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갯벌매립해서 대체서식지 조성한다?

2009년 2월 5일 | 성명서/보도자료

멀쩡한 갯벌매립해서 대체서식지 조성한다 ?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사무국장

 올 1월초 환경부는 작년 12월말 이후 채 한 달이 지나기도 전에 조류전문가 등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이례적으로 같은 내용을 가지고 두 번의 자문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는 검은머리갈매기의 대체서식지조성 등 목적으로 고잔갯벌(일명 송도 11공구)을 공유수면매립기본계획에 반영해 달라는 인천시의 간곡한(?) 요청 때문이었다. 검은머리갈매기는 전세계에 1만여 마리도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으로 송도와 영종도 등 인천지역에서 매년 300쌍 이상 둥지를 틀고 있다.

 인천시의 멸종위기 조류서식지 조성계획에 대해 그동안 경인운하와 골프장이다 뭐다 해서 온통 개발 사업에만 열중해 있던 인천시가 이제야 자연환경보전을 위해 뭔가 할 모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번 계획이 검은머리갈매기의 대체서식지조성이라는 ‘친환경’ 탈을 쓰고 땅장사를 위해 마지막 남은 갯벌을 매립하려는 인천시의 ‘반생태’적인 속내를 금방 알 수 있다.

 갯벌의 환경적·경제적·문화적인 가치는 차치하고라도 송도갯벌은 매년 수만마리의 도요물떼새가 찾을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검은머리갈매기보다도 개체수가 훨씬 적은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가 먹이터로 이용하는 곳이다. 결국 인천시의 계획은 검은머리갈매기의 대체서식지조성을 위해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 수만마리 도요물떼새의 먹이터를 없애겠다는 것으로 조류대체서식지 조성은 누가 보더라도 생태·환경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번 대체서식지 조성계획이 검은머리갈매기의 번식과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수만마리 도요물떼새의 취식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인천시가 갯벌보전을 통한 미래의 환경가치보다는 ‘삽질’을 통한 땅장사에 눈이 멀어 사회적인 절차와 합의, 기본적인 경제/환경논리를 무시하고 대책없이 갯벌매립을 밀어붙인다는 점이다. 1차 자문회의에 제출된 사전환경성 검토자료에는 6월부터 10월까지 송도갯벌 어디에서나 관찰되는 멸종위기보호종인 저어새를 누락시키고 송도 11공구 매립을 위해 기존항로가 아닌 곳의 갯벌을 준설하겠다며 필요한 사전환경성 검토도 하지 않았다. 더욱 한심한 것은 2차 자문회의에 제출된 자료에는 1차회의에서 제기된 저어새 누락을 비롯하여 조류 조사 부실에 대해 저어새를 2008년 8월에만 관찰한 것으로 수정했을 뿐 준설에 의한 환경성 검토는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

 단지 수만마리의 도요물떼새들의 서식지이고 번식지인 수백만평의 갯벌을 매립하면서 조류대체서식지를 48만평에서 90만평으로 넓힌 것을 선심이라도 쓴 듯 생색내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의 모습에서 인천시의 환경정책의 수준을 짐작케 할 뿐이다. 결국 대체서식지조성은 2001년 송도국제도시 개발사업의 환경영향평가협의 당시 환경부 협의사항 이행과 송도 11공구 매립사업을 묶은 것에 불과한 것이다. 백두대간, 서해안갯벌과 비무장지대는 우리나라 3대 생태축이라 불리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특히 한강이 서해안갯벌과 만나는 인천·경기만 갯벌은 아직 건강한 생태계가 살아 있는 곳으로 동아시아의 철새이동로에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이제 비록 그 명맥만 유지되고 있지만 송도갯벌은 여전히 수많은 도요물떼새가 도래한다. 봄가을의 이동기에는 수만마리의 도요물떼새가, 여름이면 이리저리 부리를 휘젓는 저어새가, 겨울이면 혹부리오리와 청둥오리 등 수천마리의 오리뿐 아니라 가끔은 고대갈매기와 뒷부리장다리물떼새 등 매우 희귀한 새들이 찾고 있다.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쉽’ 사무국을 유치했음에도 몇 개월째 새들의 마지막 피난처인 송도의 외암도와 남동유수지에서 수천마리의 철새들이 속절없이 죽어가고 있음에도 수거·치료대책조차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는 인천시. 수백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고 떠벌이며 생태계가 가장 우수한 계양산에 골프장을 추진하고 수만마리의 철새가 찾는 갯벌을 매립해 대체서식지를 조성하겠다는 게 인천시 환경정책의 현주소인 것이다.

*  이 글은 2009년 2월 5일자 인천신문의 인천광장에 실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