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잘 알고 있다!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사무국장
올 10월이면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우리나라를 찾게 된다. 세계환경올림픽이라는 람사르총회가 경남 창원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람사르협약은 ‘물새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국제협약’으로 우리나라는 강원도 양구군 대암산 용늪과 경남 창녕의 우포늪을 비롯하여 7곳이 이 협약에 등록되어 있다. 올해로 10번째인 이번 총회는 156회원국과 국제기구 대표, 습지와 새 관련 NGO회원 등 수천 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그들은 알고 있을까? 그들이 대한민국에 첫발을 딛게 되는 인천국제공항의 드넓은 활주로가 불과 10여년 전에는 어민들이 동죽, 바지락, 가물락 등 조개를 캐고 김양식과 낙지잡이로 자식들을 교육시키던 삶의 현장이었고 멀리 호주에서부터 날아온 알락꼬리마도요 등 수많은 도요물떼새가 칠게와 갯지렁이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새끼를 키우던 갯벌이었다는 것을. 공항을 나와 영종대교를 넘으면서 좌우로 펼쳐지는 세계 최대의 쓰레기매립장과 아파트를 짓기 위해 크레인이 하늘 높이 솟구쳐 있는 청라지구가 20여년 전까지는 수많은 철새들의 도래지로 천연기념물 제257호인 갯벌이었다는 것을 그들은 알까.
그들은 뭐라고 할까? 외국자본을 유치해서 동북아 거점도시를 목표로 경제자유구역을 조성한다면서 실제로는 아파트 숲의 신도시가 건설 중인 송도, 영종, 청라지구가 세계 5대 갯벌로 불리던 곳이라고 하면.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인천연안의 마지막 남은 강화와 송도11공구 갯벌을 일부 국내외 건설회사의 돈벌이를 위한 매립에 인천시와 중앙정부가 앞 다투어 나서고, 신재생에너지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생태계를 파괴하고 지역공동체를 붕괴시키는 세계 최대 규모의 조력발전소가 2개나 계획 중이라면. 또한 천연방파제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 고유종인 범게와 백합의 서식지인 장봉도 주변의 모래톱을 건설용 골재채취의 돈벌이로 취급하는 개발업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그들은 과연 뭐라고 할까?
그 손님들은 또 뭐라고 할까, 자로 잰 듯 반듯한 콘크리트방조제의 해안이 그들이 견학하게 될 비무장지대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3대 생태축으로 불리며 자연곡선미를 자랑하던 리아스식 갯벌이었다면. 그곳에서 수만 마리의 도요물떼새뿐 아니라 국제적 멸종위기보호종으로 검은 주걱부리를 이리저리 휘저으며 먹이를 찾는 저어새, 노란 부리로 먹이를 잽싸게 낚아채는 노랑부리백로와 새까만 머리의 검은머리갈매기를 흔하게 볼 수 있었다면.
우리는 알고 있다. 인천시는 2000년 ‘다양한 어패류의 서식처로서 수산자원의 보고인 인천갯벌을 각종 개발위협으로부터 보호하고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 숨 쉬는 건강한 갯벌로 가꿔 후손들에게 물려주겠다’고 갯벌보호시민헌장을 제정했었다는 것을. 과거의 정권들이 국토 확장, 농지와 용수 확보라는 명분을 내세워 새만금과 시화호를 비롯하여 수많은 서해안갯벌을 매립했지만 결국에는 부동산투기장으로 전락해 버렸다는 것을.
하나도 감당하지 못하면서 3개나 되는 경제자유구역을 조성하느라 천문학적인 시민의 혈세를 쏟아 붓고도 외국자본투자유치가 안 되자 갯벌을 매립하여 만든 땅을 헐값에 유명사립대학과 건설회사에 넘기는 것도 모자라 송도갯벌의 마지막 숨통마저 끊어버리려고 하는 인천시의 반환경적, 반경제적, 반문화적인 모습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 2008년 6월 26일자 중부일보 중부단상에 실린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