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갯벌을 지켜낸 시민운동

2008년 8월 21일 | 갯벌

  일년전 인천녹색연합 사무처활동가들은 회원과 함께 일본으로 습지연수를 다녀왔다. 그곳에서 접했던, 시민들의 힘으로 지켜낸 산반제갯벌은 최근 경제자유구역 개발 등으로 대부분 갯벌이 매립된 상황에서 마지막 남아 있는 고잔갯벌(송도11공구)마저 매립될 위기에 처한 인천의 상황에 시사하는 바가 커 일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이 또렷하다.

 일본의 동경만은 지리적으로 우리나라의 경기만 (한강하구를 중심으로 북쪽의 장산곶과 남쪽의 태안반도와의 사이에 있는 반원형의 만, 즉 인천앞바다)과 같은 곳이다. 나리타공항에서 동경시내로 향하다보면 만나게 되는 이 지역은 우리나라의 경기만처럼 항만개발 등 대규모 갯벌매립이 이루어진 곳으로 30여년에 걸친 시민들의 노력으로 매립위기에서 지켜낸 산반제갯벌이 있는 곳이다.




 산반제갯벌은 이치가와지구와 케이요항개발계획의 일부였던 곳으로 우리나라의 서해안 갯벌과 마찬가지로 시베리아와 호주를 오가는 도요새와 물떼새류의 중간기착지이며 제비갈매기와 어린제비갈매기의 집단도래지이다. 뿐만 아니라 각종 조개류와 갑각류, 숭어, 농어를 비롯하려 각종 어류의 산란, 생육장이기도 하고 새들과 어류의 먹이가 되는 바닥생물, 플랑크톤, 소형 갑각류 등이 풍부하고 수많은 해초류와 각종 저서생물은 동경만의 수질정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런 산반제갯벌은 1950년대후반 동경만 1만5200ha에 이르는 갯벌의 대규모매립계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었다. 이에 일본에서는 1960년대 후반부터 교토구매립(이치가와1기계획)에 대한 이의제기를 하여 1000ha의 조수보호구설치를 요구하고 71년에는 ‘치바갯벌을지키는모임’을 결성하여 갯벌보전의 시민운동화를 시작하였다. 이때부터 단순한 야생조류의 서식지가 아닌 ‘갯벌’ 그 자체가 보호되어야 하는 대상으로서 처음 거론하고 갯벌이 생명의 요람이고 생태계의 중요한 지역이며 정화작용과 어업 등으로 사람들에게도 유익한 장소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주장하였다.




 그러나 부동산거품이 빠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일본정부와 치바현은 토지가상승 등을 이유로 매립계획을 강행하여 93년에 이치가와2기지구와 케이요항2기지구 740ha에 대한 매립기본계획을 제출했다. 민관으로 구성된 환경회의에서는 95년 산반제갯벌의 자연환경과 매립의 영향에 대해 조사를 실시하고 토지이용의 필요성을 재검토하고 전문위원회 설치를 제안하였다. 조사에서는 수질정화기능 등 산반제갯벌의 환경•생태적 가치가 확인되고 갯벌을 추가매립하게 되면 동경만이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결국 2001년 3월 치바현지사 선거에서 갯벌매립백지화를 주장한 후보가 당선되면서 산반제갯벌의 매립계획은 일단락되었다. 현재 산반제갯벌은 해변공원, 갯벌학습장으로 시민들이 바다를 만날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나 아직 산반제갯벌에는 이미 매립된 지역에서 발생하는 해양환경오염과 매립용 토사채취로 큰 몸살을 앓고 있다.




 정확한 경제성과 수요공급에 대한 예측없이 진행되는 항만확장계획의 무모함에 맞서 산반제갯벌을 지켜낸 치바현시민과 세계5대갯벌인 인천갯벌의 뭇생명을 지키기 위해 인천경제자유구역의 비경제적이고 반환경적인 계획에 맞서 갯벌매립을 지키려는 인천시민의 마음은 다르지 않다. 다만 마지막 남은 고잔갯벌(송도11공구)을 매립하여 부동산투기장으로 전락시키려는 인천시의 행태가 갯벌을 귀중한 자연문화유산으로 인식하여 갯벌을 살리려는 치바현의 노력과 다를 뿐이다.


                                                                  2008.  8.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