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일상 잠시 내려놓는 바다 위 ‘작은 쉼터’

2013년 11월 26일 | 섬•해양

▲ 이일레 해수욕장을 따라 해변가를 거닐면 주옥같은 풍경들이 펼쳐진다.

지친 일상 잠시 내려놓는 바다 위 ‘작은 쉼터’

바다에서 인천의 미래를 보다
2013 청소년기자단’파랑’과 함께
2013년 11월 01일 (금)
 
안행부 ‘찾아가고 싶은 섬 꾸미기’ 공모선정
오토캠핑장 건립·산책로 정비…관광 자원화
빼어난 풍광 자랑 … 하루코스 트래킹 입소문
전교생 6명 승봉분교, 학생들 웃음소리 가득
 
여의도와 면적이 비슷한 섬. 승봉도는 아주 오래 전 유배지로 이용됐던 작은 섬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풍랑을 만나 대피하던 신씨와 황씨가 정착하게 되면서 그 두 사람의 성을 따라 신황도라고 알려졌다.
그 후 세월이 흘러 이곳 지형이 막 날아오르는 봉황을 닮았다고 해서 지금의 승봉도(昇鳳島)가 됐다. 청소년 인천 섬바다 기자단 ‘파랑’의 4번째 취재지 승봉도를 돌아본다.
 
 
● ‘동양콘도’ 3년의 공백기
섬에 도착해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동양콘도’라는 곳이 나온다. 25년 전에 세워졌지만 수익성이 적다는 문제로 3년 전부터 영업이 정지된 상태로 방치돼 있다.
 
콘도 주변으로 수풀이 우거지고 버려진 물건들이 많아 음산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25년전 지어진 건물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콘도다. 당시 주변의 기대를 모았던 콘도였지만 주변과 너무 동떨어져 있는데다 낙후된 시설, 이로 인한 금전적 문제로 건물을 지을 때 화려한 모습과 달리 지금은 초라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
 
현재 경매가 약 40억에 나와 있으나 경매가보다 큰 내부 수리비용으로 인해 이도저도 아닌 실정이다. 인천시에서 이 콘도를 매입을 해 청소년수련관으로 활동하는 방안도 나왔지만 추진될지는 의문이다.
 
 
▲ 재학생 6명의 초미니학교인 승봉분교. 아담한 학교 건물이 주변 풍경과 모나지 않게 어울린다.
 
 
● 초미니 학교, 승봉분교
길을 따라 마을을 돌아보니 조그만 학교가 나온다. 인천주안남초등학교 승봉분교다.
 
전체적으로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마을에 또랑또랑한 목소리들이 들려오는 곳. 승봉도에 유일한 학교다. 전교생 6명인 학교는 30년 전에는 100여 명의 학생 수를 자랑했지만 여느 섬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점점 내륙으로 나가 지금은 6명의 아이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학교 운동장 한켠에 위치한 그네를 타 보니 초등학교 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다. 그 때 한 교실의 창문이 열리더니 어린 소년이 기자단을 향해 “그네 타지 마세요, 그네 끊어져요!”라고 소리쳤다. 아이들 목소리에 웃음을 지으며 학교를 빠져나왔다.
 
마을을 자세히 둘러보면 연꽃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최근 승봉도에서 추진하는 연꽃단지 형성 때문이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연꽃이 필 시기가 되면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 쉴 수 있는 섬 승봉도
마을에서 길을 따라 조금 아래로 내려가면 해변이 나온다. 바로 이일레 해수욕장이다.
 
이일레 해수욕장에는 재미 있는 설이 있다. 옛 승봉도에는 소가 많아 소를 이일레 해수욕장에서 방목했고, 여기서 이름을 따온 것이 이일레 해수욕장이란 것이다.
 
이일레 해수욕장은 개펄이 아니라 바닷물이 깨끗하고 썰물 때면 넓은 백사장을 드러낸다. 정면으로는 대이작도, 그 옆으로 사승봉도가 보이며 뒤로는 울창한 나무가 둘러싸고 있어 해변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해수욕장을 둘러본 뒤 언덕을 올라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길을 따라가면 탁 트인 바다가 한 눈에 보이는 주랑죽공원에 도착한다. 소나무가 빽빽히 들어찬 주랑죽공원. 비록 텐트를 치는 등 야영은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눈 앞에 펼쳐지는 멋진 바다풍경 때문에 승봉도를 트래킹하는 관광객들에게 사랑을 받는 장소이다. 승봉도의 자랑거리인 만큼 마을에서는 많이 볼 수 없었던 여행객들을 볼 수 있었다.
 
여행객들은 트래킹을 위해 아침에 배를 타고 들어온 뒤, 오후 배를 타고 돌아가는 하루짜리 코스로 승봉도를 찾고 있다고 한다.
 
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면 승봉도의 자랑거리가 하나 더 나온다. 부채바위와 코끼리 바위.
 
부채바위는 승봉도 북쪽에 있는 해변을 내려가면 눈에 띄는 곳에 우뚝 서 있다. 유배생활 지겨움을 달래기 위해 이곳에서 시를 쓰던 선조들이 유배가 풀린 후 시험장에서 글을 쓰니 장원이더라는 전설이 깃들어 있는 부채바위는 명성대로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며 자리를 잡고 있다.
 
부채바위를 지나 조금 더 가면 웅장한 모습의 코끼리 바위가 있다. 굉장히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다. 조선시대에 이웃 섬으로 시집을 가게 된 여인이 영원한 사랑을 기약하는 의미로 이 섬의 정인과 함께 코끼리 바위 아치를 통과했다는 전설이 있다. 이렇게 각 명소들의 재미 있는 전설로 승봉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더 큰 재미를 알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이를 알려줄 수 있는 안내책자가 없고 명소들을 찾아갈 수 있는 아무런 표시도 없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엔 비가 오고 있었는데도 트래킹을 하고 있는 여행객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빽빽한 소나무 숲은 여행객들의 관심과 애정을 받기에 충분한 것 같았다. 트래킹을 하는 여행객들도 촛대바위, 부채바위 등 눈에 잘 띄고 알려진 코스들을 둘러보는 듯했다.
다른 섬들보다 면적도 작고 주민 수도 적은 승봉도, 하지만 어떤 섬들보다 주민들의 인심과 배려가 넘치는 섬이다.
 
/조수현·김주현(초은고 2년, 동인천고 2년)
 
 


 

■ 안행부 지원 오토캠핑장 조성
안전행정부 지원을 받아 승봉도에 조성될 예정인 오토캠핑장이 주민들의 민박운영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민박을 이용할 사람들이 오토캠핑장으로 가면 주민들의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다.
 
올해 6월, 승봉도는 안전행정부에서 주관한 ‘찾아가고 싶은 섬 가꾸기 공모사업’에 선정돼 2014년부터 2017년까지 25억을 지원받게 됐다.
 
이에 주민들은 ‘치유의 섬”을 주제로 마을 공동체가 함께하는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사업으로는 자전거 대여 프로그램, 오토캠핑장 설립, 연 재배, 그리고 참굴 양식 등의 특색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자전거 대여 프로그램은 승봉도를 ‘차 없는 섬’으로 만드려는 환경 친화적 사업의 일환으로 이를 위해 산책로 또한 새롭게 재정비될 계획이다. 그리고 ‘참굴 양식’은 굴이 산란기 때 독이 생겨 먹을 수 없는 것을 고려한 주민들이 사계절 내내 먹을 수 있는 참굴을 양식해 관광객들이 직접 캘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또한 주민들이 직접 휴경하고 있는 4300평의 논에 관상용 연과 식용 연을 재배해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연으로 만든 음식을 제공해 관광객 유치에 힘쓸 예정이다.
 
하지만 오토캠핑장 건설 계획에 대해, 주민 상당수가 운영하는 민박 사업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승봉도에서 민박을 운영하는 주민 A씨(54)는 “다른 것은 모두 좋은데 오토캠핑장은 민박사업에 타격을 줄 것 같아서 싫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승봉도 이장 김경구(51)씨는 “사업들을 통한 수입을 주민들에게 나눠 수익 감소분을 보충할 수 있도록 공동으로 관리할 예정”이라며 “주민들과 소통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조태호(영종고 1년, 계산고 2년)
 
 
▲ 파랑기자단 학생들이 승봉분교 운동장 한 켠에 자리한 그네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승봉도의 유일한 학교인 승봉분교가 학생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4년 전 인천시교육청이 폐교조치를 고려했지만 주민들의 반발로 유지되고 있는 승봉분교.
 
하지만 학교에 재학생이 총 6명에 불과한 탓에 언제 폐교될 지 모른다는 걱정이 크다. 현재 남아있는 재학생들이 모두 졸업하고 난 뒤 학교에 다닐 학생들의 유무가 불확실한 상태기 때문이다.
 
1, 2, 3, 5학년 각 1명, 4학년 2명으로 구성된 재학생을 학교 옆 사택에 거주하는 3명의 교사가 가르치는 승봉분교는 이른바 자연형 학교다. 학생 수에 비해 교사의 수가 많아 교사들이 각 학생의 특성을 다 알고 그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을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는 학교다.
 
물론 학생 수가 적은 데에 따르는 문제점도 있다. 승봉분교 교사 이현석씨는 “토의 학습 및 모둠 학습이 불가능하고, 점수에 상관없이 고정된 등수이기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 경쟁과 목표의식도 덜하다”며 “타 지역에 비해 학업 성취도도 떨어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진학 문제도 우려되고 있다.
 
승봉도를 비롯한 인근 섬에는 중학교가 존재하지 않아 진학을 위해서는 인천 육지로 나가야 학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섬과는 다른 환경과 분위기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최고학년인 5학년 학생 수업은 도심에 있는 학교 수업을 고려해 진행하고 있다.
 
주민들은 “안전행정부의 섬 지원사업에 선정된 만큼 앞으로 젊은 사람들이 증가해 학생들이 많아졌으면 한다”며 “승봉분교가 예전처럼 학생이 많아져 섬에 활기가 돌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신해린(백석고 2년)
 
 



▲ 김경구 이장

 
 
인터뷰 / 김경구 승봉도 이장
 
 
“차 없는 섬이 우리 꿈이야.”
 
승봉도에서 만난 김경구(51)씨는 “차 없는 섬을 만드는 게 우리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승봉도 이장으로, 민원절차 등에 대해 잘 모르시는 어르신들에게 대신 처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주민들의 의견을 들으며 마을일을 돌보기 때문에 이장으로서 정형화한 일은 특별히 없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즐거운 듯 “승봉도에서 하는 일이 많으니 1년 보내기가 무척 즐겁다”고 말했다.
 
김 이장은 초등학교 4학년까지 승봉도에서 살다 인천으로 건너간 뒤 10년 전 승봉도로 다시 돌아왔다. 인천에 살면서도 자주 승봉도를 다녀 적응하는 데 큰 불편은 없었다.
 
그는 “학교공부보다 귀농을 더 원해 다시 돌아왔다. 자식들은 귀농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명절때 자고 가는 게 전부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승봉도는 어업과 농업뿐만 아니라 관광지로서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즐거움 속에도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김 이장은 “관광지가 되기 전엔 관광객이 없어 쓰레기를 간단히 처리할 수 있었지만 관광객이 몰리기 시작하면서 쓰레기가 늘어 문제다”며 쓰레기 더미를 가리켰다.
 
승봉도는 최근 안전행정부의 ‘2014년 찾아가고 싶은 섬 지원 사업’ 공모에 선정됐다.
 
이에 김 이장은 ‘치유의 섬’을 테마로 오토캠핑장 조성, 연꽃마을단지 조성 등을 통한 관광활성화를 꿈꾸고 있다. 세부적으로 연을 이용한 음식 시식 운영과 기존 산책로 재정비, 승봉도 역사관 설립 등의 계획을 세웠다.
 
그는 “승봉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자동차 대신 자전거나 도보 등을 이용해 섬의 아름다운 곳을 다니면서 도시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조금이나마 치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지윤(서운고 1년)
 
 
사진·정리=김상우기자 theexodus@itimes.co.kr
 
인천일보, 인천녹색연합 공동기획
 
 
원본보기 : http://news.i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033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