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인천환경영화제를 마치고

2011년 11월 16일 | 기타

2011년 11월 5일, 영화공간 주안에서 ‘2011인천환경영화제’가 개최되었습니다.

가톨릭환경연대, 인천녹색연합, 인천환경운동연합이 주최한 이번 영화제는 ‘공동체의 힘 : 쿠바의 녹색혁명’, ‘노 임팩트 맨’, 국내환경영상과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일반시민과 함께 에너지와 소비문제의 대안을 모색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Green-Bee 기자로서, 환경에 관심이 있는 시민으로서 영화제에 참여하였습니다.

 2011인천환경영화제는 에너지와 소비에 관하여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영화와 시민들이 에너지와 소비, 환경에 대해 체험하고 생각하게 하는 참여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상영된 첫 영화는 ‘공동체의 힘 : 쿠바의 녹색혁명’입니다. 

경제를 지원해 주던 소련의 몰락, 그 후 계속된 미국의 경제봉쇄로 기름 수입량의 반 이상, 곡물 수입량의 80% 이상이 줄어들어 심각한 에너지와 식량 부족에 빠지게 된 쿠바. 사람들은 굶주림. 영양실조, 전기부족, 연료부족 등의 어려움을 겪습니다. 기름이 없어서 움직이지 않는 자동차. 버스를 타지만 이미 만원입니다. 3시간이 걸려 직장에 나갔지만,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다시 만원버스를 타고 3시간을 가야하는 집. 

정부는 자전거 100만대를 수입하였고, 사람들은 자동차를 타는 대신 걸어 다니고 자전거를 타게 됩니다.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없어 시작한 자급자족의 생활. 사람들은 도시농업에 뛰어듭니다. 도시의 자투리땅을 모두 농경지로 바꾸었고 화분이나 옥상에도 작물을 심었습니다. 정부는 더 잘 자라는 작물과 더 좋은 재배 방법을 연구하고, 사람들이 씨앗과 묘목을 살 수 있는 곳을 운영했습니다. 화학물질이 없어서 비료도 살충제도 없는 친환경적인 농업이 이루어 졌습니다. 43%에 불과했던 식량 자급률은 100% 수준에 도달했고 도시 전체가 녹색으로 변했습니다. 

 ‘공동체의 힘 : 쿠바의 녹색혁명’이 상영된 뒤 시민들이 자전거 발전기를 돌려 과일주스를 만드는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영화제 주제가 에너지와 소비문제의 대안 모색인 만큼 이런 프로그램이 진행된 걸까요? 그린스타트에서 지원한 프로그램으로 장비 대여는 물론 자원봉사자 분들도 참여해 주셨습니다.

과일을 주스로 만드는데 필요한 전기를 얻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자전거 발전기를 돌려야 했습니다. 너무나도 쉽게 쓰는 전기지만 만들기는 굉장히 힘들더군요. 직접 에너지를 만들어보는 체험으로 에너지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잠깐 휴식시간을 가진 뒤 1시간 정도 국내 환경문제를 다룬 영상이 상영되었습니다. 


(삽의 아들 MB)

‘삽의 아들 – 누구를 위하여 4대강을 파나’는 4대강 사업으로 일부 사람들만 수혜를 누리고, 4대강 친수구역 특별법이 기존의 환경법들을 무시한다는 것을 지적하는 영상입니다.

‘농민 being’은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두물머리 유기농단지의 이야기 입니다. 팔당 두물머리에서 유기농을 하고 있는 노태환 아저씨는 삶의 터전인 두물머리를 지키기 위해 나머지 두물머리의 10농가와 함께 하나되어 땅을 지키기 위해 지난 2년여의 시간을 투쟁해왔습니다. 하지만 해를 넘기며 끊임없이 이어지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의 불투명한 미래 앞에서 아저씨는 지쳐가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이 있다면, 삶의 터전을 잃는 사람도 있습니다.

‘고잔갯벌 – 개발의 사막에 둘러싸인 생명의 오아시스’는 인천 내륙에 마지막으로 남은 갯벌, 고잔갯벌의 모습입니다. 송도11공구라 불리우는 고잔갯벌은 동아시아 철새 이동경로(East Asian-Australasian Flyway)로 국제적 희귀조류인 저어새ㆍ검은머리갈매기ㆍ말똥가리ㆍ알락꼬리마도요 등 107종 2만 2821개체가 서식ㆍ도래하는 지역입니다. 인천시는 경제자유구역의 면적을 넓히기 위해 송도11공구 매립 사업을 추진해 환경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죠. 이 영상은 환경보전과 개발 사이에 서있는 고잔갯벌의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다음 5시에 상영된 영화는 ‘노임팩트맨’입니다. 작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콜린은 1년간 가족과 함께 지구에 무해한 생활을 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TV를 버리고 쇼핑을 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1년, 365일 동안 조금씩 하기 힘든 행동, 하지만 지구를 덜 힘들게 하는 행동으로 발전합니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하기, 포장지 사용하지 않기, 화장지 대신 헌 옷감 이용하기, 지역에서 나온 농산물만 먹기, 새 제품대신 중고 이용하기, 일회용품 사용 안하기, 합성세제 대신 친환경세제 이용하기,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들기, 냉장고 사용 안하기, 전기 사용 안하기처럼 일상적이고 편리하지만 지구를 앓게 하는 모든 것들을 간소화 시킵니다.

콜린은 전기마저 포기하고 양초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일상에서의 너무나 큰 불편함과 마주하게 되고, 결국 태양전지를 사용하게 됩니다. 그때 영화에서 나온 대사가 마음에 닿았습니다. “무조건 아끼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쓰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 영화가 끝난 뒤, 환경퀴즈가 있었습니다.

인천해안선의 99%는 갯벌을 매립해 만든 인공해안선이란 것, 알고 계셨나요? 심야전기난방을 위해 석유 10L로 전력을 생산한다면, 집에 도착하는 에너지량은 단지 석유 1L에 불과하답니다. 10L중 에너지로 변환되는 양은 단 4L에 불과하고, 송배전과정에서 절반이상의 에너지가 손실되어 결국 우리가 쓸 수 있는 건 1L에 해당하는 에너지일 분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선 1년 동안 240억개, 한명이 240개의 종이컵을 소비하며 한사람이 일년 평균 이컵, 나무젓가락. 정말 일상적으로 쓰는 것들인데 이런 사실을 알고 나니 굉장한 낭비라는 생각이 드네요.

모든 프로그램이 끝난 뒤 영화제에 참석한 시민분들이 포스트잇에 영화제에 대해 한마디, 그리고 영화를 보며 에너지, 소비 절감을 위해 ‘이것만은 해보겠다’ 결심한 것을 써서 붙여주셨습니다.

 
‘공동체의 힘 : 쿠바의 녹색혁명’, ‘노임팩트맨’, 그리고 4대강과 간척에 관한 국내영상들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꼭 지속가능한 ‘발전’에 얽매여야 하는 걸까요? 꼭 지금보다 나은 수준의 물질적 환경을 고집해야 하는 걸까요? 콜린가족과 쿠바인들의 ‘지속가능한 삶‘은 현대적인 삶에 익숙해진 저에겐 솔직히 불편해 보이고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편리한 거 물론 좋습니다. 하지만 지금 사람들은 그 편리함에 미혹되어 있는게 아닐까요? 개발이 주는 혜택에 눈이 멀어버린 것은 아닐까요? 저도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해 환경보호에 대해 물질적 풍요와 편리함을 우선적으로 생각했으니까요. 환경에 대해 물질적 풍요와 편리함을 떨어뜨려 생각한 적이 없으니까요. 환경보호조차 인간의 발전을 위한 선택이라 여겼으니까요.

 하지만 이 영화들은 제게 말합니다. 꼭 그렇게만 생각 할 수밖에 없냐고.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콜린은 현재의 편리함을 조금만 포기해도 자연과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의 지난 1년을 통해 보여주었고, 쿠바는 그런 삶이 공동체에서도 가능함을, 오히려 혼자보다 함께 할수록 더욱 더 자연과 함께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국내의 환경문제들은 우리가 얼마나 개발지상주의, 성장지상주의에 빠져 있는지 느끼게 하였습니다.

노 임팩트 맨은 한 가족의 1년간의 ‘녹색생활‘ 프로젝트였고(프로젝트 종료 후에도 그 가족이 친환경적인 생활을 하긴 하지만…), 콜린가족은 ‘무조건 아끼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쓰는 게 중요하다‘ 는 ’지속가능함’을 깨달았습니다. 쿠바의 녹색혁명은 이에서 더 나아가갔죠. 1990년부터 시작된 한 도시, 한 국가 공동체의 ‘녹색혁명’ 이었으며, 깨달음을 넘어 지속가능한 생활을 이루어냈습니다. 노 임팩트 맨이 한 가족의 도전이라면, 쿠바의 녹색혁명은 한 공동체의 혁명입니다.

인간의 이익에 눈이 멀어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라는, 생태적 관점을 잃지 않는 것.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것. 이번 영화제를 통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개발과 성장만이 능사일까요? 꼭 생각해 봐야 합니다.

 다음 영화제에서 만나요~

글 / 2011인천환경영화제 자원활동가 고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