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갯벌 아니 더 정확히 고잔갯벌 그리고 오이도 갯벌
이 갯벌은 이 지상에 사람이 생겨나서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이전부터 이곳에 있으면서 많은 생물들의 산란처이자 서식처 였습니다. 이곳에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나타났으며, 그 사람들은 자연과 갯벌과 더불어 살며 때로는 갯벌에 속한 한 생명체로 때로는 갯벌을 이용하며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어민이라고 불렀습니다.
어민들은 항상 너무 많이 잡아 갯벌이 망가지지 않게 노력하며 살아왔으며, 또 너무 지저분하게 하여 생명들이 도망가면 어쩌나 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언제 부터인가 국가발전,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미명하에 갯벌에 말뚝을 박고 흙을 쏟아부어 갯벌을 없애버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우리 어민은 저러면 안되는데… 저거 저러다 일나지 하면서도 바라만 볼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도저히 그냥 보고만 있어서는 안되겠기에 오늘 이 자리에 섰습니다.
매일 새벽 우리 어민은 당신의 소리를 듣습니다. 살려달라고, 아직도 더 필요하냐고 지금껏 나로 인하여 살아온 너희들이 왜 당신을 위하여 나서주지 않냐고… 그래서 나섰습니다. 더 이상 당신의 아픔을 보고만 있을 수 없기에 더 이상 당신의 비명을 듣기가 너무 힘들어 이제야 이렇게 여기 섰습니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난 당신이 준 조개로 공부를 하였고 또 내 아이들을 공부시키고 있습니다. 난 당신이 준 꽃게와 생선으로 밥을 먹었으며, 또 밥을 맥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당신이 그렇게 아파하는 데도 나서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당신이 그렇게 아파하는 데도 당신의 뒤에서 건설족들이 떨어뜨려 줄지도 모를 별거 아닌 이익만을 생각하며 당신을 등한시 하였습니다.
속죄하는 심정으로 인간의 욕심을 우리의 욕심을 반성합니다. 이제 당신이 우리에게 주었던 그 많은 것들을 생각하며 이제 우리가 당신을 지키겠다고 약속합니다. 더 이상의 침묵과 무관심은 당신을 죽이는 것이요 또 그것이 우리를 죽이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여기서 당신에게 약속합니다.
1. 우리는 최초의 저정 목적에 맞지 않게 당신을 매립하여 없애려는 인천시와 경제자유구역청에 분연히 맞서 나갈것입니다. 이미 인천경제자유구역은 동북아 물류비즈니스라는 최초의 목적에서 벗어나 주거 및 상업시설의 난립하여 수익사업으로 변질되었기에 더 이상의 매립은 그 의미를 상실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당신을 매립하여 없애려는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이를 철회함이 마땅할 것입니다.
2. 송도 11공구라 불리우는 고잔갯벌, 그리고 오이도 갯벌은 그 보전가치를 환경단체 뿐 아니라 조류전문가 심지어 국토해양부에서도 인정하고 있기에 당신을 지켜나갈것입니다.
우리는 당신을 찾아왔던 많은 새들과 당신에 의하여 키워지고 길러진 수많은 생명들에 대하여 알고 있습니다. 또 당신이 그렇게 하신 많은 생명들로 우리는 살아왔고 또 살아갈 것입니다. 그러니 당신을 지킬 수 밖에 없습니다.
3. 우리는 흔히 아름다운 자연을 후손에게 물려주어야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 생각은 다릅니다. 우리는 이 아름다운 자연을 후손에게 빌려쓰고 있는 것입니다. 내 것을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원래의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빌려쓴 이는 빌려준 이에게 온전하게 물려줄 책임과 의무가 있는 것이지요. 우리는 우리가 빌려쓴 이 갯벌은 온전히 돌려주기 위하여 최선을 다 하겠다고 약속합니다.
오늘 2010년 2월4일은 당신을 이땅에서 몰아내는 마직막날이 아니라 그동안 당신에 의하여 살았던 어민들이 이제 당신을 지키기로 약속한 날로 기억될 것입니다.
이제 당신은 더 이상 외로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동안 당신에 의하여 살았던 많은 어민들이 당신과 함께 할 것이며,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또한 당신과 함께 할 것입니다.
2010년 2월 4일
당신을 지키기로 마음먹은 어민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