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인천섬순례]-첫째날 이야기

2007년 7월 31일 | 섬•해양

제1회 자전거로 떠나는 인천 섬 순례

– 두 바퀴로 싣는 푸른 바다, 푸른 지구의 꿈

 

인천녹색연합은 지난 7월 17일부터 21일까지 4박5일 동안 젊음과 열정의 대명사인 청년들과 함께 를 다녀왔다. 자전거순례는 경인지역의 청년들과 함께 인천의 아름다운 섬들을 돌아보며 인천 앞 바다 바로 알기를 통해 인천 바다에 대한 애향심을 자연스럽게 고취시키기 위해 추진됐다. 무엇보다 무동력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면서 인간의 욕심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자연, 특히 바다환경의 변화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하고자 하였다.


인천 및 경기지역 만 18세 이상 대학생과 일반청년 25명, 지원·안전팀 등 총인원 35명이 페달을 밟았다. 일정은 ▲첫째 날 : 인천시청→소래생태공원→시화갈대습지공원 ▲둘째 날 : 시화호→대부도→선재도→영흥도 ▲셋째 날 : 영흥도→대부도→덕적도 ▲넷째 날 : 덕적도→소야도 ▲다섯째 날 : 소야도→연안부두→인천시청으로 짜여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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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째 날 여정: 인천시청 출발→소래해양생태공원→시화갈대습지공원→화성 고정초등학교


17일 오전, 자전거 순례 단원들이 어깨엔 큰 배낭을 메고 양손에는 순례기간 동안 두 발이 되어줄 자신의 자전거를 끌고 출발지점인 인천시청 앞 광장에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다. 모둠별 짐을 구분하고 자전거 정비를 하는 등 출발준비를 하는 순례대원들의 표정이 모두들 기대감과 설레임으로 상기되어 있다. 앞으로 5일간의 여정, 텅 비어 있는 자전거 두 바퀴를 굴리며 우리는 그 텅 빈 바퀴살의 여백을 어떤 기억들로 채우게 될까.

 

# 아픔의 호수 시화호로 순례 첫 페달을 밟다


인천시청에서 출발하여 수도권해양생태공원으로 진입하니 영화 속 한 장면으로 꼭 나왔을 법한 아름다운 길이 순례단을 기다리고 있었다. 생태공원 입구의 다리를 건너 우측방향으로 약 300m 진입하면 아까시나무로 길게 우거진 근사한 길과 만나게 되는데, 인천에 사는 사람이라면 연인 혹은 가족과 함께 꼭 한번 다시 찾고 싶은 예쁜 길이다.


                      


 

그 길을 따라 잠시 숨을 고른 후 순례단은 경기만의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처인 ‘시화호’로 힘찬 첫 페달을 밟았다. 옥구근린공원에 들러 배고픔을 달랜 후 오후 두 시경 도착한 곳은 ‘시화갈대습지공원’. 습지공원에 도착하자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가 순례단을 맞이하였다. 안내를 받으며 전시관을 둘러보고, 습지공원 한 바퀴를 쭉 둘러보았다. 육지의 메마른 곳을 고루 고루 스미어 흐르다 어머니 바다의 품과 만나 큰물이 되어 나아가던 곳.

 

시화방조제로 막히기 전에는 시화호가 아닌 ‘군자만’ 이라고 불리던 그 때에는 온갖 바다 생명들이 마음껏 뛰놀며 살아가고 있었을 시화호. 시화호는 인간의 욕심이 커질수록 자연의 포용력도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 곳이다. 시화호를 마주하며 새만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들은 바다를 가로막아 무엇을 얻으려 한 것일까. 인간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수많은 생명들의 목숨과 절규의 외침은 언제까지 외면 당해야 할 것인가. 전시관에서 본 영상에 의하면 시화호는 ‘죽음의 호수에서 생명의 호수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 한다. 시화호를 통해 자연이 내민 옐로우카드를 무시하고 새만금 사업을 강행한 우리네 인간들은 시화호가 왜 죽음의 호수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끊임없이 되새겨 물어야 할 것이다.

 

                

 

# 느리게 자연과 하나 되어 ‘함께’ 하는 순례


자전거 주행 첫 날이라 그럴까. 하루 종일 자전거에만 의지하여 달리다 보니 어깨와 손목이 뻐근하고 엉덩이도 많이 아프다. 가파른 언덕이 아닌데도 무거운 다리는 생각만큼 잘 따라주지 않는다. ‘차라리 혼자 달리는 길이라면 마음 편히 가겠거니’란 생각도 든다. 그러나 자전거순례는 25명의 순례단원들과 ‘함께’ 하는 순례이다. 나 혼자만 생각하던 일상을 내려놓고 주변의 사람들을 생각하며 ‘함께’ 나아가는 자전거순례. 함께한다는 것은 나 이외의 것에 귀 기울일 줄 안다는 것이고, 관심을 가지고 배려할 줄 안다는 것일게다. 서로의 관심사가 다르고, 나이와 성별도 다르고, 자전거 주행능력도 천차만별이지만 이번 순례 기간 동안 만큼은 앞서가던 사람은 뒤쳐지는 사람을 밀어주며 모두 함께 달린다.

 

              

 

인천시청을 출발한 지 7시간만에 첫째 날 숙소인 화성시 고정초등학교에 도착했다. 숙소는 급식실과 강당으로 사용하는 공간이다. 푹신푹신한 침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시원한 에어콘 바람이 빵빵하게(?) 나오는 곳도 아니고, 따뜻한 물이 나오는 그럴 듯한 샤워실도 없다. 순례단 모두 자신의 작은 불편이 지구를 살리는 지름길임을 생각하며, 도심에서의 편리한 삶을 잠시 내려놓고 자연과 하나 되는 마음으로 작은 불편들을 즐겁게 받아들이고자 한다. 딱딱한 강당 바닥에서의 첫날밤이지만 피곤한 탓인지 순례단은 자리에 눕자마자 쌔근쌔근 잠이 든다. 순례의 첫날을 보내며 인간의 꿈만이 아닌 푸른 바다, 푸른 지구의 꿈도 남은 순례의 여정 동안 두 바퀴에 싣고 갈 수 있기를 바라며 한없는 꿈길 속으로 빠져든다.

 – 글/사진. 자전거섬순례 현장이야기팀

 

(자전거로 떠나는 인천 섬 순례의 날짜별 이야기는

인천광역시 인터넷신문 http://enews.incheon.go.kr/publish/php/mainview.php  에도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함께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