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인천시의 골재채취예정지지정 유감
지난 12월 24일 인천광역시는 옹진군 덕적면 굴업도 옆 굴업지적과 덕적지적을 골재채취예정지로 고시하였다. 이번 골재채취예정지역지정은 인천시 해양정책의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인천시와 옹진군은 수도권 골재수급, 세수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심지어 ‘국토의 효율적인 관리, 골재자원 경제적 활용도 제고, 환경친화적인 골재자원개발에 기여한다.’고까지 해사채취사업을 포장하고 있다. 그러나 바다모래(해사)채취는 해양생태계교란과 어족자원감소, 해수욕장과 해안사구의 모래유실 등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대규모 해양환경파괴사업일 뿐이다.
인천앞바다의 모래는 단순한 돈벌이 대상이 아니라 세계적인 자연유산이다. 장구한 세월 한강, 임진강, 예성강에서 흘러온 모래들은 인천경기만에 초대형 연안사주(Sand-shoal) 3개를 만들었다. 영종도에서부터 덕적군도, 대이작도로 이어지는 사주, 강화도에서 장봉도를 거쳐 뻗어있는 사주 그리고 강화 볼음도와 주문도에서 우도로 이어지는 사주가 바로 그들이다. 이 연안사주들은 매우 역동적이며 다양한 퇴적상을 보이며 생물다양성과 생산성이 매우 뛰어나 전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類例)를 찾기 어렵다. 습지보호지역과 생태계보전지역으로 각각 지정되어 있는 장봉도와 대이작도의 모래톱(하벌천퇴)도 이 연안사주의 일부이다.
굴업도 인근해역은 생태계가 매우 우수한 바다이다. 이미 학계에서도 덕적군도의 다른 수역에 비해 생태적으로 우수한 것으로 확인하였고 7대보석 중 하나이며 바다의 꽃인 산호류가 부채뿔산호, 무스뿌리돌산호 등 최소 9종이상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보호생물인 흰수지맨드라미와 유사한 종류가 나타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정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 밝힌 바 있다. 해사채취로 인한 부유사는 산호류에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위해요소인 것이다. 더욱이 해당지역 바다모래에서는 세사가 다량 함유되어 있어 경제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의 해사채취보다 부유사확산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어 해양생물에 더욱 심각한 위해가 될 것이라 지적된 바 있다.
해사채취는 어획생산량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조사결과에 의하면 해사채취 이후 덕적도와 자월도 주변해역의 어획생산량이 큰 폭으로 감소하였다. 특히 이동성이 큰 수산생물이 두드러지며 해사채취로 인한 해저지형의 변화는 사질에 산란 또는 서식하는 어패류자원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번 채취예정지 인근에는 최근 설치한 인공어초가 있는데 어업에 직접적으로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한 해사채취는 주변 섬들의 해수욕장모래유실, 해안침식 등을 유발시킨다. 특히 굴업지적의 바다모래는 굴업도 목기미 해변일대의 해안사구는 모래의 공급처로 북쪽의 모래풀등으로 보고된바 있어 굴업도 북쪽에서의 해사채취 시 장기적으로 목기미 해안사구의 감소 및 사구 보호식물인 갯방풍 등 소실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인천앞바다에서 2억5천만㎥가 넘는 바다모래가 채취되었다. 이는 폭 25m, 높이 25m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천리(千里)의 모래성을 쌓을 수 있는 양이다. 2005년~2006년 휴식년제 이후 점차 채취량이 증가하여 올해는 1천만㎥, 내년부터는 5년간 3천5백만㎥를 채취할 예정이다. 계획대로만 진행된다면 옹진군은 세계적 자연유산의 일부인 모래를 팔아서 연간 총 330억원의 수익을 올리게 된다. 그러나 1977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덕적도 서포리해수욕장과 서해 보물섬 굴업도 목기미해수욕장의 모래유실과 해안침식은 불보듯 뻔한 일이며 해양생태계교란으로 인한 어획량감소는 주민들의 삶을 더욱 곤궁하게 만들 것이다. 이는 몇 푼의 주민보상금과 해수욕장 모래포설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백번 양보하여 어쩔 수 없이 해사채취를 해야 한다면 정확한 조사와 분석, 대책수립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의 해사채취를 위한 해역이용영향평가는 부실투성이였다. 해사채취가 해양생태계에 영향은 미치겠지만 헤엄치는 물고기들은 다른 곳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부유사확산방지, 채취시기조절이 저감방안의 전부였다. 인근 지역의 해안선변화, 해저지형의 변화, 해양경관영향분석, 해수욕장의 영향 등 가장 중요한 평가사항은 빠져있었다. 또한 새로운 골재채취지역지정을 위해선 그동안의 골재채취로 인한 주변 해역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를 밝히고 공개적이며 전문적인 검증절차가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전 해역이용영향평가서에서 해사채취지역의 생태계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이번 해역이용협의서 어디에도 사후 조사결과자료는 없다. 수십년간 바다모래를 채취한 선갑지적의 주변해역의 생태계보전지역인 대이작도 풀등(하벌천퇴)을 비롯하여 대이작도의 큰풀안해수욕장, 작은풀안해수욕장 등의 모래유실이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으나 원인규명이 체계적인 조사조차 이루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4대강사업으로 발생한 강모래가 최소 5억㎥이다. 수도권의 골재공급때문에 해사채취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은 이제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세계자연유산인 바덴해갯벌의 독일 갯벌국립공원 2개소의 관광소득은 연간 6조원이다. 이제는 더 이상의 환경훼손 막개발이 아닌 갯벌의 국립공원지정과 연안사주의 세계자연유산등재 등 지속가능한 인천앞바다, GCF사무국유치에 걸맞는 해양정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한다.
2012년 12월 27일
인천녹색연합
문의 :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010-3630-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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