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업도는 모두의 자연문화유산이다
장정구/인천녹색연합 사무국장
90년대 중반 핵폐기물처리장건설 문제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굴업도가 최근 한 대기업의 골프장 등 관광레저단지 건설 추진으로 또다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사람이 엎드려 땅을 파는 형상이라 하여 굴업도(堀業島)라고 불리는 이 섬은 한때 20가구가 넘게 살았던 제법 큰 유인도다.
굴업도는 먹구렁이, 매, 검은머리물떼새를 비롯한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등 생태적으로 우수할 뿐 아니라 파도에 의한 물리적, 화학작용에 의해 생성된 해식지형 등은 학술적으로도 가치가 높아 문화재청에서 천연기념물 지정을 검토하고, 인천시에서도 지난 2007년 9월 ‘인천연안도서 해양환경조사및보전관리계획’안을 통해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굴업도를 비롯하여 소야도, 문갑도, 백아도, 울도와 지도 등 유인도뿐 아니라 선갑도와 선단여 같은 무인도와 바위섬을 이루어진 덕적군도의 자연경관은 서해바다에서 단연 으뜸이다. 이렇게 자연경관이 빼어난 굴업도는 핵폐기물처리장 건설 논란으로 지역주민 간 갈등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서 누드 해수욕장 추진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더니 이번에는 CJ그룹의 C&I레저산업이 섬을 통째로 사들여 18홀 골프장과 요트장 등 관광레저단지를 건설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C&I레저산업은 ‘굴업도 주변의 자연생태환경 및 해양환경이 양호함을 들어 골프장 등 과도한 운동·휴양·숙박시설의 설치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특히 골프장 조성은 주변 자연환경에 중대한 영향이 우려되어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한강유역환경청의 의견에 대해 골프장 면적을 기존 76만2천㎡에서 66만4천㎡로 불과 13% 정도 줄이면서 친환경개발로 환경훼손은 없을 것이라며 인천시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이미 옹진군과 태안군의 선갑도 앞바다 해사채취로 자월도, 승봉도, 덕적도, 대이작도 등 인천앞바다는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굴업도의 골프장 조성은 굴업도의 육상생태계 파괴뿐 아니라 과도한 관광객 유입으로 인한 생활하수와 골프장의 농약, 화학비료는 굴업도 주변 바다오염을 가중시킬 것은 자명하다. 또한 대형 선박 접안시설과 대규모 발전, 담수화시설 등도 굴업도의 해양생태계 파괴를 유발하여 민어, 소라, 굴, 전복, 해삼, 미역 등 이 지역의 청정해산물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할 것이다.
인천앞바다에 대한 인천시와 중앙정부의 실질적인 보전대책은 전무한데 이미 굴업도처럼 기업에 의해 개발 중이거나 계획 중인 곳이 적지 않다. 이런 난개발은 골프장만 굴업도를 비롯하여 5곳이 넘는다. 굴업도에서 10여km 떨어진 선갑도에는 (주)동방마린리조트에서 골프장, 카지노, 워터파크 등을 계획하고 있으며 강화도에도 양사면과 길상면, 석모도 등에 골프장이 추진 중이다.
서해바다는 백두대간, 비무장지대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3대 생태축이다. 특히 인천앞바다는 25개에 달하는 섬들을 환경부에서 생태계보전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특정도서로 지정하여 보호할 만큼 자연생태와 경관이 우수한 곳이다. ‘절, 성토량 200㎥ 이내, 5~6부 능선 이상의 산림지역 보전’ 등 최근 환경부가 밝힌 ‘친환경적인 골프장 조성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아니라도 골프장은 안 될 말이다. 굴업도 등 인천앞바다의 섬은 세계적인 자연문화유산일 뿐 아니라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서식지이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 2008년 8월 25일자 중부일보 중부단상의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