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축전바로보기, 시민이 떴다!

2009년 8월 5일 | 성명서/보도자료

<인천시민에게 드리는 글>

  2009년 8월 7일, 인천세계도시축전(이하 도시축전)이 우리 인천시에서 개최됩니다. 우리의 도시 인천에서 사상 초유의 대규모로 개최되는 도시축전이 그러나 마냥 달갑지 만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여러 가지이겠지만, 무엇보다도 인천시정부에서 추진하는 행사인데 인천시민은 철저히 객체로 대상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주지하다시피 도시축전은 그 기획과 추진과정에서 인천시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된 전시성 행사입니다. 뿐만 아니라 애초 인천세계도시엑스포 개최를 추진하다가 국제박람회기구로부터 공인받지 않은 행사에 엑스포라는 명칭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을 받아 행사가 격하되기도 하였습니다. 불과 3년 전부터 급작스럽게 추진한 이 행사는 인천을 대표하는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갯벌을 매립해 개발특구로 마련한 송도국제도시에서 개최되면서 많은 인천시민들에게는 열패감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행사의 졸속추진으로 인하여 많은 문제들이 야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천시 행정을 총동원체제로 가동하면서 기업과 학생, 시민들을 대상으로 입장권을 강요하여 논란거리가 되더니, 학생들에게는 현장학습체험이라는 명목으로 입장권 강매라는 도덕적 문제까지 야기하고 있습니다.

  “80일간의 미래도시이야기”라는 화려한 구호 아래 엄청난 홍보예산을 동원하여 방송과 신문, 도시 곳곳에서 도시축전의 화려한 선전문구는 난무하지만, 그러나 지금 인천의 도시현실은 어떠한가요?  마지막 남은 송도갯벌의 추가 매립, 인천의 허파 계양산 롯데골프장 건설 방조, 인천의 역사문화를 상징하는 배다리마을을 관통하는 산업도로 공사의 강행 등, 인천시의 개발 위주 도시정책은 도시축전이 선전하듯이 명품도시, 미래도시와는 유리된 환경과 문화의 파괴가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구도심 균형발전을 내세우며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인천도시재생사업을 비롯하여 인천 전역의 약 200여 곳에서 추진되고 있는 도시개발사업은 인천에 오랫동안 정주해왔던 시민들을 바깥으로 내몰고, 인천의 역사와 문화, 도시환경을 콘크리트 빌딩숲와 아파트로 대체해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시민들의 흥겨운 축제마당이 되어야 할 도시축전과 아시안게임이라는 대규모 국제이벤트는 또다른 대규모 개발열풍으로 우리 시민들의 삶을 위태롭게 하고 있습니다.

  120여 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만국박람회(엑스포)의 역사에 비춰볼 때, 첨단 테크놀로지로 선전되는 “미래도시”담론은 이미 1970년 오사카엑스포에서 선풍적인 열풍을 몰고 온 낡은 담론에 불과합니다. 전무후무한 관람객을 동원한 오사카엑스포는 전후 일본이 총동원체제로 학생과 시민들을 동원한 행사로도 유명합니다. 불행하게도 인천세계도시축전은 국제적으로 공인받지 못한 짝퉁엑스포입니다. 그러나 이 짝퉁엑스포는 이미 40년 전의 일본 오사카엑스포를 열렬히 모방하면서 21세기 인천시민들에게 신기루와 같은 환상을 유포하고, 스펙터클한 문화장치를 통해 신개발주의의 정치적, 경제적 이데올로기와 대중동원을 강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실정을 백번 감안한다하더라도, 3년 만에 뚝딱 준비하여 개최하는 이 짝퉁엑스포로 과연 이름에 걸맞는 ‘세계도시축전’을 개최할 수 있을지 인천시민으로서 참으로 불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역언론과 중앙언론을 가리지 않고 대대적으로 선전되고 있는 도시축전의 이미지정치에 맞서 인천시민들이 주인의 입장으로서, 주동적으로 참여하고자 합니다. 더 이상 인천시민을 들러리로 세우고 철저히 행사의 수동적 객체로만 내모는 부당한 처우에 맞서 인천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제대로 된 도시축전을 치루는지 살펴보고 평가해야 할 시점입니다. 한편에서는 이미 개최가 임박하였는데 이제 와서 어떻게 시민들이 비판적으로 참여할 것인가 난망해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그래도 인천에서 처음으로 대규모로 개최되는 국제행사이니 만큼 도와주지 못할망정 훼방을 놓지 말아야 하는가 걱정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천시민의 능동적인 참여란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며, 더욱이 ‘훼방’을 놓기 위함이 결코 아닙니다. 이왕 인천시 행정부가 인천시민의 어마어마한 세금을 들여 행정력을 총동원체제를 가동하여 준비한 행사이니 만큼, 도시축전을 제대로 준비하고 치러내는가를 객관적으로 따져보고 평가하는 것은 인천시민의 당연한 권리이자 또 의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시민들의 객관적이고 준엄한 평가가 제기될 때 다시는 ‘겉 다르고 속 다른’ 행사에 시민세금을 낭비하는 일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전국 지방자체단체가 경쟁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국제이벤트의 개최에 다른 여러 문제들에 대하여 인천시민이 나서 바른 척도를 제시하는 공공적 실천이 바로 ‘도시축전 바로보기 인천시민행동’입니다.

  우리 인천시민행동은 앞으로 80일간 전개되는 도시축전과 축전이 끝난 이후 시민들의 모니터링 활동을 통하여 차분한 분석과 평가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서 우리 인천시민들은 부디 인천시가 시민의 참여에 입각하여 환경과 문화와 복지가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도시로 거듭나기를 고대합니다. 비록 늦기는 하였지만, 도시축전이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개발주의의 일방적 향연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우리 인천시민들이 연대하여 성숙한 참여의 시민행동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 언론에서도 도시축전에 대한 시민들의 능동적인 참여와 비판을 함께 해주실 것을 고대합니다. 그 과정에서 인천시와 인천시민 모두가 진정 성숙한 도시철학에 입각하여 함께 협력하면서 인천을 사람의 얼굴을 한 아름다운 도시로 만드는 광야의 길이 열리기를 고대합니다. 

2009년 8월 3일

도시축전 바로보기 인천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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