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시설보호구역과 자연환경보전지역

2009년 1월 13일 | 성명서/보도자료

                                        군사시설보호구역과 자연환경보전지역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사무국장

  지난 2007년 4월 5일 식목일 아침, 케이비에스와 엠비씨, 에스비에스 등 방송 3사는 물론이고 중앙과 지역의 일간신문들은 일제히 ‘서남부 수도권의 핵심 녹지축인 한남정맥이 군부대 폐기물과 생활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음’을 보도하였다. 당일 오후 국방부 장관은 긴급대책회의를 소집해 각 군에 부대의 친환경적인 운영과 기강 확립을 직접 지시하고 몇 개월 후 대한민국 제1야전군은 수십명의 사단장들을 비롯하여 각 부대 지휘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군부대 환경시범식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김태영 사령관(현 합참의장)은 ‘이제 군은 국토방위뿐 아니라 환경보호에도 앞장서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당시 국방부를 떠들썩하게 했던 한남정맥 군부대 폐기물 사건(?)의 중심에는 인천녹색연합과 17사단이 있었다. 

  한강의 남쪽 산줄기인 한남정맥은 백두대간의 속리산에서 시작된 한남금북정맥이 안성의 칠장산에서 금북정맥과 갈라진 것이다. 용인의 석성산, 수원의 광교산, 시흥의 수리산, 인천의 계양산, 김포의 문수산으로 이어지며 서남부수도권의 핵심녹지축을 형성하고 있다. 계양산을 비롯하여 한남정맥의 산들은 비교적 낮고 도심에서 가까워 많은 등산객과 도로 건설, 택지개발 등 도시확장으로 훼손이 심각하다는 점 외에도 수도인 서울을 방어하기 위해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2007년 인천녹색연합의 한남정맥 환경실태조사에 의하면 17사단과 해병 2사단의 예하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인천과 김포의 군부대와 훈련장 주변은 훈련에 사용한 참호와 교통호를 관리하지 않아 곳곳이 허물어져 내리고 진지구축에 사용했던 수천개의 폐타이어는 그대로 방치되고 새로 설치한 철조망 옆 녹슨 철조망은 흉물스럽게 나무를 파고들고 있었다. 더욱이 부대 주변은 인적이 드물어 몰래 버린 냉장고와 폐가구 등 생활쓰레기가 넘치고 있으나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환경사각지대였다.

  이후 인천녹색연합과 17사단은 환경협약을 체결하여 환경정화활동뿐 아니라 군사적인 목적으로 필요하더라도 환경피해를 최소화하며 피해가 발생하면 원상복구하기로 협의하고 매년 부대주변에 대한 정화활동과 나무심기 행사를 진행하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 이제 17사단이 환경정화 등 소극적인 활동을 넘어 계양산을 비롯한 군 주둔지와 작전지역을 환경문제의 사각지대가 아닌 자연환경보전의 최후 보루로 인식하여 군부대가 환경파수꾼임을 천명하는 아이들과의 환경협약을 체결할 것을 주문하고 싶다.

  지금 계양산 롯데골프장 문제가 골프장 예정부지의 상당부분이 군사시설보호구역임이 알려지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국방부에서 원칙대로 ‘부동의’ 입장을 고수하면 골프장이 들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출입이나 개발이 자유롭지 않은 군사시설주변은 이미 야생동식물의 보고가 되었고 오래 전부터 자연이 반드시 보전되어야 할 곳으로 인식되었다.  우리나라 제일의 자연생태계보고인 비무장지대를 비롯하여 우리나라 람사르등록 1호인 강원도 양구 대암산의 용늪이, 그리고 2006년 환경부가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한 한강하구가 그러하다. 용늪의 사람 키만큼 쌓인 이탄층과 끈끈이주걱 등 습지식물, 철새들의 천국인 한강하구의 저어새, 재두루미와 큰기러기만큼이나 소중한 깽깽이풀, 맹꽁이, 소쩍새, 반딧불이가 살고 있는 곳이 인천의 계양산이다.

 17사단과 국방부가 환경협약이 아니더라도 한 재벌기업의 돈벌이를 위해 군사시설보호구역에 골프장이 들어서는 것을 묵인하거나 환경파수꾼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인천에서 생태계가 가장 우수하고 인천시민 대부분이 골프장건설을 반대하고 있는 계양산을 지키기 위한 활동에 동참할지 지켜볼 일이다. 계양산을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살아갈 희망의 땅으로, 아이들에게 남겨줄 ‘우리의 귀중한 자산’임을 인식하여 골프장에 대한 ‘부동의’ 원칙으로 군에서 자연환경보호에 앞장서 주길 다시 한번 간곡히 청한다.

* 2009년 1월 13일자 인천신문 환경칼럼에 실린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