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의 모순

2008년 10월 29일 | 성명서/보도자료

                                                               녹색성장의 모순

                                                                               이장수 /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녹색이란 말과 성장이란 말 자체가 양립할 수 없는 대립되는 개념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과감하게 녹색성장이란 말을 들고 나온다. 이전에도 대규모 환경파괴를 하는 건설·개발 현장에서도 ‘친환경공법’이란 말로 마치 환경파괴가 전혀 없는 건설과 개발이 있는 것처럼 국민들을 호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이미 사업이 벌어지거나 예정된 곳에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받아들여졌다. 또한 환경파괴의 본질과 초점이 흐려지고 호도되는 자본과 기업의 홍보용 구호로 전락되었다.

대표적인 예로 인천의 계양산 롯데 골프장 건설과 강화도 대규모 조력발전소 건설을 들 수 있다. 이는 모두 친환경공법의 도입과 신재생 청정에너지를 표방하지만 본질은 모두 대규모 환경 대재앙 파괴일 뿐이다. 이렇듯 양립할 수 없는 대립 개념을 모순이라 한다.

이미 잘 알고 있듯이 동양에서는 한 무기 상인이 “모든 방패를 뚫을 수 있는 창과 어떤 창도 뚫을 수 없는 방패”라고 자랑하자, 그 자리에 있던 한 사람이 “그 창으로 그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겠소?” 하고 묻자 상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음을 빗대어,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의 불합리함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결국 녹색성장이란 구호의 이면에는 대규모 개발·성장논리가 숨어있는 것이다. 특히 MB식 녹색성장은 핵에너지 육성과 대규모 환경 파괴가 핵심에 자리 잡아 그 폐해의 심각성이 더 크다는 데 문제를 안고 있다.

▶ 전국토가 핵벨트화

우리나라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원의 97%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절대적 해외의존 국가이다. 최근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안정적인 에너지의 확보가 국가 성장의 전략적 차원으로 대두되었다. 이런 위기상황의 타개책으로 이명박 정부는 에너지 정책의 핵심으로 현재 전력 중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핵 발전의 비중을 60%까지 늘리며, 이를 위해 설비 비중을 26%에서 41%까지 증가시키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즉, 대대적인 핵 발전 증설계획으로 결국 우리나라는 2030년 40여기의 핵발전소가 가동되는 세계 최대의 핵발전 밀집단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우리국민이 전 세계에서 최고 높은 핵사고 위험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진정한 의미에서 대규모 핵발전이 지속가능한 에너지원, 친환경 에너지원인가 충분히 검토하고 여론을 수렴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무늬만 신재생에너지, 대규모 환경 재앙

MB식 저탄소 녹색성장 역시 ‘저탄소’와 ‘녹색성장’을 앞세우지만 본질은 겉만 다르게 포장한 개발·성장주의의 다른 표현이다.온난화 문제가 국제적인 화두가 된 지금, 오히려 이를 이용하여 개발을 하기 위한 시도들이 공공연히 진행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인천시가 계획하고 있는 강화조력발전소다.

여의도 면적 10배 이상의 조지(潮地; 방조제로 만들어지는 땅)를 만드는 대규모 조력발전은 국제적으로 유례가 없다. 연안습지를 파괴하는 대규모 토목공사로 인해 많은 환경문제를 낳을 수밖에 없지만, 최소한의 의견수렴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만약 조력발전소가 건설된다면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을 뿐이지, 더 큰 환경파괴를 낳게 되는 친환경이 아닌 ‘반환경적 재생에너지’의 전형적인 예를 보여주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핵발전과 연안습지 파괴는 지금까지 해온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사랑하기 때문에 떠난다는 신파극도 아니고, 국가의 장래와 환경이라는 가치를 앞에 두고는 좀 더 현명하고 이성적인 지속가능한 정책을 펼칠 것을 기대한다.


* 2008년 10월 29일자 인천신문에 실린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