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인천섬순례]-둘째날 이야기

2007년 8월 2일 | 섬•해양

변질된 생명터전에 씁쓸한 ‘화석’만이 위안
 
시화호의 교훈과 지구온난화는 외면할 수 없는 현실

 


얼마나 잤을까.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온다. 좀 더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고정초등학교 전체를 울리는 시끄러운 정체불명의 소리에 모두들 잠자리를 뒤척인다. 혹시 누군가의 모닝콜인가. 알고 보니 그 소리는 학교 뒤편 농가에서부터 들려온 새벽을 알리는 수탉의 우렁한 울음소리였다. 더 이상 계속 잠을 청할 수 없었다.


그때 누군가 “이왕 이렇게 된 거 30분 더 일찍 일어나 새나라의 어린이가 되어보자구요!”한다. 다들 그 소리에 한바탕 웃으며 침낭 속에서 빠져 나와 짐 정리를 하기 시작한다. 한기가 스며드는 시멘트바닥에서 새우잠을 자던 사람은 30분 남은 기상시간이 무척이나 아쉽지만 모둠원들의 아침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식재료를 챙긴다.


농촌에서는 아이들도 참 부지런하다. 7시30분이면 아이들이 등교하기 때문에 7시까지 아침식사와 짐 정리, 숙소청소를 마치고 운동장에 모여야 한다. 운동장에 모인 순례단은 첫째 날 60여km가 넘는 자전거라이딩에 지쳤을 법도 한데 모두 밝은 얼굴이다. 자동차의 빠름과 도시의 조급함에서 벗어나 자전거의 느림과 자연의 너그러움에 차츰 적응하고 있음인가.


운동장 곳곳에선 서툰 이에게 기어변속과 페달링에 대한 교육이, 브레이크와 타이어공기압 조절 등 자전거점검이 한창이다. 앞으로 4일간의 일정을 함께 만들어가고 서로를 의지해야 하는 순례단의 동지애를 실천하고 있었다. 오늘은 고정초등학교→대부도→선재도→영흥도(영흥화력발전소)를 잇는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


고정초등학교를 출발한 지 10여분, 비포장길을 달려 야트막한 산을 끼고 돌자 끝없이 펼쳐진 초지가 나타났다. 이곳이 둘째 날 일정의 시작점, 공룡알화석지임을 알리는 푯말이 눈에 들어왔다. 자전거에서 바라보는 초지는 이곳이 갯벌지역이었음을 알려주는 퉁퉁마디, 칠면초, 나문재 등의 염생식물과 육상화가 많이 진행되었음을 짐작케하는 갯질경이, 갈대 등 육상식물이 혼재되어 있는 무성한 숲이었다.


시화호 남측에 위치한 공룡알화석지는 시화호 물막이공사로 물이 빠지면서 발견되었고 중생대 백악기 공룡들의 서식지로써 세계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매우 중요한 장소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농촌공사에서 시화호의 교훈을 벌써 잊어버렸는지 시화호 남측에 또 둑을 쌓고 호수(탄도호)를 만들어 농경지를 조성한다는, 벌써부터 탄도호로 흘러 드는 축산폐수와 생활하수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는 이야기에 서글퍼진다.


화석을 통해서나마 먼 옛날 이곳에 공룡이 살았음을 우리는 알게 되었다. 또 우리는 자료사진과 이야기를 통해서 이곳이 동죽과 바지락 등의 갯벌생명들과 우리네 어머니의 삶의 터전이었음을 알고 있다. 지금은 전설이 됐다. 이제 다시 우리는 이곳이 천연기념물인 공룡알화석지였고 검은머리물떼새와 고라니의 터전이었음을 조금 더 발달된(?) 화석인 영상을 통해서만 확인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공룡알화석지를 나선 순례단이 본격적인 자전거라이딩을 시작하자 도로에는 트럭들이 시시각각 순례단을 위협한다. 순례단이 지나는 66번과 301번도로는 편도1차선일 뿐 아니라 갓길은 거의 없다. 선두의 안전팀은 순례단보다 100m정도 앞에서 차량이 서행하도록 연신 수신호를 보낸다. 이때 반대편에서 차라도 보일라치면 안전팀은 초긴장상태가 된다.


순례단의 속도를 늦추며 최대한 갓길로 순례단을 인도하고 후미에서 진행하는 차량이 모두 지나갈 때까지 선두에서는 반대편차량을 온몸으로 막아선다. 그러기를 수십 번, 마침내 301번 도로를 벗어나 차량이 뜸한 영흥도길에 접어들어서야 뒤쳐졌던 사람이나 그들의 등을 밀어주며 격려했던 안전팀 모두가 여유를 찾는다. 모두가 하나 된 마음으로 도왔기 때문에 무사히 지나왔던 길이다.


# 화력발전소와 영흥도


고정초등학교를 출발한 지 5시간이 지났을까. 40여km를 달린 순례단은 선재대교를 건너 인천시 영흥면 선재도에 도착했다. 경기도 안산시에 속한 대부도와 달리 선재도와 영흥도는 행정구역상 인천시가 관할하는 곳이다. 지금은 대부도~선재도~영흥도가 연육교로 연결되어 차량으로 쉽게 왕래할 수 있는 곳이 되었지만 예전에는 배를 타야만 올 수 있었던 곳이란다.

                                

순박하고 조용한 섬마을을 생각했던 순례단에게 선재도와 영흥도는 다소 어지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대부도를 지나면서 보았던 각종 음식점과 모텔, 팬션, 부동산 간판이 이곳에도 판을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력발전소가 들어서면서 다리가 놓이게 되고 땅값이 올라가면 생긴 현상이란다. 발전소건설의 반대급부로 설치된 선재대교와 영흥대교가 섬마을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어버렸다. 섬사람들의 삶의 질은 높아졌는지 모르지만 섬만의 분위기를 기대했던 순례단은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선재대교 아래에서 점심식사를 한 순례단은 위험한 찻길을 달려오느라 고단한 심신을 달래기 위해 낮잠을 청했다. 꿀맛 같은 휴식 후 순례단이 찾은 곳은 영흥화력발전소! 순례단의 방문소식을 들었는지 매우 분주하다. 영흥화력발전소 관계자는 직접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언덕 위의 전망대로 우리를 안내했다. 가파른 언덕길을 지나 전망대에 오르자 현재 가동 중인 1,2호기와 조만간 가동예정이라는 3,4호기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산업자원부의 수도권 전력수급 계획에 따라 앞으로 15호기까지 건설이 예정되어 있다고 발전소관계자는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이산화탄소의 주 배출원은 화력발전소가 아니라 자동차와 공장이라는 설명과 이곳 발전소는 최첨단설비를 갖추고 있어 오염원배출을 최소로 하고 있다는 말, 해양생태계를 교란하는 것으로 알려진 온배수 문제도 유입수와 배출수의 온도차를 6도 이하로 조절하고 있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러나 숙소로 오는 발길은 무겁기만 했다. 점점 많아지고 있는 에어컨과 자동차 등 우리의 에너지낭비가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지도 모른다는 사실. 1,2호기만 가동되는 지금도 1km반경의 해수 온도차가 1도에 이른다고 하니 늘어나는 전력수급 때문에 15기까지 가동되면 서해바다의 해수온도는 얼마나 높아질까.

                                

우리나라의 기온상승은 지구평균보다 2~3배나 빠르다고 한다. 동해안에서는 대구와 명태 같은 한류성 어류가 자취를 감춰버렸다. 매년 이상기후로 지구촌 곳곳이 난리다. 지구온도가 1도 높아지면 생물종의 10%가 사라지고 5000만 명이 물 부족을 겪는다는데 값싼 원료라는 이유로 여전히 석유와 석탄을 주원료로 하는 화력발전소가 진정으로 옳은 것일까. 자전거섬순례단은 온도상승에 헐떡거리며 괴로워하고 있는 지구를 향해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물건’ 중 하나인 자전거를 타며 남은 일정을 힘차게 달려보고자 한다.


– 글/사진 :  자전거섬순례 현장이야기팀

 

(자전거로 떠나는 인천 섬 순례의 날짜별 이야기는

인천광역시 인터넷신문 http://enews.incheon.go.kr/publish/php/mainview.php  에도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함께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