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내다보는 일의 중요성

2009년 2월 17일 | 성명서/보도자료

           
                     멀리 내다보는 일의 중요성    

                                                     유종반 인천녹색연합 공동대표

지난해 여름 광우병의심 미국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때 이미 잘 드러났지만 위장된 4대강 정비사업, 일제고사 거부 교사 파면, 용산 철거민 참사 등에 대한 일련의 정부 대응과 대통령을 비롯한 정책결정자들의 태도는 정말 우리나라가 민주국가인지 알 수 없게 한다. 무엇보다도 최근 경인운하 추진에 대한 이 정권의 작태는 절망에 이르게 한다. 2조2천500억 원이라는 엄청난 국민혈세가 들어가는 경인운하 사업에 대해 건전한 상식과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정말 해서는 안 되는 짓이라는 사실을 다 알고 있는데, 왜 대통령이나 장관들이나 국회의원들이나 시장, 지방의원들은 모를까? 

가장 기본적인 환경영향평가 등도 법과 제도를 어겨가며 강행하고, 주민설명회 역시 반대 측 사람들은 철저히 틀어막고 찬성 측 사람들만 모여 실시하였다. 공청회 역시 찬성 측 인사들로 구성되어 추진하려 하고 있다. 오직 3월 착공이라는 목표 아래 철저하게 경찰력을 동원하며 귀를 막고 일사천리로 몰아붙이고 있다.

정부에서 주장한대로 공사비만 2조2천500억 원이다. 그 돈이면 최저생계비로 따져 30여만 명이 1년 동안 살아갈 수 있는 막대한 돈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심각한 경제한파 속에 내 일자리를 잃을까, 어떻게 하면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실업자만 100만 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 그 엄청난 돈을 쓸데없이 낭비한다면 도대체 말이나 되는가. 자기 주머니 돈이 아니라고 그 엄청난 국민 세금을 함부로 써도 되는 일인가. 그것도 입만 열면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위한 다는 사람들이 말이다.

정말 저들의 주장대로 경인운하 사업이 이익이 남는 사업이고 국가 발전과 국민들을 잘살게 해주는 일이라면 당신들의 사비를 투자해봐라. 정말 그렇게 경인운하 사업을 강행하고 싶다면 훗날 경인운하 사업이 실패했을 때 형사·민사상 책임을 지겠노라고 각서라도 써라.

우리 미래를 절망으로 몰아가고 있는 이 정권을 태어나게 한 사람은 누구인가? 다름 아닌 바로 우리다. 부자에 대한 끊임없는 욕심 때문이었다. 우리는 오늘의 절망적인 사태에 대해 진지한 성찰과 반성을 해야 한다. 그래야 다시는 나라와 국민을 모독하는 정권이 태어나지 않을 것이다. 지난 10여 년 전 IMF시대라는 국가경제 위기 이후 국민들은 오직 부자되기만을 꿈꾸어 왔다. ‘부자 되세요~’라는 말이 유행어가 될 만큼 좀 더 잘먹고 잘살기 위해 온갖 몸부림을 쳐왔다. 입만 열면 경제, 경제, 그리고 성장, 성장을 외치면서 말이다.

정말 우리는 얼마나 잘살아야 한이 풀릴까? 국민소득 5만 달러면 만족할까? 아니면 10만 달러면 만족할까? 누군가 이야기했다. 바다는 메울 수 있지만 사람의 욕심은 메울 수 없다고. 아무리 국민소득이 높아진다 하더라도 부자로 살기 위한 우리들의 욕심은 끝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구는 불행하게도 우리가 원하는 부를 끝없이 채워줄 수 없다. 지금도 지구는 마이너스 상태이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이 지금처럼 산다고 해도 지구는 3개가 더 필요하다. 그런데 어디 우리 국민만 잘 살려고 하는가? 70억 전 인류 모두가 부자를 꿈꾸고 있는데. 그러니 우리 꿈은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이다. 다시는 이명박 정권과 같은 생명과 생태파괴 정권이 나오지 않기 위해서는 욕심을 버리고 작고 소박한 삶을 살아야 한다. 가진 자들은 못 가진 자들을 위해 나눔과 베품을 적극 실천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희망이 없다. 모두가 공멸할 뿐이다. 노자 말씀에도 도(道)가 아니면 곧 망한다고 하였다.

인디언들은 멀리 내다보는 일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핀폐예 오베(산을 바라보라)”를 외쳤다. 산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다가오는 세대를 포함할 수 있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대지에 관한 일은 적어도 천년, 2천년, 3천년 긴 안목으로 생각하였다. 어머니인 대지가 파괴되면 곧 자식인 인간 자신이 파괴되기 때문이다.


 

*이 글은 2009년 2월 17일자 인천신문 환경칼럼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