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내밀면 닿을 거리 …무심한 듯 다정한 두 섬마을

2013년 11월 26일 | 섬•해양

▲ 지난 2011년 인천지역 5개 발전회사와 인천시가 맺은 협약으로 설치된 태양광 집전판. 시는 덕적도를’지속가능한 미래의 섬, 에코 아일랜드’의 일환으로 총 108곳에 태양광주택을 만들었다.

손 내밀면 닿을 거리 …무심한 듯 다정한 두 섬마을

바다에서 인천의 미래를 보다
2013 청소년기자단 ‘파랑’과 함께
 
– 2013. 11. 11(월)
당초 굴업도와 문갑도로 마지막 취재여행을 떠나려던 청소년 인천섬바다기자단의 일정이 변경됐다.
 
굴업도와 문갑도로 가는 배편이 성수기라 예약이 완료됐기 때문이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대신 택한 곳은 덕적도와 소야도.
 
최근 태양광 발전을 이용한 친환경 에너지를 통해 탄소 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는 섬인 덕적도와 삼국시대 백제의 몰락을 불러왔던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백제 침공 전 진을 쳤던 곳인 ‘소야도’를 찾았다.
 
청소년 인천 섬바다 기자단 ‘파랑’의 올해 마지막 취재지. 덕적도와 소야도를 찾아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본다.
 
 
▲친환경 에너지와 마을기업이 있는 ‘덕적도’
 
마을기업 수익창출 모범 사례
 
태양광 이어 풍·조력 도입예정
 
토요일 오전 덕적도행 배가 출항했다.
 
배는 덕적도로 향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덕적도에 도착한 뒤 찾은 목적지는 ‘으름실 마을기업’.
 
태양광 발전과 함께 마을기업으로 유명하다.
 
마을기업은 행정자치부에서 마을 자체적으로 사업신청을 받아 운영한다.
 
보통 섬 주민이 대부분 나이가 많아 공동체 형성이 어려운 것과 달리 덕적도는 주민 40여 가구 중 36가구가 마을기업에 참여하고 있다.
 
박근수 사무국장은 “마을기업으로 주민들이 10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며 “노인들이 평생 해온 일들을 마을기업의 상품으로 하면서 삶의 질 향상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덕적도가 옹진군 모범마을로 지정됐다”며 “현재 사무실로 쓰고 있는 이곳 역시 마을 사람들과 함께 지어 올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사무국장 안내로 마을기업 사업장의 하나인 ‘버섯 재배 현장’으로 올라갔다.
 
버섯을 키우기 위해 나무 기둥에 솜을 박아둔 모양이 마치 하얀 점박이 같다.
 
내려오는 길을 보니 마치 찹쌀떡 같은 느타리 버섯이 잘린 나무에 가득 자라나 있었다.
 
두 번째로 향한 곳은 으름이 자라는 곳이었다.
 
 
▲ 장호준 파랑기자단(동인천고 2년) 학생이 반으로 쪼갠 으름 열매를 들고 있다.
 
 
 
도시에서만 자란 우리는 으름이라는 열매를 그곳에서 처음 맛볼 수 있었다.
 
하지만 으름과의 첫 대면은 반가움만은 아니었다.
 
열매를 쪼갠 순간 하얀 애벌레가 자리하고 있는 줄 알았다.
 
얇은 하얀 막에 수박씨 크기의 으름씨가 으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맛은 홍시와 비슷했고 달달한 것이 생김새와 다르게 괜찮았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서포리 주민들은 최근 덕적도에 생긴 태양광 장비에 대해 “주민 대부분이 태양광 설치에 만족해 하고, 태양광 설치의 효율성이 높다”고 말했다.
 
덕적도에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태양광 지원 사업을 중단하고 풍력과 조력 에너지 지원 사업이 도입될 예정이다.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며 덕적도가 다양한 마을기업과 함께 친환경 에너지를 갖춘 진정한 ‘에코 아일랜드’로 태어나길 기대한다.
 
  
▲조용한 인적의 ‘소야도’
 
영화 ‘연애소설’ 촬영지 유명
 
소야초교 → 복지시설 변신중
 
 
덕적도 선착장에서 2분 정도 도선을 타고 들어가야 하는 섬 소야도.
 
함께 배를 타고 온 단체 여행객들과 소야도 공영버스를 타고 뗏뿌루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구불구불 길을 따라 버스는 뗏뿌루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뗏뿌루 해수욕장은 해수욕장 모래사장 뒤쪽으로 난 산길을 통해 ‘연애소설’의 배경이던 죽노골에서 새하얀 모래사장 앞으로 푸르게 펼쳐진 바다 한가운데에서 하루에 한 번 바다가 갈라지는 ‘모세의 기적’을 볼 수 있었다.
 
바다에서 펼쳐진 장관을 바라보며 허기진 배를 채우고 왔던 길을 따라 나가 큰마을로 향했다.
 
해수욕장을 나와 ‘큰말’이라고 쓰여진 이정표를 따라 걸었다.
 
‘꼬끼오’ 하며 울음을 내는 닭들과 전깃줄 위 까마귀들, 밭에 서 있는 흑염소는 자연 그대로의 소야도 모습을 느끼게 했다.
 
팔각정을 뒤로 하고 선착장으로 향하는 길목에 야트막한 폐교가 있다.
 
IMF 당시 적은 학생수와 경제난으로 폐교된 소야초교는 15년이 흐른 지금도 예전 모습을 하고 있다.
 
좁은 계단을 올라 지금의 학교들과는 다른 모습의 작은 문을 통과해 학교로 들어서니 운동장으로 쓰였을 법한 공간이 우리를 반긴다.
 
녹슨 그네와 철봉과 시소가 아이들이 뛰어놀던 운동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중앙에는 돌들로 동그랗게 둘러싸인 분수대가 있고 학교 안쪽으로 좀 더 들어가면 식당과 기숙사, 화장실 등이 있다.
 
학교가 폐교된 뒤 임대돼 수련관 등으로 사용되기도 했던 소야초교는 지난해 ‘주민복지시설’ 목적으로 옹진군에 매각됐다.
 
이후 매각된 학교는 주민들의 의료시설, 학생들을 위한 독서실, 도서관, 공연장 등으로 사용될 계획이다.
 
과거 학생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던 학교가 소야도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새로 탄생하는 것이다.
 
삼국시대 당나라군 소정방이 백제를 침공하기 위해 진을 쳤던 곳이라 ‘소야도’라 지명이 붙었다는 섬.
 
백제를 침략하기 위해 진을 친 곳, 풍전등화와 같던 백제의 모습이 현재 소야도와 대비됐다.
 
그렇게 소야도에서의 하루가 저물었다.
 
 
/조영지(초은고 2년)·전성희(박문여고 2년)
  

 

● 태양광 하나로 전기료 걱정 끝
 
덕적도 ‘에코 아일랜드’ 사업 … 요금 70~80% 절감
 
 
인천 옹진군 덕적도에서 시행되고 있는 ‘탄소 없는 섬 에코 아일랜드’ 사업의 한 부분인 서포리 태양마을 조성에 대해 마을 주민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 2011년 송영길 시장과 지역 5개 발전사 대표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처음 ‘에코 아일랜드’를 제안했다.
 
그 후 옹진군과 지역 5개 발전사 간에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한 MOU를 체결했다.
 
지난해 총 사업비 34억을 투입해 1차로 서포리 지역에 태양마을을 설계, 태양광주택 83가구를 보급했고 올해 추가 설치로 총 108가구가 태양광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태양광에너지 판을 설치한 후 대다수의 마을 주민들은 대체적으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경제적 이득이다.
 
태양광에너지를 사용한 이 후 주민들의 전기세는 약 70~80% 감소됐다.
 
덕분에 마을 주민들은 그동안 전기세 때문에 망설였던 난방이나 에어컨 등의 전자제품의 사용을 늘리고 있다.
 
임정번(51) 서포 1리 이장은 “겨울엔 섬은 운송수단 때문에 기름 값이 상당히 비싼데 태양광으로 생산된 전기로 난방을 마음껏 할 수 있게 됐다”며 “많은 주민들이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반응에 대해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생태보전팀장은 “대체 에너지인 태양광에너지 사용은 긍정적이지만 전자제품 사용의 증가는 ‘탄소 없는 섬’의 궁극적 목적과 멀지 않냐” 며 “주민들에게 취지 목적에 대한 동의와 교육 등이 추가 시행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조수현(초은고 2년)
 
 


  
● “쾌속정 운항 속히 실현되길”
 
소야도 선착장 구조 등 보완·교통난 해소 절실
 
 
인천 옹진군 덕적면 소야도에서 쾌속정 연장운항을 하려면 선결해야 하는 부분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을 들여 선착장을 만들었지만 수심과 선착장 구조 문제 등으로 무용지물이 됐기 때문이다.
 
현재 인천연안두부에서 쾌속정을 타고 덕적도에 도착 한 뒤 소야도행 소형 어선으로 갈아타고 5분 정도 들어가는 방법과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에서 대부해운을 타고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
 
옹진군은 인천지역에 연고가 있는 주민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덕적도까지 운행하는 쾌속정을 소야도까지 연장운행하기 위해 지난 2009년 10억, 2013년 13억 등 총 23억원을 투입해 4년 동안 선착장을 건설했다.
 
현재 완공 후 총 4번의 시범운행 후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연안부두에서 소야도로 들어가는 차도선은 수심과 선착장 구조 등 여러 가지 상황을 이유로 지난 10월에 있었던 시연회 도중 철수했다.
 
예산과 시간을 들여 선착장까지 만들었지만, 수심과 선착장 구조 문제로 제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된 셈이다.
 
마을주민들은 “쾌속정 연장운항과 연도교 설치가 실현된다면 주민들과 소야도에 있는 학생들이 인천연안부두나 덕적도로 훨씬 편하게 다닐 수 있을 것”이라며 “문제점을 개선해 소야도 주민들의 교통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동효(연수여고 1년)
 
 


  

 
▲ 박근수 덕적도 으름실 마을공동체 사무국장 
■ 인터뷰 / 박근수 덕적도 으름실 마을공동체 사무국장
 
 
“마을기업은 함께 가는 공동체입니다.”
 
마을기업이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박근수(63) ㈜으름실 마을공동체(이하 으름실) 사무국장 겸 덕적면 북리 이장은 ‘공동체’라는 답을 내렸다.
 
이장을 맡기 전까지 박씨는 폐교된 명신초등학교를 임대해 캠핑장이나 청소년 수련관으로 운용했다.
 
그러다 교육청에서 폐교들을 민간인에게 매각하면서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때 경험을 통해 지난해 안전행정부에서 주관한 마을기업 공모에 신청해 마을공동체에 대한 꿈을 꿨다.
 
그는 “마을기업으로 선정된 뒤 인천시 지원금 3700만원과 주민들이 모금한 30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마을 40여 가구 중 36가구가 참여했고 평균 연령은 70세다”며 마을기업의 태동을 설명했다.
 
사업의 시작은 표고버섯 재배였다.
 
“덕적도에는 아무도 손대지 않아 방치된 땅이 많습니다. 그 곳에 표고버섯을 재배해서 수익을 내고 있지요. 표고버섯 재배 주 자원인 참나무가 덕적도에 풍부하고 주민들도 예전에 표고버섯을 재배해 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표고버섯 사업이 시작된 이유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산나물을 파종시켜 내년 봄부터 채취하고 관광객들이 직접 산나물을 채취해 비빔밥을 해먹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계획을 그는 밝혔다.
 
이를 위해 현재 통행이 원활하도록 24㎞의 길을 정비하고 곧이어 길 양옆을 개간할 준비를 한다.
 
박 사무국장은 “체험학습을 통해 관광객들이 많이 유입된다면 민박업 같은 다른 산업도 활성화할 수 있다”며 “이외에도 가시오가피, 두릅, 구지뽕 같은 식용이나 약용식물을 재배해 수익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했다.
 
마을기업을 하는 가장 큰 목표는 일자리 창출이다.
 
그는 “마을기업에 참여한 분들 중 70%가 홀몸노인”이라며 “그래서 사업을 시작할 때 첫 목표가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홀몸노인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마을기업이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 덕분일까. 으름실 마을기업은 옹진군에서도 마을기업 모범사례로 지원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공동체는 함께 간다’는 그의 말처럼 으름실은 주민들이 함께 힘을 합친 덕에 성공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이익희(세일고 2년)
 
 
정리=김상우기자 theexodus@itimes.co.kr
 
인천일보, 인천녹색연합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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