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송도갯벌보전을 위한 농성에 돌입하며

2009년 6월 4일 | 성명서/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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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의 천연기념물 저어새와

       마지막 송도갯벌보전을 위한 농성에 돌입하며



 여기 힘없고 지친 새가 있습니다.

이 새는 멀리 홍콩과 대만에서부터 이곳까지 날라 왔습니다. 오로지 새끼를 낳겠다는 일념으로 그 먼 거리를 날아 왔습니다. 그리고 매년 살았던 그 강화도와 무인도 옛집으로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매해마다 시시각각 죄어오는 집주변의 인간들에 의해 개발소리는 도저히 그곳에 살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과거에는 그냥 지나쳐버렸던 이곳 남동유수지의 인공 섬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곳조차 자동차소리로, 도로공사소리로 계속 마음을 불안케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도리어 새끼를 낳기 위해서 재갈매기집까지 빼앗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나마 새로운 집을 만들고 새끼를 낳았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불안합니다.

인간들은 이새들을 전 세계에 2000여마리 밖에 없다며 천연기념물 205호 저어새라고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여기 할퀴고 찟겨진 갯벌이 있습니다.

이 갯벌은 오랫동안 이곳의 많은 생물들에게 산란처이자 서식처로 이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수십년전부터 팔, 다리, 몸통이 찢어지고 뜯겨지고 말았습니다. 인간들이 내다버린 쓰레기를 매우기 위해, 인간들이 타는 비행기주차장 때문에, 그리고 이제는 수많은 아파트를 짓기 위해 온몸이 상처투성이고 이제는 가녀린 숨결로만 버티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그 많던 친구들도 하나둘씩 떠나고 사라져 가버리고 없습니다. 백합, 동죽, 범게, 갯지렁이등 그 많던 친구들도 하나둘씩 없어지고 시커멓고 답답한 콘크리트 냄새만 주변에 가득합니다. 바로 숨통까지 인간의 탐욕의 개발이 몰려왔지만 어쩔 수가 없습니다. 어느 날 멀리서 갈곳 없는 저어새라는 친구들이 왔습니다. 하루 종일 함께 뒹굴고 의지하게 되었습니다.

인간들은 이 갯벌을 송도갯벌이라고 부르지 않고 매립을 앞두고 있다고 송도 11공구라고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저어새와 송도갯벌이 이렇게 만나고 이렇게 연결되었습니다.

남동유수지 인공 섬에 4월부터 날라 오기 시작한 저어새들이 이제는 그 수가 십여쌍을 넘어서고 있고, 새끼들도 어렵사리 부하하여 힘차게 날개짓을 하려고 합니다. 저어새의 어미들은 송도갯벌에 나가 열심히 먹이를 물고 와서 어린 새끼들을 먹이고 있습니다. 송도갯벌은 그 넒은 품으로 이들을 편안히 맞아주고 있습니다.


여기 그들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속죄하는 심정으로, 인간의 욕심을 반성하며 그들의 삶터를 무너뜨린 많은 인간들의 모습을 대신해서 이들을 지켜주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어새와 송도갯벌로 상징되는 인천의 생태계를 더 이상 훼손하는 것을 침묵으로 무관심으로 볼 수가 없다고 생각한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오로지 두 가지입니다. 저어새의 안정된 번식을 위해 편안한 번식지를 만들어 주는 것과 또 하나는 그들이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송도갯벌을 더 이상 매립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 작은 요구를 위해 오늘부터 이곳 저어새와 송도갯벌이 있는 이곳에서 기한없이 함께 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24시간 이 곳에서 이 같은 뜻을 사람들에게 전할 것입니다. 다양한 사진과 교육과 대화를 통해 시민들과 만날 것입니다. 그리고 힘 있다고 생각되는 자들에게 우리의 요구를 주장할 것입니다. 더 이상 송도갯벌을 건드리지 말라고, 더 이상 저어새를 쫒아내지 말라고.


  우리의 농성은 외롭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막 태어난 저어새들이 우리와 언제나 함께 할 것이고 어머니 품과 같은 저 송도갯벌이 우리를 지켜볼 것이기 때문입니다. 




2009.  6.  4


인천습지위원회


가톨릭환경연대  강화도시민연대  송도갯벌을지키는시민모임  인천녹색연합  인천녹색회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인천환경운동연합  한국야생조류협회인천지회  환경과생명을지키는인천교사들의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