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는 그 섬엔 한국史 흔적이 …

2014년 8월 29일 | 성명서/보도자료

▲ 바닷물이 빠지고 난 뒤 드러난 강화도 갯벌.

말 없는 그 섬엔 한국史 흔적이 … 

바다에서 인천의 미래를 보다 2014청소년기자단 파랑과 함께-강화도

▲ 김순래 강화여중 교사.

오전 6시. 평소에 비해 이른 시간에 기상했지만 ‘파랑’의 행선지 이작도를 고대하는 마음에 졸린 눈을 비비며 집을 나섰다.  

오늘의 출항지는 연안부두.  

하지만 해상에 낀 안개로 배가 통제되면서 우리는 이작도로 향하는 배를 탈 수 없었다.

‘파랑기자단’ 시작 당시 “자연재해로 인해 출항하지 못할 경우 강화도로 말머리를 돌릴 것”이라고 공지한 게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결국 연안부두에서 1시간 여를 다시 달린 끝에 초지대교를 건너 강화도에 도착했다.

우리의 세 번째 섬 취재가 우여곡절 끝에 시작됐다. 

▲역사와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고려궁지 

우리가 알고 있는 강화도는 고려가 몽고의 침략에 대항하기 위해 도읍을 강화도로 옮기고 40여년 가까이 몽골과 싸웠다는 사실정도다.  

그 외에는 고인돌과 인삼이 유명하다는 아주 간단한 상식만이 우리가 알고 있던 강화의 전부였다.  

하지만 강화에 도착해 역사문화해설사 선생님들로부터 들으니 우리가 알지 못한 모습이 많아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고려는 몽고의 침략에 대항하기 위해서 그 당시 실권자 최우의 권유로 도읍을 강화도로 옮기고 고려궁지를 39년간 도읍터로 사용한다.  

왕도의 제도를 잊지 않기 위해 송도 궁궐을 본떠 만들어졌다.

병자호란시 전란을 겪으면서 무너졌지만 이후 조선시대 건물로 복원됐다.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에 의해 약탈당했던 도서가 보관되었던 외규장각 역시 볼 수 있어 행운이었다.  

우리나라 전통 기와의 모양과 기둥의 붉은 색채는 가히 조선왕실의 서적을 보관하는 도서관다웠다. 

사실 학계에서는 고려궁지가 과연 옛 고려의 도읍터가 확실한지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외규장각 건물 옆에서 고려기와가 발견되면서 사학계에서의 모든 논란을 종지부 찍을 수 있었다고 한다. 

▲동·서양이 어우러진 온수리성당 

성공회가 들어온 것은 천주교가 100년의 박해를 받은 후 개항과 함께 막 선교의 자유가 주어지기 시작하던 때이다. 대한성공회 온수리성당은 1906년에 건립된 한옥 성당이다.

성당에 들어서면 만나게 되는 보리수나무 한 그루가 있다.

성당 건축 시 영국에서 가지고 와 심은 나무로 온수리성당과 역사를 함께하고 있다.

아쉽게도 토요일에 취재를 나섰기에 건물 안으로는 들어갈 수는 없었다.

외부에서 봤을 때는 2층 구조이고 기와를 얹은 한옥양식의 형태이다. 기둥에는 성경글귀를 적은 주련이 달려있다.  

전봉근 문화 관광 해설사에 의하면 성당의 목재는 백두산 소나무가 쓰였다고 한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창문을 통해 본 내부의 모습은 한눈에 봐도 웅장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전봉근 문화관광해설사는 “겉은 한옥, 내부는 유럽풍 단층 바실리카양식 통구조로 돼 있어 겉과 밖에서 동·서양의 문화의 융합을 느낄 수 있다”며 “처마가 날렵한 기와의 양식을 갖고 있어 전체적으로 배의 형태로 어업에 종사하던 강화도 주민들의 모습을 생각한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용의 승천? 강화도령의 집, 용흥궁 

온수리성당을 둘러보고 나오다 보니 ‘용흥궁’이라는 소박하고 작은 궁이 있다.

철종(실제이름은 이원범, 강화도령이라 불림)이 19살 까지 살았던 집으로 이 이름에서는 용이 승천했다는 뜻을 담고 있다.  

당시 영조의 후손으로 헌종과 이원범 두 사람뿐이었는데 헌종이 후사 없이 황천길로 행하자 조선 25대왕 철종이 된다. 

당시 왕권이 많이 약해서 외척의 힘이 강할 때였다. 외척이면서 세도가였던 안동 김씨와 풍양 조씨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힘없는 왕이 필요했고 강화도령이라 불리는 서자 출신의 왕을 꼭두각시로 삼았다. 

처음에는 초가였지만 강화유수가 왕에게 아첨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시 짓고 용흥궁이라 이름 지은 것이다.  

요즘도 대통령이나 높은 관직에 오르고 나면 생가를 복원하듯이 말이다.

▲분단국가 현실을 가슴에 와 닿게 한 강화 평화전망대

강화 평화전망대는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었던 민방인 통제선 북방 지역에 위치해 있다.

너무 더운 날씨이기에 창문을 열고 자연을 만끽하며 이동했다.

대략 2㎝ 정도 돼 보이는 벌이 창문 쪽을 응시하던 친구의 코를 친 후 차안으로 들어와 모두가 공포에 질리는 웃지 못 할 광경도 있었다.  

그 곳을 찾아가면서 해병대 검문소를 만나게 된다.  

검문소에서 해병대 근무자가 목적을 묻고, 대표자 1명이 버스에서 하차해서 신분증제시, 인원, 전화번호, 차번호를 확인한 후 통과 한다.  

검문소를 지나가자 철조망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 사이 강을 넘어 북한의 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분단된 상황에서 북한 지역을 아주 가까이서 바라 볼 수 있는 지형적 특성이 있지만 해무 낀 날씨는 전망에 어려움과 아쉬움을 겪는다. 

3층 전망대로 이동하면 흐린 날씨에도 영상을 통해 북한 지역의 전경을 볼 수 있는 스크린 시설이 있다.  

아침에도 해상의 안개로 인해 이작도행을 취소했던 ‘파랑’은 또 다시 안개 때문에 북한지역을 선명하게 전망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육안으로 흐릿하게 보이는 쓰러져 가는 북한의 집들은 모든 이를 하여금 측은함을 느끼게 된다. 

통일이 이루어지면 쉽게 건너갈 수 있는 곳인데 이 곳 전망대를 통해서 북한 땅을 들여다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강화도는 대도시에 근접해 있음에도 역사와 문화, 동·서양 문화의 융합 등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기운들을 만끽할 수 있는 섬이다.  

고대 선사시대의 흔적부터 현재의 분단 상황까지 모든 흔적들이 남아있기에 강화도에 오면 왜 사람들이 한반도 역사의 축소판이라 일컫는지 마음속으로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파랑기자단4기 김종선(대인고1년)

■인터뷰 / 김순래 강화여중 교사 

“생명 꿈틀대는 갯벌 … 습지보호구역 지정돼야” 

“갯벌 보호를 위해서는 습지보호구역지정이 필수입니다.”

강화도에서 갯벌에 대한 시민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는 김순래(사진) 강화여중 교사가 강화갯벌 일대에 대한 습지보호구역 지정을 촉구했다.  

강화갯벌에 대한 습지보호구역 지정을 주장하고 있는 김 교사는 이를 위해서는 습지보호구역에 대한 주민들의 잘못된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한다.

예전엔 보호지가 선정되면 그 주변 완충지까지 개발이 불가했지만 현재는 완충지 개발불가 조항이 사라져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사실 그도 처음부터 갯벌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연수 과정에서 본 한 마리 ‘새’ 때문에 갯벌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당시 검은머리 물떼새를 처음 본 그는 그 뒤부터 새들이 살아가기 위해선 서식지인 습지, 즉 갯벌이 필요함을 알게 되면서 갯벌에 대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좀 더 체계적인 공부를 위해 대학원에 진학, 시민모니터링에 대한 논문을 작성하기도 했다.

그는 “갯벌에서 채취된 생물들의 이름은 따로 외울 필요가 없다”며 “굳이 생물이름을 따로 외우지 않아도 현장경험 두 번이면 생물 이름을 금방 외울 수 있다”는 말로 갯벌조사 전문가로서의 연륜을 드러냈다.  

그는 시민모니터링 활동으로 얻은 정보들이 나중에 갯벌을 보존하거나 복원, 개발하는데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시민 모니터링에 맵핑 조사 방식을 도입하면서부터 갯벌에 대해 잘 알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맵핑 조사란 삽, GPS, 수온계 등 간단한 장비를 통해 흙 1㎏을 파서 1mm 이상의 생물을 조사하며 연구하는 방식이다. 많은 비용이 들지 않기에 변화하는 갯벌에 대해 여러번 조사를 실시 할 수 있다.  

이 조사를 통해 “기초조사, 퇴적물, 생물에 대해 알 수 있고 다른 지역을 복원할 수 있는 데이터 기록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모니터링의 의의에 대해 말했다.

김 교사는 “청소년들과 함께 작업을 하면서 자주 변하는 갯벌의 생명성을 몸소 경험하고 생각해볼 수 있는 체험장인 만큼 갯벌을 지킬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파랑기자단4기 채지윤,송예준(고잔고1년,김포고2년)

정리=김상우 기자 theexodus@incheonilbo.com 

인천일보&인천녹색연합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