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군은 롯데의 민병대인가?

2009년 2월 24일 | 성명서/보도자료


대한민국 군(軍)은 롯데의 민병대인가?

                                                                                                이장수 /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제2롯데월드 건설을 둘러싸고 최근 국방부가 입장을 바꿔 555m 초고층 빌딩 신축을 사실상 허용하기로 함에 따라 특정 재벌에 대한 특혜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이번 논란은 국방부가 비행 안전과 안보상의 이유로 십수년간 고수해온 초고층 빌딩 신축 반대 입장을 특별한 사유없이 찬성입장으로 바꾸었다.

군이 석연치 않은 어설픈 경제논리에 굴복해 특정재벌에 엄청난 특혜를 베푸는 것은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다. 롯데보다 더 롯데스럽게 신축 허용 입장을 대변하며 롯데에 과잉 충성하는 국방부를 보면, 이들이 진정 군의 최고 수뇌부로 대한민국 국방정책을 책임지는 기관인지 롯데의 홍보실인지 착각이 든다.

국방부는 제2롯데월드 신축 허용을 위해 활주로도 변경하고 경공격기 KA-1 부대도 강원도로 옮겨가는 자상함과 친절함까지 보여주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 군은 명예나 자존심을 버리고 자본에 의해 사유화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 같다. 비록 정치군인들의 잘못된 과오이긴 하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일국의 운명을 좌지우지 하던 군이 아니었던가? 한때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서슬 퍼렇던 대한민국 군이 그 기백과 자부심, 명예는 어디로 가고 자기부정을 하면서까지 기업에 과잉충성하는가?

제2롯데월드 불가입장 원칙을 고수하던 예비역 장성출신들은 어디선가 압력을 받았는지 동시에 불참을 하며 공청회다운 공청회 한번 못해보고 무엇엔가 쫒기듯 졸속으로 속도전을 전개하고 있다. 대부분의 학자와 전직 공군장교 출신들이 반대함에도 국방부와 공군은 롯데보다 더 열성적으로 신축허용 입장의 당위성을 설명하며 스스로 군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

롯데에 대한 군의 굴욕은 제2롯데월드뿐만 아니라 인천 계양산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인천 다남동 계양산 골프장 예정부지인 목상동 군부대(17사단) 앞 58만1천491㎡가 군사시설보호구역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지난 2006년 ‘2011 수도권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 수립 당시 탄약 폭발물 관련 군사시설보호구역에 해당된다며, 다남동근린공원의 30필지에 대해 부동의 한 바 있는 군 측이 지금까지 골프장 형질변경구역인 목상동 일원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국방부와 17사단은 이미 골프장 예정부지의 상당부분이 군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군사시설보호구역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지금까지 이에 대해 한마디 언급이 없어 의혹은 더욱 부풀려지고 있다.

17사단은 인천녹색연합과 환경협약을 맺고 꾸준히 부대 주변과 지역의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모범적인 환경 실천 부대로 거듭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계양산 롯데 골프장 건설과 관련하여서는 계속 침묵하고, 계양구청장과 롯데 측의 방문은 받아주면서도 계양산대책위원회와의 면담은 거부하고 있어 계양산을 사랑하는 인천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계양산을 자주 오르는 사람이라면 많은 숫자의 군인들이 대열을 이루어 훈련을 하는 모습을 가끔 목격 할 것이다. 이에 시민들은 계양산 일원이 군의 주요한 훈련장임을 알고 크게 개의치 않고 있다.

17사단은 지금이라도 시민단체와 공식적으로 만나 이 문제에 대해 자신들의 솔직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만약 17사단이 시민들의 이러한 바람을 무시하고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면, 재벌의 이익을 위해 군으로서의 자부심과 명예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쳤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서울의 제2롯데월드에 이어 계양산마저 굴복해 롯데에 내어준다면 말 그대로 수도권은 롯데의 월드가 될 것이고, 국방부와 17사단을 포함한 군은 롯데의 용병 내지는 민병대라는 치욕스런 비난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환경전문가, 환경운동가, 시민사회는 거부하고 건설업자들은 환영하는 MB식 녹색테러가 명예를 중시하는 군의 위상을 실추시키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 이 글은 2009년 2월 24일자 인천신문 환경칼럼에 실린 것이다.