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설악산 케이블카도, 가리왕산 스키도 안 탑니다
우리 제발 이대로 살게 해 주세요!!”
3월 3일은 UN이 지정한 세계 야생동식물의 날입니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야생동식물의 날에 우리나라 야생동식물의 처지는 어떨까요. 우리나라는 세계 야생동식물의 날을 맞이하고 환영할 자격이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산양 집단 서식지인 설악산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놓으려하고 있고, 3일간의 동계올림픽 스키경기를 위해 500년 원시림 가리왕산의 수 만 그루 나무들을 베어버렸습니다. 녹색연합은 야생생물의 서식지 파괴를 멈출 것을 요구합니다. 아울러 설악산 산양과 가리왕산 주목의 삶터를 지킬 것을 요구합니다. 이를 위해 제2회 세계 야생동식물의 날을 맞아 오늘의 주인공인 야생생물들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저는 설악산 산양입니다.
올해는 을미년, 양의 해입니다. 당신들은 양의 해 주인공인 우리에게 가장 잔인한 일을 벌이려 하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지금 우리들의 안식처인 설악산을 파괴하려고합니다. 당신들은 우리가 모여 살고 있는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고 합니다. 설악산은 200여 마리의 우리 친구들이 살고 있는 산양의 최대 서식지입니다. 더군다나 국립공원, 천연보호구역,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등 5개의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입니다. 당신들은 설악산의 아름다움을 지키고 보전하기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주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고 합니다. 이미 설악산 국립공원 내 다른 케이블카가 있는데도, 또 하나 더 만든다고 합니다. 지금 당신들이 추진 중인 설악산 케이블카의 종점부는, 설악산 정상인 대청봉까지 불과 1.5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입니다. 옛날보다 더 많은 등산객들이 케이블카를 타고 설악산을 찾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사는 곳은 점점 좁아질 것이며, 결국 우리는 더 이상 설악산에서 살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혹시나하는 마음에, 우리가 여기 살고 있다고 당신들에게 계속 신호를 보내면 케이블카 건설을 멈추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케이블카 지주가 세워질 예정지에 나타나 당신들이 설치한 무인카메라에 찍혀주기도 했고, 발자국과 흔적을 마구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멸종위기동물인 하늘다람쥐, 담비 친구들도 함께 흔적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은 그곳이 우리의 서식지가 아니라며 진실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당신들이 지키겠다고 지정한 멸종위기동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217호입니다. 당신들은 정작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을 파괴하면서 수억원의 예산을 들여 우리를 복원하겠다고 합니다. 한반도의 건강한 생태축 복원을 꿈꾸면서도, 생태축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케이블카가 건설되면 우리는 살 곳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렇게되면 우리와 같은 멸종위기종들은 결국 멸종에 이르게 됩니다. 우리는 설악산에서 쫓겨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가리왕산 주목입니다.
저는 가리왕산에 500년 이상 우뚝 서 있었습니다. 가리왕산은 우리가 살기에 가장 좋은 곳이었습니다. 가리왕산은 늙은 주목과 어린 주목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한국에 오직 하나뿐인 숲이었습니다. 저는 살아서 천년, 죽어서도 천년을 간다는 바로 그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하지만 저는 더 이상 제 고향에 있을 수 없습니다. 당신들이 저의 허리를 잘라버렸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사람들이 몰려와 전기톱으로 우리들의 허리를 자르기 시작했습니다. 당신들은 가리왕산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스키경기를 치뤄야 한다고 말합니다. 당신들은 단 3일간의 경기를 위해 이 곳에서 500년 이상 살아온 저를 너무나도 쉽게 베어버렸습니다. 저에게는 단 한마디도 묻지 않았습니다. 수 만 그루의 나무가 다 베어졌습니다. 마치 그 곳에 아무것도 살지 않았던 것처럼 황량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이 곳, 가리왕산은 저를 비롯한 왕사스레나무, 개벚지나무, 꼬리겨우살이, 담비, 삵 등 다양한 생물들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 가는 곳이었습니다. 이제 당신들은 저를 베어버린 것도 모자라 뿌리를 굳건히 박고 살던 땅도 망치려 합니다. 스키장 건설을 위해 땅을 다지고, 인공 눈을 만들어 땅을 훼손하면 이 곳은 더 이상 예전 울창했던 원시림의 모습으로 절대 돌아가지 못합니다.
가리왕산을 훼손시키지 않고 다른 곳에서 스키 경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도, 당신들은 나의 고향 가리왕산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왜 당신들이 500년 넘게 지켜왔던 이 가리왕산을 스스로 망가뜨리면서 스키장 건설을 고집하는가요? 우리를 다 없애고 당신들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인간들과 우리가 함께 살아갈 수는 없는건가요?
케이블카도 스키장건설도 당신들의 대통령이 앞장서고 있다지요
몇시간의 관광과 며칠간의 올림픽을 위해
당신들은 수천 수만년을 이어온 우리 고향을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간청합니다. 그리고 요구합니다.
설악산과 가리왕산은 인간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수백년 동안 살아온 고향에서 우리를 내쫓지 말아주십시요.
우리는 이대로 살고 싶습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십시요.
2015년 3월 3일
제2회 세계야생동식물의 날을 맞아
설악산과 가리왕산의 모든 야생동식물을 대신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