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기(生氣) 넘치는 사람
유종반 인천녹색연합 초록누리 소장
연일 30도를 오르내리는 찜통더위가 사람을 쉽게 지치게 하고 짜증나게 만든다. 늘 겪는 여름 더위지만 올해는 유난히 덥게 느껴진다. 마른 장마 때문일까? 아직도 8월 땡볕더위가 남아 있는데 어떻게 지낼지 걱정스럽다.
7월 19일 초복을 시작으로 가장 덥다는 삼복더위가 찾아온다. 이때면 우리나라 사람은 누구나 삼계탕 등 보신음식으로 더위에 빠진 기를 보충하고자 한다. 삼계탕 한 그릇으로 무더위로 잃어버린 활력을 되살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날로 힘들어지는 우리 생활의 활력은 되살릴 수 없을 것이다.
사람에겐 기(氣)가 있다. 사람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게 기가 있다. 기란 살아가기 위한 에너지다. 그래서 기가 막히면 죽는다고 한다.
기에 대한 실험은 이미 육각수라는 먹는 물이나 식물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두 개의 양파를 각각의 병에 꽂아서 조건이 같은 환경에 두고 매일 물을 갈아 준다. 한쪽 양파에는 “사랑한다. 너는 잘 자랄 거야”라고 긍정적이고 애정어린 말을 끊임없이 들려주고, 다른 쪽 양파에는 “바보, 멍청이, 너는 곧 죽을 거야”라고 욕과 함께 부정적인 말을 되풀이하여 들려준다. 사랑을 받으며 좋은 이야기를 들은 양파는 초록잎을 힘차게 뻗어 올리며 잘 자라는데, 나쁜 이야기를 들은 양파는 힘이 없고 성장속도도 느리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이 하는 말이나 감정, 생각, 신념, 행동 등은 모두 기(에너지)로 나타난다. 좋은 기는 생명을 살리는 것이기 때문에 생기(生氣)라고 부르고, 나쁜 기란 생명을 죽이기 때문에 살기(殺氣)라고 부른다. 생기를 주고받으면 서로가 즐겁고 건강하며 행복이 넘쳐나지만 살기를 주고받으면 서로가 고통스럽고 불행하게 된다.
좋은 기란 사랑, 평화, 감사, 존경, 나눔, 배려 등 다른 존재를 위하고자 하는 이타적인 생각과 행동할 때 나타난다. 나쁜 기란 미움, 전쟁과 파괴, 죽임, 불평과 불만, 질투, 자만, 무시 등 자기만을 위한 이기적인 생각과 행동을 할 때 나타난다.
어릴 때 아이가 배가 아프면 엄마가 배를 쓰다듬어 주었다. 사랑의 기가 충만한 든 엄마 손은 약손이 되어 아이 배를 낳게 했다. 늘 즐겁고 사랑스런 마음을 가지고 살면 몸도 건강해지고 주변도 밝아진다. 마음이 고우면 얼굴도 아름답게 보이는 것도 생기 때문이다. 화난 얼굴엔 복이 달아난다는 속담이 있다. 늘 웃고 사는 사람에게 복도 절로 간다는 말이다.
사람은 어떨 때 가장 살아있음을 느낄까? 무언가를 진정으로 사랑할 때이다. 사랑은 강렬한 생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사랑은 힘들어도 즐겁고, 먹지 않아도 배부르고,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짐을 당했을 때 삶을 포기하며 죽음을 생각한다. 그래서 사랑을 얻음은 생기를 얻는 것이요, 사랑을 잃음은 생기를 잃은 것이다.
생기는 더하면 더 할수록 눈덩이처럼 커진다. 사랑은 주면 줄수록 내게 더 큰 사랑이 되어 돌아와 생기로 충만해진다. 그래서 생기는 나뿐만 아니라 모두를 살리게 한다. 살기도 마찬가지다. 남을 미워하고 아프게 하면 상대방이 당한 것보다 더 큰 미움과 아픔이 내게 온다. 그래서 살기는 너뿐만 아니라 자신과 모두를 죽게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강한 생기는 자연에서 나온다. 아름다운 숲속에서 있으면 정신이 맑아지고 건강이 좋아지는 것도 식물에게서 좋은 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자연과의 깊은 사귐을 통해 자연을 닮은 사람은 가장 아름다운 생기를 내뿜을 것이다.
바라만 보아도 기분 좋은 사람이 있다. 옆에 있어만 주어도 힘이 되는 사람이 있다. 늘 그립고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화장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사람이 있다. 늘 편안한 사람이 있다. 모두 생기로 가득한 사람이다.
생기는 아름다운 향기이다. 향기는 곧 사랑스러움이다. 누구나 사랑스러운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 사랑해달라고 애원하지 않아도 사랑스러운 사람은 절로 사랑받게 된다. 아무리 사랑을 원해도 사랑스럽지 못하면 사랑이 가지 않는다.
아무리 덥고 힘들어도 모든 사람들을 살리는 생기 있는 삶을 살아보자.
* 2008년 7월 14일자 인천신문 환경칼럼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