린 친구들에게서 희망을 찾는다.   이글은 ‘자전거는 車다’라는 주제로 오마이뉴스( www.ohmynews.com )에 연재된 기사 중에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생태도시부장의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